빛이 되지 못하는 우리들의 꿈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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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되지 못하는 우리들의 꿈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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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08>김기홍 '세탁'

 
   
  ^^^▲ 곰취
ⓒ 우리꽃 자생화 ^^^
 
 

느 에미 죽기 전에
장가 드는 꼬라지라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시며
원하는 공무원도 못되고 회사원도 못되고 장사치도 못되어
다리공사 콘크리트를 치고 들어온 스물 여덟 저녁
봄풀 사이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한다.
한순간 눈물이 될 수는 있어도 지폐가 되지 못하는
땀이 말라 빳빳해진 겉옷 같은 런닝구
갑옷 같은 작업복
박박 주무르자. 해져 걸레가 되더라도
제 색깔을 찾아주기 위해
박박 주무르자.
녹 흙 시멘트
망치소리 체인브록소리 발전기소리
욕지거리
빛이 되지 못하는 우리들의
땀냄새 피냄새 썩은 꿈냄새
근육통 타박상 상처의 고름
마음의 땟물까지 헹구어내자.
쿡쿡쿡 신 웃음소리 지나가면
스물 여덟은 한참 더 우울했다가
공사장 일당쟁이밖에 될 수 없는 경우라도
어디론가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쓰잘 것 없는 돌맹이여서만은 안되겠다.
월급쟁이도 아니고 떼돈 벌자는 의미도 아닌
젊은 노동을 짊어지고 가는 스물 여덟
가교에 걸린 웃음과 하늘에 걸린 울음
이 세상 모든 것도 한 번 이렇게 씻어 볼 일이다.

혹여 여러분은 막노동판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내 궁한 용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면 한때 힘깨나 쓰는 젊은 날 그냥 빈둥빈둥 놀기 싫어서, 그도 아니면 담뱃값이나 술값을 벌기 위해서, 하는 그런 여유로운 노동이 아닌, 내 뒤에 줄줄이 매달린 가족들의 식의주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해야만 하는 그런 막노동 말입니다.

가진 것, 배운 것이 없어 "원하는 공무원도 못되고 회사원도 못되고 장사치도 못되어 /다리공사 콘크리트를 치고 들어온" 그날 저녁, 늙으신 어머니는 이제 곧 서른에 접어드는 자식을 바라보며 한탄하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느 에미 죽기 전에/장가 드는 꼬라지라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어머니의 그 한숨 섞인 소리는 그렇찮아도 하루 일에 지쳐 돌아온 자식의 가슴에 대못이 되어 박힙니다. 그래서 자식은 "한순간 눈물이 될 수는 있어도 지폐가 되지 못하는/땀이 말라 빳빳해진 겉옷 같은 런닝구/갑옷 같은 작업복"을 벗어 들고 빨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랬습니다. 원래 나의 삶은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나의 꿈도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 또한 보란듯이 좋은 직장에 다니며, 예쁜 색시와 결혼을 하여 토끼 같은 자식들을 낳아 어머니의 한숨을 거두어 들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둥거려도 나의 일상은 "빛이 되지 못하"고 늘상 땀냄새와 피냄새와 썩은 꿈냄새만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식은 오늘 하루도 나의 모든 것을 거두어 간 런닝구와 작업복을, 헤져 걸레가 될 때까지 박박 주무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된 내 마음의 땟물까지 모두 헹구어질 때까지 박박 소리내어 문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마음 속에 대못을 박듯이 굳게 굳게 다짐합니다.

내 비록 "공사장 일당쟁이밖에 될 수 없어도 결코 "어디론가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쓰잘 것 없는 돌맹이여서만은 안되겠다"고. 내 비록 "월급쟁이도 아니고 떼돈 벌자는 의미도 아"니지만 "젊은 노동을 짊어지고 가는 스물 여덟/가교에 걸린 웃음과 하늘에 걸린 울음/이 세상 모든 것"을 빨래를 하듯이 깨끗하게 씻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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