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은 '보수' 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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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은 '보수' 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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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은 반공을 기초로

 
   
  ^^^▲ 故 박정희 대통령조국 근대화 산업화의 주역^^^  
 

지난 6월 4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이 주최한 ‘노무현 서거 후 정국’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주재한 이 토론회는 요즘의 시국상황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논의가 오고갔지만, 내가 우선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발제자가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보수 정권’으로 규정한 부분이다.

이승만-박정희 시대는 반공주의를 국가존립의 기초로 삼았던 시기다. 동서 냉전 초기에 6-25라는 미증유(未曾有)의 국가적 재난을 겪은 분단국가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산주의는 ‘좌익’이기 때문에 반공주의는 당연히 ‘우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만-박정희 정부를 ‘우익 정권’ 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보수 정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여기서는 박정희 정권을 ‘보수 정권’ 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이승만 정권은 국내정책다운 정책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논외로 하다.)

지난 4월 말, MBC 백분 토론 ‘보수가 보수를 말한다’ 에서 나는 “박정희 대통령은 보수주의자라기 보다는 ‘반공을 앞세운 국가주의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국가주의’라고 하면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와 이익은 양보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반면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 그리고 작은 정부를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보수주의’(Conservatism)가 ‘자유주의’(Libertarianism)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보수 대 진보의 패러다임으로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제3공화국 헌법과 박 정권과의 갈등

박정희 정권을 탄생시킨 제3공화국 헌법은 이승만 정권 시대의 헌법에 있었던 사회주의적 경제조항을 삭제해 버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 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 헌법에 근거해서 수출 위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헌법의 재산권 조항과 관련해서 일어났다. 박 정권은 제한된 정부 예산을 갖고 고속도로와 댐을 건설하려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유재산을 수용하는 경우에 정부가 주어야 하는 ‘정당한 보상’을 두고 정부와 사법부가 충돌했다.

정부는 한푼이라도 예산을 절약하려고 했지만, 법원은 “정당한 보상은 즉시 시가 보상” 이라는 입장이었다. 비슷한 논쟁이 군인 군속이 공무 중에 사망한 경우에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결부되어서 일어났다. 정부는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법원은 그것이 평등원칙에 위반 한다고 했다. 1971년에 대법원은 그런 내용을 담은 국가배상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시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본다면, 재산권 보장을 주장한 법관들이 ‘자유주의 보수 우파’ 이고, 재산권 보장 보다 사회적 이익이 우선한다고 본 박 정권은 ‘진보 좌파’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당시에 그런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은 이 대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학자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10월 유신 후에 제정된 유신헌법은 사법부가 갖고 있던 위헌법률 심사권을 없앴고, 손실보상은 ‘상당한 보상’ 이면 충분하며, 군인 군속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규정했다. 이 조항들은 1987년 민주화 헌법 개정시에 삭제되었다.

케인즈식(式) 경제정책, 평준화, 사회주의적 건강보험, 토지이용규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개발은 정부주도의 수요창출 정책이었다. ‘케인즈식(式) 경제개발’ 인 셈이다. 그 당시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나, 지금의 기준으로 말하는 보수주의 경제정책은 결코 아니었다. 또한 요즘 많은 논란이 되는 이른바 ‘좌파 정책’의 뿌리가 박정희 시대에 생긴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율과 경쟁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지금의 보수 세력이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하는 학교 평준화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시작된 것이다. 학교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해 낸 편법이 특목고교인데, 노무현 정권 시절에 특목고교가 많이 늘어난 것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수도권 규제와 지방 균형발전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시작한 정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수도이전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 대신 추진하기로 한 행정수도 건설은 노무현 정권이 남긴 골치 아픈 유산 중의 하나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지방 균형발전도 노무현 정권 시절에 절정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골치 아픈 유산(遺産)으로 남고 말았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그토록 주장하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박정희의 유산(遺産)과의 싸움이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토지이용규제도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도입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것을 많이 풀어 젖혔다.

박정희 대통령의 또 다른 업적인 건강보험도 자율과 시장을 존중하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에겐 악몽일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의료수가와 진료기준을 일일이 정해 주는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는 ‘반(反)시장적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전국민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된 것은 좋은 일이나, 이로 인해 어려운 수술을 할 만한 경제적 동기가 없어져서 신경외과 같은 고난도 분야에선 의사가 사라져 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국가주의’와 ‘보수주의’

그래서 나는 박정희 대통령을 ‘보수주의자’로 보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 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는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내세우는 ‘보수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나는 박정희 대통령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국가주의자(statist)’ 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우리나라의 안보를 공고히 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했지만, 적잖은 부작용도 있었다.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우리의 과거를 되볼아 보게 한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국가주의를 내세우고 옐친 정부가 남긴 혼란을 수습해서 패망한 줄 알았던 러시아를 다시 강국(强國)의 반열(班列)에 올려 놓았다.

옛 러시아의 영예를 다시 찾겠다는 푸틴을 가장 강력히 지지하는 세력은 극우 민족주의 집단과 공산주의 체제에 향수를 느끼는 노년층 구세력이다. 푸틴에 비판적인 세력은 자유와 민권을 주장하고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교육을 받은 집단이다.

‘국가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시민적 경제적 자유를 무엇보다 존중하는 ‘보수주의’ 와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국가주의’가 21세기의 한국을 이끌 담론이 되지 못함은 너무나 분명하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 ‘보수주의’란 담론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 잠시 꽃피웠다가 그대로 시들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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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2009-06-16 14:57:21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주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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