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해고된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등장인물의 내면과 상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만수의 정원에 자리한 배롱나무는 그의 내면과 성장 과정을 형상화한 존재로, 비틀린 가지와 '부귀'라는 꽃말을 통해 그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박 감독은 오래된 배롱나무의 단단한 몸통이 근육질의 만수를 연상시켜 선택하게 되었다고 밝혔으며, 분홍빛 꽃과 거친 나무의 대비를 통해 첫 장면의 인상을 강렬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식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디테일을 중시하는데, 정원 입구에 위치한 위성류는 '범죄'라는 꽃말을 지녀 극의 긴장감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연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의 심리와 서사와 맞물려 있으며, 관객이 장면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만수의 정원이 상징하는 안정과 파괴의 이중성은 그의 삶이 처한 위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영화 전반에 흐르는 옛 한국 가요들은 분위기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고추잠자리'가 흐르는 음악 감상실 난투 장면은 폭력적인 상황과 아이러니하게 대비되며 웃음을 유발하고, 김창완의 '그래 걷자'는 비 오는 장면에서 만수의 자조적인 심정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는 범모(이성민)와 아라(염혜란) 부부의 관계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흐르며, 이들 사이의 애틋한 정서를 극대화시켜 감정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미리(손예진)와 아라(염혜란)가 같은 디자인의 니트를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각각 착용하는 의상 연출은, 비슷한 환경 속에서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 두 여성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대비시킨다. 송종희 분장감독은 미리의 외형 변화를 실직 전후 세 단계로 나누어 표현했으며, 아라의 스타일은 염혜란의 기운 안에서 여성성을 세련되게 강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만수가 범모와 아라 부부를 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구조를 의도했으며, 서로 다른 인물이지만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설정해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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