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 무기 싣고 우리 영해 못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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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 무기 싣고 우리 영해 못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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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긴밀한 국제공조로 푼다…

5월 25일 북한의 갑작스러운 2차 핵실험 후 우리 정부가 전면 참여를 선언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무엇인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PSI에 참여하면 우리는 우리 영해나 영공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하는 혐의가 있는 선박과 항공기에 대해 정선(停船)이나 착륙 명령을 내린 후 검색할 수 있다고 한다.

영공과 영해는 영토처럼 우리의 주권이 완벽하게 미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하는 혐의가 있는 선박과 항공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정선이나 착륙 명령을 내려 검색할 수 있을 터인데, PSI에 참여할 경우 새삼 정선이나 착륙 명령을 내려 검색할 수 있다니 무슨 소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영공은 영해선을 수직으로 이은 안쪽의 하늘이다. 따라서 영해에서의 우리 권리를 이해한다면 이 질문은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영해는 영토에서부터 12해리까지의 바다를 가리키는데, 이 바다에 대한 주권은 이 바다에 면해 있는 연안국이 갖는다.

주권과 재산권은 크게 다르다. 이를 이렇게 비유해 설명하기로 하자. 한국 선박이 일본 영해에 있다면, 이 배는 한국 배인가, 일본 배인가? 정답은 한국 배다. 그렇다면 아무리 주권을 갖는 일본이라고 해도 한국 배를 마구 검색해서는 안 된다.

▲ 대량살상무기 운송 선박 검색 가능해져

만약 일본이 그들 영해에 들어온 한국 배를 전부 검색한다면 한국도 한국 영해에 들어온 일본 배를 전부 검색할 것이니, 이렇게 되면 두 나라는 통상(通商)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연안국에 피해를 주지 않고 연안국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 선박에 대해서는 검색을 하지 않는 관례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선박 중에는 특정국의 영해를 통과하기만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배가 멕시코로 간다면 이 배는 미국 영해를 통과해 남하하는 것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육지에서 먼 바다일수록 파도가 높기에 될수록 연안에 붙어 항해하는 것이 배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이러한 배들은 미국 연안을 ‘단지’ 통과만 하니 미국의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운항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항해는 서로 허용해주는 것이 이익이 되니 선박 운항에서는 연안국에 해(害)를 주지 않는 선박은 자유롭게 영해를 지나가게 한다는 ‘무해(無害)통항권’ 개념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무해통항권을 이용해 ‘나쁜 거래’가 이뤄진다. 이를 이렇게 설명해보자. A국 소속의 배가 대량살상무기를 싣고 B국 영해를 통과해 C국으로 간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A국 배는 B국 영해를 통과만 하니, 이 배는 B국에 대해 무해통항권을 요구할 수 있고, B국은 이 배의 통항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논리가 생긴다.

무해통항권이 안고 있는 이 중대한 허점을 메우기 위해 2003년 5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 바로 PSI다. B국이 PSI에 참여한 나라라면, B국은 이 배를 세우고(정선)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검색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A국 선박은 B국 영해 밖으로 항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A국 선박의 항해거리는 길어진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는 연안에 비해 파도도 확실히 거칠다. 그리고 공해(公海)로 불리는 이러한 바다에서 큰 힘을 쓰는 것은 상시 12척의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대(大)함대를 운용하는 미국 해군이다.

공해로 나오게 된 A국 선박은 금방 미군의 추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목적지로 들어가야 하는데, 목적지가 있는 나라마저도 PSI에 참여한 나라라면 미국은 이 선박에 대한 정보를 그 나라에 제공해 검색하게 할 수 있다.

▲ 한국, 北 2차 핵실험 계기로 95번째 참여 선언

모든 상선은 출발지와 목적지만 운항하지는 않는다. 열차나 고속버스처럼 중간중간 기착을 하면서 물품을 싣고 내린다. 따라서 반드시 PSI에 참여한 나라의 항구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 미국이 정보를 주면 그 나라는 이 배를 검색해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될 경우 압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PSI의 힘이다. PSI는 대량살상무기로 번역되는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에 확산방지 제안을 뜻하는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를 붙인 것인데, 보통은 WMD를 떼어내고 뒷 문장의 머리글자를 따서 PSI로 부른다.

PSI에서 주목할 것은 마지막 단어인 ‘제안(이니셔티브·Initiative)’이다. 나라와 나라 간의 질서를 규율하는 것에는 조약, 협약, 합의, 체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조약과 협약이다. 한일기본조약, 유엔해양법협약 등은 참여한 나라가 국회 동의까지 받기에 구속력이 강하다.

합의와 체제 등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지만 때로는 조약이나 협약보다 강한 구속력을 발휘한다. 미국과 북한이 북핵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1996년 합의한 제네바 합의는 2002년까지는 상당한 구속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확산을 막는 강력한 방어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안으로 번역되는 ‘이니셔티브’는 이것보다는 구속력이 약하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이것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많은 나라가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며 동의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행동에 들어간다면 이는 조약이나 협약보다 강한 힘을 가질 수도 있다.

PSI도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여러 나라가 “좋은 아이디어다.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힘을 발휘했다. 이번에 한국은 95번째로 참여를 선언했다. 95개국이 참여를 선언한 것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의 확산이 그만큼 커졌음을 방증한다.

PSI 참여국들은 영해뿐 아니라 공해에서도 수상한 선박을 검색하겠다는 기류를 만들고 있다.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 수출은 북한정권을 지탱하는 중요한 자금줄이다. 이 자금줄을 조이겠다는 데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한국이 2차 북핵 실험을 계기로 뒤늦게 참여를 선언했다.

조약도 협약도 협의도 체제도 아닌 제안이지만 PSI는 어떤 조약보다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큰 압박 수단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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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할 뻔 2009-06-02 13:32:01
대량살상무기 싣고 한국 영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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