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3, 연타석 홈런 다음 타석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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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3, 연타석 홈런 다음 타석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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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영화사를 통틀어 '근육'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바로 아놀드 슈워제네거.

얼굴마저 근육으로 단단한 그를 배우로써 있게 한 영화가 <터미네이터>였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들고 다녔지만 매번 퇴짜를 맞던 제임스 카메론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낸 저예산 영화였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로 명실공히 흥행감독으로 우뚝 섰고, 주연 배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액션배우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후 2편까지 시리즈를 함께한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무게있는 줄거리와 터미네이터로써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모습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제임스 카메론을 대신한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에 의해 <터미네이터3>가 되어 돌아왔다.

터미네이터의 줄거리는 어찌보면 매우 간단하다. 미래에 스카이넷이라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이 시스템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은 상태에서 자각을 하게 된다.

스카이넷은 전세계의 모든 전산망과 하나로 연결되어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핵전쟁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30억의 인구가 죽고 남은 인류들은 죽지 못해 사는 삶을 근근히 살아가며 기계들과의 전쟁을 벌인다.

인류측 저항군의 지도자가 '존 코너'이고 기계들은 그를 주요 제거대상으로 삼아 그를 처치하기 위해 과거로 터미네이터를 보낸다. 하지만 이 계획을 알게 된 존 코너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1편)과 터미네이터(2,3편)을 파견한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이다.

어떻게 보면 이 뻔한 스토리에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SF영화 표현 기법의 발전을 이끌어 온 선구자적인 입장에 서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저예산 영화로 제작되었던 <터미네이터>는 표현기법의 독창성이라기 보다는 인류와 기계들의 싸움이라는 스토리의 힘이 크게 작용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묵시록적인 스토리는 기계문명의 발전으로 인류의 컴퓨터에 대한 의지도가 커져가면서 생겨나는 경각심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이대로 나간다면 이렇게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멋지게 표현해낸 이 영화는 보기만해도 힘이 느껴지는 트럭과 오토바이, 기계들, 그리도 가죽 복장으로 하나의 코드가 된 '테크-느와르'라는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터미네이터2>는 그전에 만들어졌던 수많은 SF영화들의 제작방식을 뒤엎는 혁명적인 제작기법으로 시선을 사로 잡았다. 사실 1편의 완성도로 인해 스토리에 대해서는 더이상 보여줄게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비쥬얼에 힘을 쓴 듯했다.

미니어쳐와 특수효과로 점철된 아날로그적인 기법에서 CG를 이용한 디지털적인 방법으로의 변화를 꾀한 2편은 실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잠깐 쓰였었던 '모핑기법'이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어비스>(1989)에서도 물로 된 외계인이 인간의 얼굴을 연출하는 장면으로 쓰인 적이 있다) .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T-1000의 모습은 압권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줄거리와 앞서가는 기술의 집합체였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최신작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더 머신>은 어떠한가. 사실 이 영화는 연타석 홈런을 날린 앞 선수들 때문에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타석에 서 있는 타자와도 같다.

스토리는 1편에서 이미 그 완성도를 입증했고, 2편에서 자랑했던 CG 기술은 이제는 어느 영화를 보아도 찾아 볼수 있는 하나의 필수품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는 오락성을 택했다. 전편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압도적인 액션씬과, 여러가지 눈요기 꺼리가 그것이다.

미래에서 건너온 신종 터미네이터 'T-X'는 여성형으로 이미 전통이 되어있는 나신으로 옷을 구하러 다닌다. 긴 머리칼이 가슴을 겨우 가린 모습에서 이미 감독의 의도는 파악되버리는 것이다. 또 인간들의 취향을 읽고 바로 가슴을 부풀리기도 한다.

'T-850'은 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스트립 댄서의 옷을 벗겨 입은 그는 역시나 썬글라스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데 별모양의 썬글라스를 쓰기도 하고, 부숴진 썬글라스를 쓰고 있기도 한다. 반면 액션신에서는 확실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형 크레인과 오토바이의 추격신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빼어난 씬중에 하나이다. 크레인을 흔들어 도로 주변의 건물과 전신주 소방펌프를 박살내며 벌이는 이 추격씬은 제작진이 기존의 도로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공중에 400미터 짜리 도로를 건설한뒤 찍었다고 하니 영화를 보면서 꼭 빼먹지 말아야 할 씬이다.

확실한 흥행배우를 내세운 안정된 캐스팅, 못쳐도 안타는 쳐낼수 있는 시리즈물, 엄청난 비용의 과감한 투자는 액션영화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필승 공식이라고 볼 수있다. 그래서 그런지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는 이 공식대로 문제를 풀려고 한 듯하다.

하지만 그가 깨닫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매니아들의 기대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매트릭스>의 선례처럼 매니아들은 전편에서 물씬 풍기는 스토리의 카리스마를 기다렸던 것이다. 적어도 <터미네이터3>는 이 기대만큼은 충족시키는데 실패한 듯 보인다.

<터미네이터3>는 속편이 우리나라나 할리웃이나 속편이 유난히 많은 올해 충분히 시선을 받을 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관심어린 시선인지, 아니면 질책어린 눈총인지는 관객들이 직접 판단할 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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