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 탄생 100주년 맞아 사면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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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 탄생 100주년 맞아 사면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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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조지오웰 산문집 <코끼리를 쏘다> 나와

 
   
  ^^^▲ 조지오웰 <코끼리를 쏘다> 표지
ⓒ 실천문학사 ^^^
 
 

"총을 든 백인인 내가 무장하지 않은 원주민들의 무리 앞에 서 있다. 겉으로는 연극 한 토막의 주인공을 맡고 있지만, 사실은 내 뒤에 있는 누런 얼굴의 무리에 의해 우왕좌왕하는 어리석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이 순간 백인이 전제 군주가 되면 파괴되는 것은 백인 자신의 자유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인용한 글은 제목이 된 <코끼리를 쏘다>에 나오는 몇 토막이다. 이 글에서 오웰은 인도 원주민 앞에 총을 들고 서 있는 자신과 백인에 대해, 아니 서구 제국주의의 허구성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다. "백인은 속이 텅 빈 채 거드름을 피우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그리고 다시 덧붙인다. 백인은 "원주민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평생을 보내야 하고, 또 위기에 처할 때는 원주민들이 기대하는 바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백인들이 지배하는 조건"이라고.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총으로 무장하지 않은 원주민들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참 모습을 숨긴 채 탈을 쓰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영국의 작가 조지오웰이 탄생 100주년(6월 25일)을 맞아 국내에서 마침내 반공작가라는 오명을 벗고 사면 복권됐다. 조지오웰은 그동안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동물농장>과 미래 전체주의 사회를 예견한 <1984년>이란 작품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철저한 반공작가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번에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조지 오웰(1903~1950)의 산문집 <코끼리를 쏘다>를 몇 장만 읽어보면 그가 반공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조지오웰은 제국주의와 전체주의를 동시에 반대한 작가이며, 특히 하층 계급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는 것을.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글을 쓰는 동기 중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강하게 작용했는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 중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라고. 그리고 "정치적 목적이 결여된 곳에서 내가 한결같이 화려한 문체, 의미 없는 문장, 쓸모없는 장식적 형용사 등에 유혹당한 생명 없는 소설을 썼다" 라고.

또한 오웰의 전기작가 '마이클 셀던'은 "어떠한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이 정치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태도이다. 오웰은 열세 권의 작품과 수백 편의 수필과 서평을 통해 영국 산문 역사상 가장 놀랄 만한 문학적 목소리를 창조했다"라고.

그래. 정치적 목적이 결여된 곳에서는 생명이 없는 소설을 썼다고 자인하는 오웰. 그리고 어떠한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말하는 마이클 셀던. 그랬다. 조지 오웰은 서구 제국주의도 스탈린의 전체주의도 아닌, 그만의 '민주적 사회주의'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하층민과 피식민주의자들이 진정한 절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그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동물농장>과 <1984년>이란 작품만을 통해 진정한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지 오웰을 반공이란 감옥 속에 너무 무자비하게 가두고 있었다. 또 우리는 그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에 탄생한 것까지도 문제를 삼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얼마나 무서운 편견인가.

이번에 나온 오웰의 산문집 <코끼리를 쏘다>는 오웰 연구자 박경서 교수가 그동안 조지 오웰이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수백 편의 산문 가운데 25편을 간추려서 묶은 책이다. 특히 이 산문들은 지금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문들이어서 오웰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들춰볼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식민지에서 보낸 나날들'은 작가가 식민지 경찰로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며 제2부 '문학과 정치'는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문학적, 정치적 견해들을 밝히고 있는 글이다. 제3부 '파리와 런던의 뒷골목'은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최하층민들의 이야기다.

제4부 '일상에 스민 정치성'에서는 '복수는 괴로운 것', '공원에서의 자유', '두꺼비에 대한 단상', '서점의 추억', '한 잔의 맛있는 차' 등, 소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일상에 스며 있는 정치성에 관한 글들이다. 그리고 제5부 '유럽 문학에 대한 단상들'은 말 그대로 유럽을 다시 바라보는 작가의 냉철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사형수가 웅덩이를 피하기 위해 발걸음을 딴 데로 옮기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신비감, 다시 말해 생명이 한창 절정에 달했을 때 그 생명을 앗아가는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보았다. 이 사람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처럼 살아 있는 것이다."
-<코끼리를 쏘다> 중 일부

<코끼리를 쏘다>에는 식민지 경찰, 막노동꾼, 농장 일꾼, 서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오웰의 직접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와 더불어 피식민주의자들에 대한 속내 깊은 애정, 하층민과 소외 당한 사람들의 삶이 속속들이 담겨져 있다. 특히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기 반성 등은 조지 오웰의 진면목을 새롭게 들춰내고 있다.

옮긴이 박경서 교수는 1961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97년 '조지 오웰의 정치의식과 인간관'이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대학교 영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 조지오웰
ⓒ 실천문학사^^^
 
 

조지 오웰은 누구인가
- 1937년 스페인 내전 참전, 시민군 단체 가입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비평가로서 오웰은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을 부정하였으며, 예술은 예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의 시녀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임철규, 문학평론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03년, 영국 아편국 소속 공무원 리처드 웜슬리 블레어의 아들로 인도 벵골 지방의 모티하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1907년,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귀국한 작가는 1922년부터 버마에서 인도제국의 경찰로 근무하다가 서구 제국주의의 허구성에 염증을 느껴 1927년 경찰직을 사임했다. 1937년에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 그곳의 사회주의 시민군 단체인 P.O.U.M.(마르크스주의 통일 노동당)에 가입했다.

조지오웰은 1950년 1월 21일, 폐결핵이 악화되어 47세의 나이로 숨지기까지 모두 9권의 소설과 수백 편의 산문 및 평론을 남겼다. 작가의 처녀작이었던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은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후,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은 1933년 골란츠사에서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되어, <선데이 익스프레스>지의 '금주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1944년에는 대표작<동물농장>을 출판하여 2주 만에 초판이 매진되는 인기를 누렸다. 펴낸 책으로는 <1984년><제국은 없다><위건 부두로 가는 길><카탈로니아에 대한 경의><고래 뱃속에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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