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노동자경기장베이징의 노동자 경기장에 모인 5만명의 중국 관중들 ⓒ 김대오^^^ | ||
7월 30일 FIFA의 랭킹 발표에서 중국은 505점으로 지난 6월보다 세 계단 아래인 73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국가 중에서도 일본(24위), 대한민국(27위), 이란(42위), 사우디아라비아(48위), 태국(64위), 이라크(70위)에 이어 일곱번째로 비교적 낮은 성적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국의 축구 열기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뜨겁다. 甲 A 라는 중국 프로리그가 성황리에 치뤄지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네델란드 등 유럽의 프로축구리그 경기를 거의 매일 생중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민족주의나 국가경쟁의식이 가장 강한 운동 경기인 축구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루고 중국인의 억제된 정치적인 욕구 등을 스포츠를 통해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중국은 44년 만에 첫 본선 진출 이라는 감격을 누리며 온 국민이 하나되어 열광하고 환호하였지만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코스타리카전 2:0(6월 4일, 광주), 브라질전 4:0(6월 8일, 서귀포), 터키전 3:0(6월 13일, 서울).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패를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표는 중국인들을 크게 실망하게 하였고 그 실망은 상대적으로 빼어난 경기력을 보인 한국팀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경제부문에서 중국의 발전 속도가 놀라운 것처럼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스포츠계에서도 중국은 아주 큰 걸음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날의 스포츠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는 그 이면에 후원기업의 홍보 마케팅 효과나 T V 중계권료 및 다양한 수익사업 등으로 이미 하나의 상업활동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중국의 거대 시장을 노리는 스포츠 선진국들의 중국 진출도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업적인 홍보전략과 중국인들의 축구 열기가 맞물려 세계최고의 호화군단 레알마드리드가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7월 25일 위난(雲南)성의 쿤밍(昆明)에 도착한 레알마드리드 선수단은 일주일 정도 그곳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하고 8월 1일 자정쯤 전용기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하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베이징 수도공항에는 수 천명의 치우미(球迷)들이 몰려 들어 초호화군단의 명성을 실감나게 하였다.
레알마드리드팀의 중국 체류 기간 내내 중국 언론은 매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하였으며 그들을 소재로 하는 광고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중국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베컴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스타였던 베컴은 수많은 치우미들을 끌고 다니며 스타 중의 스타임을 보여주었다.
^^^▲ 피구의 모습중국 수비수를 뚫고 드리볼을 하는 피구의 모습 ⓒ 김대오^^^ | ||
8월 2일 저녁 8시, 베이징의 노동자경기장에서 레알마드리드와 중국올스타팀간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5만석의 관중석은 세계의 최고 스타들의 경기를 보기 위한 중국 관중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메워졌다.
경기는 레알마드리드가 주도하였다. 경기 초반 호나우도는 지단이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찬스를 두 차례나 놓쳤고 카룰로스의 총알 같은 슛은 골대를 맞고 나오기도 하였다. 레알마드리드로 이적이후 데뷰전을 치르는 베컴은 전반 두 차례의 문전 프리킥 기회를 비록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아주 위협적인 슛을 날려 이름값을 하였다. 전반 42분쯤 호나우도의 어시스트를 받은 피구가 문전에서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켜 전반전을 1:0 으로 마쳤다.
후반 들어 중국팀은 선수를 대폭 바꾸며 반격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후반 8분경 중국팀의 프리킥이 레알마드리드의 골대를 맞고 나와 5만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레알마드리드는 후반 20분 이후 지단, 피구, 호나우도, 베컴, 라울, 카룰로스 등을 차례로 교체하면서도 후반 30분, 40분, 45분 소나기골로 4:0 대승을 거두었다.
^^^▲ 경기결과레알마드리드와 중국올스타팀의 경기 종료 장면 ⓒ 김대오^^^ | ||
경기 후 양팀 선수는 기념촬영 등을 갖고 우의를 다졌으며 사스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간호사 52명이 레알마드리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선사하여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비록 경기는 크게 졌지만 중국관중들은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직접 본 것에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으며 베컴이나 지단, 피구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환호를 보내기도 하였다.
레알마드리드는 역대 최고 몸값의 지단(6440만달러)을 비롯해서 호나우도, 피구(4420만달러), 베컴(4130만달러), 니콜라스 아넬카(3500만달러) 등 선수단 30여명의 전체 몸값만 최소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팀이다.
레알마드리드의 이번 중국 초청에는 중국 최대 담배회사인 홍타샨(紅塔山)의 800만 위안(96만8000 달러) 상당의 후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레알마드리드는 중국에서만 7억 명 가량이 시청한 이번 경기의 중계권료와 엄청난 액수의 광고료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 입장료가 최소 180위엔(우리돈 3만원 정도)에서 수 천 위엔에 달했는데 평균 400위엔(우리돈 6만원 정도)을 잡고 5만석을 추산하면 2000만위엔(30억원)의 입장료수입이 된다.
이 중 상당액을 레알마드리드측이 배당 받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의 거대시장을 노리는 세계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 중 스포츠를 이용한 이 같은 광고마케팅은 거부감을 최소하면서도 중국인에게 아주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축구열기와 올림픽 열기가 점점 무르익어 가면서 스포츠를 활용한 기업홍보와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이 앞으로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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