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김일성 유훈(遺訓)'을 버릇처럼 내세우던 김정일이 유훈정도가 아니라 유업(遺業)이라고 해야 할 김일성 시대의 남북관계 문서인 7.4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섬으로서 김정일의 위선과 패륜이 또 한 번 세상에 드러났다.
17일 북괴군 총참모부대변인 성명에 이어 30일 조국평화통일원회 명의의 성명에서 "남북 간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을 무효화 한다"면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 부속문서를 폐기한다고 선언 했다.
성명은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한 NLL 관련조항의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서해상 '무력충돌'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는 김일성 시대에 남북관계를 설정한 김정일 '아버지'의 유업이다. 만약 김정일이 김일성의 유훈을 함부로 어기고 유업을 폐기 유린한다면 그 스스로 후계체제의 무효화를 선언함과 다를 게 없다.
김일성 유업을 폐기한다는 것은 세습후계체제의 근거로 김정일이 1974년 4월 14일 제정, 강제시행 해 온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신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하여나가야 한다."라고 한 유일사상10대원칙 제 10항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뿐만 아니라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 되며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것을 당건설과 당 활동의 기본원칙"으로 삼는다는 노동당규약 전문과 "당의 유일사상 주체사상에 기초한 당의 통일과 단결을 눈동자와 같이 고수하여야 한다"고 한 당원의 임무에도 크게 어긋난다.
나아가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인민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높이 모시며 김일성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옹호고수하고 계승 발전시켜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하여 나갈 것이다"고 다짐한 김일성헌법도 사정없이 짓밟는 패륜(悖倫)이다.
그런데 아무리 "(혁명을 위해서)살인이나 부모형제 고발 처형조차 서슴없이 자행"하는 공산당이라 할지라도 "눈동자처럼 지켜야 할 유일사상과 주체위업"이라고 할 김일성시대 업적을 폐기한다는 것은 김정일이 쓰고 있던 효도라는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짐과 다를 게 없다.
김정일 후계세습의 기반은 "대를 이어 주체혁명완수" 라는 수령 론과 혈통 론에 근거해 왔으며 따라서 형식논리상으로는 김일성의 업적이나 유훈은 획 하나, 점 하나, 자구 하나 수정하거나 훼손할 수 없는 '神聖'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번 조평통 성명으로 김일성시대의 유업인 7.4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일방폐기를 선언함으로서 김일성의 神聖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김정일 스스로의 선택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로서 후계근거가 사라져 김정일의 지위 보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김정일이 체제유지와 잔명(殘命)보존에 다급해 졌다고 보기 이전에 김정일 세습후계체제가 힘을 잃고 그 정당성에 변고(變故)가 생기고 있다는 징조로 볼 수도 있다.
김일성시대 유업인 '남북기본합의서 폐기'를 선언하면서 김정일은 아마도 김일성 시신 앞에서 "불효자는 웁니다"라고 하면서 위선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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