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 죽고 자식 죽고 계집 죽고 자식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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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04> 권환 "접동새"

 
   
  ^^^▲ 개오동
ⓒ 우리꽃 자생화 ^^^
 
 

빈골 우거진 숲속에서
외롭게 우는 접동새
할아버지는 정색하여 말씀하셨다.
<불여귀(不如歸) 불여귀(不如歸)
귀촉도(歸蜀道) 귀촉도(歸蜀道)>
접동새는 꼭 이렇게 운다고.

어머닌 그러나 자신있게 정정하셨다.
<계-집 죽고
자-식 죽고
계-집 죽고
자-식 죽고>
접동새는 틀림없이 이렇게 운다고

남색(藍色) 하늘에 수놓은 흰 구름을
바라보는 내 귀에는 그러나
발언도 정확하게 이렇게 들렸다.
<고향이 그리워
바다이 보고싶어>

우리 세 사람은 그래서
저문 해 보리밭 언덕에서
붉고 푸르고 누런 세 가지 공상(空想)의
나라를 제각기 지었다.

어느 "빈골 우거진 숲속에서" 접동새 한마리가 소쩍 소쩍 소쩍 소쩍, 하면서 너무도 슬프게 울고 있습니다. 그 울음소리를 외롭고도 쓸쓸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할아버지는 정색하여" 시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접동새는 "불여귀 불여귀/귀촉도 귀촉도"하면서 "꼭 이렇게 운다고".

근데 왜 하필이면 빈골 우거진 숲속에서 접동새가 울고 있을까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귀에는 왜 접동새의 소리가 불여귀 귀촉도, 하면서 우는 것처럼 들릴까요. 아마도 시인은 이데올로기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진 우리 민족의 슬픈 운명을 접동새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빈골 우거진 숲속에서 접동새가 운다? 이 싯귀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빈골 우거진 숲속"이란 사람이 모두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은 텅 비어있고, 산은 우거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산에서 사람소리는 들리지 않고 접동새 한 마리만 구슬피 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귀에는 접동새 울음소리가 불여귀 귀촉도, 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산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이미 죽어 불여귀가 되었거나, 아니면 이미 망해버린 촉나라, 돌아갈 수 없는, 아니 돌아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그 촉나라를 향해 떠나가는 어느 충신의 쓸쓸한 절규처럼 그렇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께서 할아버지의 말씀을 "자신있게 정정하"십니다. 접동새는 그렇게 우는 게 아니라고. 접동새는 "계-집 죽고/자-식 죽고/계-집 죽고/자-식 죽고"라고 운다고. "접동새는 틀림없이 이렇게 운다고". 어머니께서는 한숨을 폭 내쉬면서도 그렇게 자신있게 말씀하십니다.

어머니의 귀에는 또 왜 그렇게 들리는 것일까요. 어머니는 산으로 올라간 남편을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올라가 끝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마침내 접동새가 되어 그렇게 피울음을 흘리며 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마침내 자신과 자식마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남색(藍色) 하늘에 수놓은 흰 구름을" 바라보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는 시인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귀에 들리는 불여귀 귀촉도, 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머니의 말씀처럼 계-집 죽고 자-식 죽고, 처럼 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시인의 귀에 들리는 접동새 소리는 분명 "고향이 그리워 바다이 보고싶어" 라고 들립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어머니와 시인은 "저문 해 보리밭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 새로운 나라를 꿈꾼다는 것입니다. 그 나라에는 이데올로기도 없고 전쟁도 없는 그런 나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마다 "붉고 푸르고 누런 세 가지 공상의/나라를 제각기" 따로 따로 세운다는 것입니다.

접동새는 소쩍새의 다른 이름입니다. 또한 소쩍새는 불여귀, 귀촉도 등으로도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접동새는 다른 새들에 비해서 참으로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만큼 접동새의 울음소리는 마치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처럼 그렇게 구슬프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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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협 2003-08-05 11:16:20
이풍진 세상을 줄줄이 풀어안는
종달새 한마리 살으리 살으리랏다
찬송 그 아름한 곡 두고두고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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