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8시간 32분 개성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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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8시간 32분 개성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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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규제, 피폐한 농촌 그리고 조용한 관광

지난 12일 북한군은 남측 군 당국에 보낸 전화 통지문을 통해 “위임에 따라 오는 12월 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는 우리 군대의 실제적인 중대조치가 단행된다는 것을 정식으로 통고 한다”고 밝혀 앞으로 개성공단 등에 대한 북한 측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한 간 협력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개성공단이 남북간 긴장 고조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 군부가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엄격제한, 차단하겠다고 했으나 개성공단의 문이 당장 닫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남북간 관계의 전개 여부에 따라 전면 차단이라는 불상사를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유수 통신사 중의 하나인 로이터(Reuters)통신의 존 헤르스코비츠(Jon Herskovitz)가 8시간 32분간의 개성공단 여행기를 시간대별로 정리, 보도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의 개성은 어떻게 보였는지 기사를 살펴본다. 은둔의 나라 북한은 당일치기 관광요금 188,000원(141달러)을 지불하고 개성을 관광하도록 자신의 뒷문을 쥐구멍 만하게 열어놨다며 여행기를 시작했다.

한국의 현대아산은 당일치기 개성관광 상품을 팔고 있는데 개성은 서울 북서쪽 약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을 가려면 중무장된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한다.

관광객들은 개성에서 한국의 고대 역사를 볼 수 있으며 아시아에서 유일한 공산주의 왕조국가의 삶을 슬쩍 훑어볼 수 있다. 개성관광은 엄격한 일련의 규제 속에 이뤄지고 있었으며, 그곳에서는 종교의식도 할 수 없고, 신문도 볼 수 없으며, 사진촬영도 금지되고, 북한 사람들에게 말도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 촬영은 허가받은 사람에게만 허용된다.

* 오전 8시 10분 : 약 10분 후에 (관광)버스는 북한 입국관리사무소에서 멈춰 섰다. 관리사무소는 한국 측에서 지은 산뜻한 건물이었다.

담긴 테이프 음악이 흐르면서 북한의 억양이 고스란히 담긴 말투로 “여러분을 뵙게 돼 대단히 기쁩니다”라는 말이 반복해 울려 퍼졌다. 그곳에서 관광객들은 임시 입국사증(비자)에 입국 허가 도장을 받았으며, 그 입국 비자는 플라스틱 비닐 포장봉지에 넣어져 있으며 도장을 받은 직후부터 이 허가증을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 물론 이 허가증 뒤에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들(don'ts)’이 적혀 있다.

* 오전 10시 : 37m높이의 박연폭포에 도착했다. 박연폭포는 한반도에 있는 3개의 가장 큰 폭포 중의 하나이다.

그곳에는 걸을 수 있는 길이 나 있었으며 길거리 주변에는 많은 구멍가게(kiosk)들이 들어 서 있으며 그곳에는 젊은 북한 여성들이 김일성 배지를 옷깃에 달고 즉석커피, 탄산수, 스낵 등을 미국 달러를 받고 팔고 있었다.

박연폭포는 개성 북쪽 약 25km에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 가는 도중에 버스 기사는 관광객들에게 피폐해진 북한 농촌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고 설명을 해줬다. 시골 모습을 바라보니 소가 쟁기로 논을 갈고 있었으며, 석회석을 발라 놓은 가옥 밖에는 남루한 옷차림들이 보였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농민이라고 부르는 김일성 선전 포스터가 보였다.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었고 도로에는 자동차도 거의 없었다.

* 오후 12시30분 : 개성의 민속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텔의 문은 잠겼다. 관광객들이 밖을 내다보지 못하게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한 조치였다. 점심식사에는 13개의 작은 접시가 나왔으며 북한 주민들이 1주일에 한번 정도 먹을락 만한 흰 쌀밥이 제공됐다. 음식은 그곳의 특산물이 들어간 특별식(食)이었다. 또 그곳에는 서점이 있었는데 한국인 가이드는 대부분 공산주의 찬양 서적이거나 북한 지도자의 우상 숭배에 관한 책들이라며 이를 사가지고 한국에 가면 국가보안법에 걸린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오후 2시 :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 인구 30만 명의 개성시가지 여행에 나섰다. 시가지 곳곳에는 선전간판들이 즐비하게 배치돼 있었다. 고대 한국인들이 살았던 ‘승양서원(Sungyang Lecture Hall)’에 도착했다.

* 오후 2시 45분 : 선죽교(Sonjuk Bridge)에 도착. 전설이 깃든 작은 돌로 만들어진 선죽교는 고려시대 마지막 왕의 신하가 1392년 조선왕조 창건자의 아들에 의해 암살당한 장소이다. 선죽교 밖에는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북한 어린이들이 붉은 바다나(Bandannas : 목이나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의 일종)를 두른 모습과 일꾼들이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오후 3시 45분 : 고려박물관에 도착. 면적은 2헥타르이며 1000년이나 된 곳이다. 이곳에는 여러 가지 탑, 은행나무, 고대 도자기 등이 잘 보존돼 있다. 박물관에는 큰 규모의 선물가게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북한 술, ‘친애하는 김정일 동지’ 기념우표, 잘 말려진 버섯 등을 미국 달러를 주고 살 수 있는 곳이다.

* 오후 5시 : 북한측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도착, 여기에는 북한 군인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사진을 촬영을 할 수 있다. 개성에서는 오직 디지털 카메라로만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인과 관련 된 것을 제외하고 개성 주민들만을 촬영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시간에는 음악도 없고 북한 군인이 비자에 도장만 꾹꾹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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