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쇼윈도우 파리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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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시[9] 파리젠느, 파리

^^^▲ 파리의 개선문^^^

파리젠느의 향기

마치 샤갈의 몽환적인 그림의 색채와도 같이 갖가지 빛과 형태로 사람들 가슴에 일고 있는 판타지를 물들이는 곳, 파리-.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거리 모퉁이에, 센 강가에, 마로니에 숲에, 옛 궁전에, 꽃나무에, 그리고 노랫가락 샹송에, 연인들이 나란히 남기는 발길에,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파리가 아닌 곳 어디에도 모두 있는 것들이다.

가난한 지붕 및 다락방, 궂은 날의 거리까지가 그 독특한 향기로 이야기되며 사랑 받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러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고 단순한 데에 있을 것이다.

한번 두 번 좋다고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기분, 사람들의 느낌, 그리고 사람들이 만든 몇 마디 형용사 속에서 일기 시작하였던 "노스탈지아"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듯한 로맨틱한 착각을 일으키며 가슴을 촉촉이 물들이는 분홍빛, 그리고 보랏빛의 사연을 더듬어 보게 된 연유도 그러한 것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를리 비행장에서 옛성의 문이 있던 포르트도레앙을 거쳐 센트 헬레나 섬으로부터 옮겨 , 나폴레옹을 편히 잠들게 한 루이14세 때부터의 폐閉 병원 '앵발리드Invalides'를 감개 깊게 바라보며 아름다운 다리로 이름난 알렉산드르 3세의 다리에 이르르게 되면 파리의 실감이 제법 가까이 스며든다.

퐁 알렉슨드르 트로아는 1900년에 준공된 것으로 로코코의 건축양식으로서 파리 시내에 있는 30여 개의 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에 머물러 한 주일동안 틈만 있으면 그 앞을 지나다니며 센 강물과 일모日暮와 조락凋落을 벗하고, 사람을 위해서 가장 귀한 것은 무어니 하여도 사람인 법이고, 바로 그 사람과 더불어 사물을 보고 즐기는 것보다 그럴듯한 길이 다시 없느니라고 새삼스럽게 재확인을 했던 기억이 주마등을 이룬다.

마차의 바퀴소리를 화사하게 울려주던 파리의 유서 깊은 자갈 길이 이제는 수많은 자동차의 타이어 밑에서 저항이나 하듯 굴곡 있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소르본느 근처의 화강암 석탑은 우중충한 아스팔트로 둔갑을 하고 드골을 실각시킨 5월 혁명의 이야기고 깊이 묻어버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제 그 석탑의 실루엣이 깔린 길은 마차바퀴가 달콤하게 울리던 옛적의 길이 마냥 아니다. 비위를 조금만 다쳤다가는 혁명이라 이름한 젊은이들의 손끝에 패여 팔매질에 쓰일 욕구불만에의 무기고 같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파리는 파리다. 에트왈광장 한가운데서 무명용사의 묘를 안고 있는 그 유명한 개선문도 노트르담 성당도 루우브르 미술관도 에펠탑도 이름 있는 거리 '샹젤리제Champse'lysees'. '몽마르트르Montmartre'도 의연 태명무심 한 듯 서 있는가 하면 새 물정에 눈을 밝히지 않은 순박한 인심처럼 한눈을 파는 일없이 다소곳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파리젠느Parisienne'의 매력이 있어 뭉실한 정회情懷만큼 파리는 돌고 있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란스럽게 교태를 부리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음성적으로 새침하고 콧대가 높은 것도 아닌 채, 자연발생적이며 구김살 없이 스스로를 시계바늘처럼 돌아가는 다이내믹-. 이것이 파리젠느의 매력이라면 그것은 또한 파리 자체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파리의 진실

흔히들 파리를 말한다. '문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 학술의 도시, 향락의 도시, 유행의 도시'라고.

이렇듯 파리는 그 명성을 나부끼고 있지만, 그토록 분주한 명성을 따라 자칫 어리둥절하다가는 그 어느 한 면모도 자세히 볼 수 없는 채로 훌훌 떠나버리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역사가 어떻고 연대가 언제인지 그것을 몰라도 상관없다.

보아서 아름답고 그 역사의 어느 한 토막 중에 기억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것과 더불어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슬렁거려 보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객수客愁의 멋을 알게 하는 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샹젤리제 번화가에서 몇 군데 노점 카페를 만나, 다리를 쉬면서 정겨운 새들이 부리를 비비대며 떨어질줄 모르듯 저물도록 얼굴을 포개고 있는 젊은이들을 구경도 하고, 쇼윈도를 들여다보기도 하며 콩코르드 광장까지 내쳐 걸어보자.

나폴레옹이 이집트 정복에서 끌어 온 높이 75 피이트에 무게 220톤이나 되는 탑 '오벨리스크'가 있는 콩코르드. 혁명 때 기요틴Guillotine이 세워졌고, 시인들이 연인과 더불어 걸으며 사람의 불길로 시를 쓰던 광장. 밤의 콩코르드는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다.

충충하게 괴어서 머무르는 것 흐르는 센강을 두고 누구인가를 맞을 준비에 가슴이 부푼듯 무더기로 밝혀진 등황색의 가로등, 그 등불 밑을 촘촘히 누벼 가슴에 아로새길듯, 뚜벅뚜벅 거닐던 발길이 샹젤리제 쪽을 무심히 내딛다가 무릎에서 힘이 빠지고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은 진득한 감동에 전신이 흐르르 녹아 내리리라.

길목마다 자동차는 홍수를 이루고, 그 차를 몰고 있는 사람들은 자동인형처럼 거의 기계화된 손놀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속도에 중독이 되어 과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총알처럼 달리는 서늘한 추태를 보이고 있는데, 그 밤 정경만은 그런 것들과는 상관 업는 장관이리라.

그것은 문명이라든가 기계화라든가 하는 기름내 풍기는 내용을 따질 필요 없는, 인간의 진보를 통해서 보는 한 순간의 팡파르와 아름다움이다.

세계의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깔끔하고도 사치스러운 불 무늬의 거리가 샹젤리제랄까, 콩코르드 광장, 부풀린 풍선처럼 무리무리 밝혀진 가로등 밑에서 개선문이 우람지게 지키고 서 있는 샹젤리제 거리의 자동차 불빛들을 바라보던 그 즐거움만으로 파리의 밑천은 다 뽑았다 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다.

^^^▲ 파리의 상징 에펠탑^^^

그러나 파리는 함께 할 정인情人이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는 곳.

지붕 밑 방에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딱딱한 빵 조각을 뜯어 먹으면서 그림공부라도 하고 있는 낭만적인 환장이 畵家가 아니고서는 루우브르의 그 하고 많은 그림도 감동을 제대로 불러일으킬 수 없겠거늘 하물며 센 강가, 밤의 샹젤리제, 어느 가도의 카페.

세상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 노릇이겠지만 특히 파리를 어정거리는 나그네를 에워싼 인심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별 다섯짜리의 호텔 방이면 아무리 그렇고 그런 곳이라도 하루 100불 이상. 한 일주일쯤 그런 곳에 묵다보면 방 값이 아쉬워져서 옮길 생각이 굴뚝같아 진다. 그런 계산아래 옮겨 들은 호텔이라는 것이 따분한 시설의 형편없는 곳.

시설만 형편없는 게 아니라 푸대접 또한 가관스러울 만큼, 프런트에서는 아직 햇볕을 보지 못한 배우 지망생의 병아리 같은 깔끔한 인상의 아가씨가 하나 앉아있었는데 다목적적 인물이었다. 인포메이션데스크, 레지스터, 교환 등 아니하는 것이 없는 형편이었는데, 그 예쁜 용모에 비해서 불친절이 가엾을 정도였다.

불어에 입도 못 떼는 손님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의사소통을 거부하듯 완강한 표정으로 영어사절이다. 아마 이래서 모두들 울며 겨자 먹기로 별 몇개 짜리 호텔을 찾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이 파리젠느의 특유한 모국어 사랑이라는 교육효과에서 오는 습관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상당한 횟수의 나들이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은 지레 알고 있다던가.

그 호텔을 나올 때에야 그 여자는 몹시도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계산하는 나를 대해 주었지만, 팁은커녕 거스름돈 한푼까지고 싹싹 쓸어서 차곡차곡 지갑에 넣고는 유유하게 돌아섰다. 그러나, 댓세동안 받은 불친절의 십분의 일도 갚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은 마냥 울울하기만 하였다.

앵 돌아 가는 파리, 예술의 쇼윈도

그러나 그런 것쯤은 대도시가 지닌 공해 같은 것에 불과하고, 하여간 파리는 다양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시골뜨기(?)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리도Lido"의 휘황한 무대가 있는가 하면, 몽마르트르의 가난하지만 다정한 처마 밑, 유서 깊은 루우브르 Le Lorvre와 역사가 얽힌 베르사이유 Versailles궁전, 파리교외의 숲이 얼마든지 아름다운가하면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잡담을 벌이는 라틴쿼터의 즐거운 소요가 있다.

그리고 거리 위에서, 혹은 카페 한 구석에서의 달착지근한 베에제, 베에제. 그런가 하면 멤버십의 나이트클럽이 두더지의 땅굴처럼 지하 2l층에 들어앉아 사이키딜릭 음악에, 조명에, 몸부림에 정신이 빙빙 앵 돌아 갈 광란도 있는 곳, 그곳이 파리다.

숱한 예술가의 이름과 함께 지금도 흐르는 유유한 강 센Seine. 그것을 가운데 끼고 북쪽의 몽마르트에서 남쪽의 몽파르나스Montparnasse까지 파리는 21세기를 지쳐 나가면서도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라는 명칭과 함께 가히 '예술의 수도'로서의 면목을 지켜왔다.

파리는 크게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지고 있다. 좌안左岸과 우안右岸. 안岸이란 말이 가리키듯, 이는 센 강가를 중심으로 흐르는 흐름을 쫓아 북쪽이 오른 편에 있고, 남쪽이 왼편에 위치한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호칭이 언제부터 통용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오늘날의 파리의 기본 골격이 나폴레옹 3세(1851-1870) 치하 때 오스만 시장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만은 하나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때부터 백년이 넘는 오늘날까지 파리의 엄청난 팽창에도 불구하고 국제도시로서의 파리젠느 이미지를 지켜, 우리의 꿈을 그대로 부풀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음은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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