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파리에서 제15차 총회를 개최하고 디지털세(필라1, 필라2)에 대한 성명문(Outcome Statement)을 발표했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이른바 ‘디지털 (과)세(Digital Tax)' 부과에 대한 논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진행되어 왔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 138개 국가와 지역이 조약의 큰 틀에 합의했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목표로 하고 있던 2024년부터 1년 늦어져 2025년 중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인세는 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디지털 기업’은 사업장의 소재지 외에서도 수익을 발생하므로 ‘가치 창출과 과세권 배분의 불일치’에 따른 조세의 회피 발생 가능성으로 ‘디지털세’에 관한 논의가 개시되었다.
기존의 과세 제도를 보면, 각 국가에 설치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실체가 있는 수익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졌으나, 사업의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확대됨에 따라 과세권 배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됨으로써, 현재와 같은 과세 방식으로는 디지털 기업이 여러 국가에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대규모의 수익을 얻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세율이 낮은 국가에 지사 등을 설립, 낮은 법인세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조세회피가 가능한 구조이다.
OECD는 거대 IT 기업에 적절한 세금 부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꾸준히 그리고 공정하게 여러 국가들이 실시함으로써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기후변화 등 자금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
현행 ‘국제 과세 규칙’은 주로 제조업을 상정한 것으로 자국에 공장이나 지점 등 '영구적 시설'이 없는 기업에는 국가가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을 1920년대부터 유지해 왔다. 그것을 약 100년 만에 재검토하는 역사적 전환이 된다.
세계 경제의 중심은 기존의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 등의 서비스업으로 이행했다. 인터넷 보급으로 공장이나 지점이 없어도 전 세계에서 어디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세제도 바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제로 거대 IT 기업은 인터넷 통신 판매와 디지털 광고 등의 사업을 전 세계에 전개해 거액의 이익을 얻고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국가는 영구적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한 과세가 되지 않았다.
디지털 과세에서는 매출액이 200억 유로(약 28조 6,086억 원)를 초과하고, 매출액에 대한 이익률이 10%를 초과하는 기업이 과세 대상이 된다. 이익 가운데 매출액 대비 10%가 넘는 부분에 대해 25%를 서비스 이용자가 있는 '시장국'으로 나눈다. 각국에서의 매출액에 따라 분배하는 구조다.
원재료비가 큰 제조업은 이익률이 10%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은 IT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100개 정도가 될 전망이다. 미국 구글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과 더불어 일본의 NTT 등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OECD는 신규 룰에 의해 세계 전체에서 연 약 16조 원~ 약 45조 원 정도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시산하고 있다. 한국도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는 적절한 과세를 도모해야 하겠다.
한편 조약 발효에는 대상 기업이 많은 미국의 비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의 동의가 조건이지만, 야당 공화당이 자국기업의 세금 부담 증가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만일 조약이 발효할 수 없는 사태가 되면 유럽 등이 실시한 거대 IT 기업에 대한 독자적 과세가 다시 잇따르게 되어, 기업 활동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각국 마다 별도의 디지털 과세 법안을 성립시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8개국과 지역이 합의한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 국제협조를 우선해 의회의 설득에 전력을 해야 한다. 한국도 유럽도 공평한 세제 실현을 위해 강력한 반대세력 공화당이 있는 미국에 강하게 요구해 미국이 비준절차를 마무리 공평한 국제 과세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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