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지켜온 마을 수호목에게 청하는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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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지켜온 마을 수호목에게 청하는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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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마을어귀에 솟대세우고 금줄치기 행사 가져

^^^▲ 풍물놀이^^^

하늘, 땅, 사람 생명과 평화를

거제시 한내마을 어귀에서부터 도로를 따라 해변 모감주 숲에 이르기까지 1㎞이상 솟대가 세워지고 금줄이 쳐졌다.

한내마을 주민들이 세우고 내건 솟대와 금줄은 이 마을을 300년이나 지켜온 수호목인 모감주나무에게 주민들이 진심으로 청하는 화해의 ‘노란 손수건’이었다. 또한 환경오염으로부터 고향을 지켜내겠다는 주민들의 약속이기도 했다.

21일 낮11시 이마을 해변가 모감주군락지(경남도 지정문화재)에서 마을의 오랜 방풍림이요 보호수로 자리해왔던 모감주 군락지를 보호하고, 환경오염으로부터 건강한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모인 한내리 주민들이 마을 지킴이 '솟대세우기' 와, '모감주 나무 금줄치기' 행사가 열렸다.

^^^▲ 제를 올리는 모습^^^

소리울패의 신명난 풍물한마당에 이어 김상출 단장이 앵산산신, 남해바다고현만, 한내천 용왕, 모감나무숲 당산신등을 청하는 고천문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솟대세우기와 모감주 나무 금줄치기는 마을 주민들의 대동제적인 성격을 띄었다.

김단장의 고천문에 이어 거제중앙중학교 3학년 서인애 양은 이마을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을 지킴이 ‘모감주 나무에게 드리는 기원문’을 낭독했다.

^^^▲ 기원문 낭독^^^

“너는 3백번이나 해가 바뀌도록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 이 해변에서 묵묵히 비와 바람과 이슬과 햇빛과 바람을 벗 삼아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너를 잘 몰랐고, 또 모른채 했다”라고 시작한 기원문은 A4지 3장 분량으로 쓰여졌다.

기원문은 “모감주 나무가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동네를 지키며,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간 동네 지아비들의 무사귀한을 기다리며, 너는 여기 연초면 한내리 바닷가에 서서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 주었다. 오직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을 위한 쉼터가 되어주면서 모진 세월을 견디어 온데 대해, 무엇하나 도와준 것 없이 혜택만 입어온 인간을 대신해서 깊이 고개숙여 사죄하고 감사드린다”고 적고 있다.

^^^▲ 솟대 세우기 행사모습^^^

또한 “최근 모감주 숲 인근에 조선기자제 공장들이 함부로 들어서서 망산의 산 바람을 막고, 망산의 소나무 친구가 전해주는 솔향기 대신 독하디 독한 페인트 냄새를 맡게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독한 염산 냄새와 폐수로 너의 생존을 위협하려해 우선 위험에 처한 너의 생명을 위해 너의 건장한 허리춤에 무환과 만수를 기원하는 금줄을 두르려 한다”고 했다.

^^^▲ 행사모습^^^

이날 행사에는 마을주민과 면장, 시의원, 환경단체관계자, 조선협력업체 사장 등 이 자리해 관심있게 지켜봤다.

^^^▲ 행사모습^^^

모감주 나무에게 드리는 기원문

나무야
모감주 나무야
우리가 그동안 너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하고 싶다.

너는 300번이나 해가 바뀌도록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 이 해변에서 묵묵히 비와 바람과 이슬과 햇빛과 바람을 벗 삼아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동안 너를 잘 몰랐고, 또 모른채 했었다.

너의 나이 어언 300년
네가 이 척박한 거제도 해변의 땅에 뿌리를 내려 대지를 꽉 껴안은 그 때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시대였고 1700년대 혹은 1600년대 후반이었을 것이야.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우리가 응애 하고 태어나 이렇게 살아오는 것을 그 유구한 시간의 뒤바뀜을 너는 그동안 죽 지켜보고 있었겠지.

나무야 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그건 엄청난 실례인줄 알지만 그래도 나무님 나무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것 보다 가까운 말인 듯 싶어 오늘만이라도 모감주 나무야 하고 부르는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주렴.

오늘 여기와서 굽어지고 휘어진 내 모습을 보니 맘대로 굽은 듯 하지만 현란하고, 현란한 듯 하지만 잘 절제된 자유의 벋음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도 장차 이 세상을 살아내면서 함부로 인 듯 하지만 자유만을 한껏 바라는 듯 하지만, 결국은 잘 절제된 자유, 필요없는 것을 버리면서 얻어내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그렇게 잘 자라고 싶다는 것을 느낀다.

해마다 초여름이면 화려한 잎과 노란 꽃잎을 하늘을 향해 헌화하듯 피워올리던 너는 이제 가지고 있던 잎들, 저 아래 작고 여린 풀들에게 다 떨구어 피와 살이 되게 하고 벌레들의 잠자리를 만들어 주고, 땅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내어줄 것 다 내어주고 청정한 가난함으로 겨울 하늘을 향해 묵묵히 서서 오직 바람소리를 듣는구나. 아름다운 한폭의 수목화와도 같은 형상을 가졌구나.

네 열매 또한 가운데 조그만 홈이 있어 구슬과도 같이 아름다워서 스님들이 실을 꿰어 염주로 만들었다니 새삼 신령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너희를 염주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지.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동네를 지키며,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간 동네 지아비들의 무사귀한을 기다리며, 너는 여기 연초면 한내리 바닷가에 서서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이 자리를 지켜 주었다. 오직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을 위한 쉼터가 되어주면서 모진 세월을 견디어 온데 대해, 무엇하나 도와준 것 없이 혜택만 입어온 인간을 대신해서 깊이 고개숙여 사죄하고 감사드린다.

그런데 이즈음 네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주변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변화할 위험에 처해있어 오늘 너희가 모인 모감주 숲에와서 이렇게 기원과 약속을 드리려고 해.

네 등 뒤로는 조선기자제 공장들이 함부로 들어서서 망산의 산 바람을 막고, 망산의 소나무 친구가 전해주는 솔향기 대신 독하디 독한 페인트 냄새를 맡게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독한 염산 냄새와 폐수로 너의 생존을 위협하려 한단다.

네가 살수 없는 땅에는 다른 짐승들도 물론 우리도 살수 없단다.
유사이래도 우리마을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너가 실로 엄청난 위험헤 처해있다는 것을 300년이나 산 너는 그 신령스러운 예감으로 이미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너는 쉬어가는 사람들의 쉼터가 아니라, 어느 중소기업의 정원수로 취급되다가 끝내는 죽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중대한 위험에 처해있다.

이 소식을 듣는 너는 어쩌면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다가 조금씩 말라죽느니 너무 오래 살아온 것을 후회하며 뼈속 깊이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너는 저 앞바다에 걸어갈 수만 있다면 걸어들어가 소금물에 몸을 담그고 죽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 아직은 어리고 힘없는 우리가 너와 한가지 약속한단다. 우선 위험에 처한 너의 생명을 위해 너의 건장한 허리춤에 무환과 만수를 기원하는 금줄을 두르려고 해 우리는 너희가 지금까지 자라온 이환경속에서 생명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켜주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며 너희 또한 그 특유의 신령스러운 힘과 기운을 모아 네가 이땅의 주인임을 당당히 온 생명계에 알려줄 것을 당부한다.

아름다운 당신 모감주 나무야.
예로부터 우리조상들은 당산나무나 거북이나 뱀 등 오래묵고 해묵은 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하지 않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있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산업기술이 발달하고 산업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해 오면서부터 언젠가부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버리고 신령스러움을 믿지 않으며 돈을 벌기위해서는 오래된 것이든 뭐든 팔아먹고, 없애버리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게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우리는 너가 사라지기를 결단코 원치 않는다. 부디 봄의 새잎과 여름의 샛노란 꽃과 가을의 열매를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인간이라는 생명이 오래되고 오래된 너의 나무의 생명을 함부로 가로막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알리고 호소하고 노력할 것을 다시한번 약속하며 너가 우리마을 사람들과 힘과 영혼을 모아 끝끝내 싸워 이겨서 건강하게 살아남아서 만수무강하기를 간절히 간절히 희망하고 기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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