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는 날에는..아파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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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는 날에는..아파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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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베니니의 <피노키오>와 마저리 윌리암스의 <우단토끼>

<피노키오>, 로베르트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반했던 나는 그의 영화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찾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피노키오>는 내게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입구였다.

어린 시절 TV 속에서 피노키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귀엽고 앙증맞아서 홀딱 반했다. 특히 배의 껍질은 안 먹겠다고 하더니 껍질은 물론 시거운 뱃속까지 다 먹던 피노키오의 표정은 아주 재미있었다.

그때는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때 늘어나는 코의 길이가 궁금하기도 했다. 아무튼 21세기의 피노키오 역시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늘어났고 시끄러웠으며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말도 많고 빠르게 왔다갔다하며 혼을 쏙 빼 놓는 모습이 여전했다.

스토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자식 없이 외롭게 사는 제퍼트 할아버지가 소나무로 인형을 만들고 그 이름을 피노키오라고 부르는 데서 시작한다. 학교 가는 길, 서커스단에서 얻은 금화 다섯 잎을 여우와 고양이의 꾀임에 빠져 빼앗겼다.

그리고 감옥에서 만난 친구, 로베르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와 함께 장난감나라로 갔다가 당나귀가 된다. 물론 파란요정의 도움으로 말썽꾸러기 나무인형 피노키오에서 제퍼트 할아버지의 진짜 피노키오가 되는 것도 똑같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피노키오, 할아버지, 파란요정 등 인형들의 역할을 배우들이 한다는 것이다. 파란요정은 주름이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특히 피노키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랑이 가득했다.

또, 나이 많은 중년 아저씨, 로베르트베니니의 모습은 천상 피노키오였다. 개구지고 순진한 모습이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깡충깡충 들뛰며 광활한 대지를 달려가는 모습, 말대꾸 꼬박꼬박하며 대드는 모습이 정말 아이 같았다. 피노키오 같았다. 왼발과 왼팔이, 오른발과 오른팔이 함께 나가면서 뛰는 모습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를 표현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파란요정의 도움으로 착해진 피노키오가 할아버지에게 우유를 더 많이 드리기 위해 일하는 모습은 가슴 따뜻하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하나뿐인 외투를 팔아 책을 사왔던 것처럼 피노키오도 피곤하고 힘들지만 열심히 일한다. 이렇게 피노키오가 쉽게 얻어지는 것 없다는 것을 알아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나는 피노키오가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동화 마저리 윌리암스의 <우단토끼> 생각이 났다.

어느 소년이 크리스마스선물로 받은 토끼 인형이 처음에 잠깐 사랑을 받다가 값비싼 다른 장난감에 밀려 푸대접을 받게된다. 이때 그 방에서 소년과 오랜 시간을 보낸 지혜로운 가죽 말에게 묻는다.

"진짜가 뭐야? 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고 손잡이가 튀어나오는 거야?"
"진짜라는 건 네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달려 있는 게 아니야." 가죽 말이 말했다.
"그건 너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 말하는 거란다. 어떤 아이가 널 오래오래 사랑해 주면, 그냥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정말로 너를 사랑하면, 그러면 넌 진짜가 되는 거야."
"그러면 아파?"
"어떤 때는....... 그렇지만 진짜가 되면 아파도 괜찮아."
"그게 태엽을 감을 때처럼 단번에 되는 거야, 아니면 조금씩 되는 거야?" 토끼의 질문에 가죽 말이 대답했다.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지. 그래서 쉽게 망가지거나 모가 나거나 살살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아. 대개 진짜가 될 때쯤에는 하도 손을 많이 타서 아주 초라하게 되지.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아.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다시는 미워질 수가 없거든.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한테는 말고 말야."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늘 데리고 자던 강아지 인형을 잃어버려 토끼를 안고 자게 된다. 그때부터 우단토끼는 진짜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서서히 알게되었다. 그리고 털도 다 빠지고 보잘것없지만 소년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요정에 의해 진짜 움직이는 토끼가 된다. 피노키오처럼.

천방지축 착하고 순진한 피노키오는 세상의 이러저러한 경험을 하고 방황하며 혼란을 느끼고 난 후에야 할아버지에게로 돌아온다. 우단토끼 역시 버림을 받은 아픔을 겪은 후에 소년의 사랑을 받고 진짜가 된다. 사랑 받는 날에는 누구나 진짜가 될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사랑과 믿음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 이리라. 그래서 진짜가 되는 길은 힘들고 멀고 먼 길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 길을 가는 것은 가죽 말의 말처럼 아파도 괜찮을 만큼 진짜가 되고싶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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