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수가 늘면 의료비가 증가합니다
의사의 수가 늘면 의료비가 증가합니다
  • 김광진
  • 승인 2003.07.17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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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수와 의료비용


요즘 동네마다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축건물마다 의원이나 한의원, 치과가 들어서거나, 의원임대 환영 등의 현수막이 내걸립니다. 이 모든 것이 요즘 의료인 즉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늘어나니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우선 가까운 곳에 의원이 생겨 편하게 찾아갈 수가 있습니다. 또 같은 동네에 의원이 몇 개 씩 있으니 서로가 친절해 집니다. 이젠 예전보단 훨씬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유명병원에서는 아직도 3시간대기 3분 진료가 여전하지만, 동네의원에서는 대부분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진료를 받을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의원들이 경쟁이 되니 인테리어 또한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참 쾌적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젠 정말 소비자 주권의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찾아보면 꼭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환자의 진료 빈도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서 전체 수진횟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의원의 수가 늘어가서 더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엔 가기 꺼리던 병의원 이용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더 늘어난 의사들이 자신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의료수요를 늘리는 것입니다. 가깝게는 같은 병의 치료를 위해 전보다 좀 더 자주 병의원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멀게는 각종 클리닉을 만들어 전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의료수요를 유발하게 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이것을 의료관리학이나 사회의학 용어로 표현을 하면 ‘의사의 수가 의료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자연히 의료보험의 재정압박의 한 원인이 됩니다. 정부에서는 의사의 수를 늘려서 의사1인이 담당하는 국민의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과대학의 여기저기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생겼고, 매년 3000명이 넘는 새로운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과대학이란 기본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일정한 수 이상의 정원이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의과대학 입학에서부터 전문의자격을 따고, 군의관을 마치고 사회에 배출되기까지는 13년에서 14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즉 지금 당장 의과대학 정원을 줄이더라도 최소 13년 동안은 많은 수의 의사가 계속 사회에 배출되는 인력수급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활동하고 있는 의사의 수는 약 6-7만 명가량이라고 합니다. 이중 대부분의 의사 인구의 분포는 중년층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당장 의대입학 정원을 줄이더라도, 최소 13년간은 매년 3000명 이상의 전문의 들이 계속 배출될 것이고, 현재 의사인구 분포중 장년층의 비율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배출되는 의사의 수에 비해 은퇴하는 의사의 비율은 상당히 작을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는 의사의 수가 적정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지금부터 의대정원을 줄이더라도 약 7년 후에 적절한 의사 수에 이른 후 6-7년간은 계속 필요이상으로 많은 의사들이 배출될 것이란 결론이 쉽게 나옵니다.

그런대도 아직 의대정원을 줄이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습니다. 각 의과대학마다 로비가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의사사회에서 자기 학교 출신의사의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동문회의 역학관계가 정해지기 때문에 각 의과대학마다 정원을 줄이기를 꺼리는 것입니다. 정원이 그리 많지 않은 신설의대의 경우는 정원을 더 줄이면, 정상적인 수업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원을 줄이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결국 정원이 많은 전통이 오래된 의대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은 전통만큼 많은 동문들이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어렵, 신설의대를 폐지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결국 의료문제도 개개인의 의사와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을 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 입니다.

물론 의사의 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수의 의사들이, 기본적인 진료만이 아니라,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에 매달리게 되면 우리나라가 의료의 선진국이 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는 대체의학이 아직은 정통의학으로 편입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많지만, 좀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효과가 부족한 것이 걸러지고 효과가 입증된 것만 남게 된다면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사회가 더 많은 의료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방향을 정해야 할 때입니다.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에 맞추려면 의대의 정원을 하루라도 빨리 줄여야 합니다. 만약 우리사회가 의사의 수를 늘여서 의료의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려면, 건강과 보건에 대한 사회적 지출을 늘리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방향설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속적인 의사의 과잉배출이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사회는 의료문제와 관련하여 또 다른 열병을 치루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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