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공연에 대한 內外信의 호들갑과 달리 탈북자 등 북한사정에 정통한 이들은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김정일 先軍독재를 對外的으로 정당화하는 「정치적 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많다.

좌파언론은 물론 소위 보수언론조차 이번 공연을 『北美해빙의 전조』 등으로 묘사하며, 의미부여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의 공연수락을 核폐기와 개혁·개방의 신호탄은 물론 단순한 美北관계 개선의 징후로 해석하기에도 객관적 근거가 빈약한 상황이다.

자유기업원 이춘근 부원장은 『평양공연은 북한이 미국을 잡으려는 시도의 일환이지만, 「反美」는 북한에게 일종의 국가정신이고 「反美」를 버리면 국가존립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한 뒤, 『美北관계 개선은 북한이 섣불리 나서기도 어려운 과제』라며 이번 공연에 현상변화와 같은 특별한 의미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체험한 탈북자들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對內的으로 주민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對外的으로 김정일 先軍독재를 합리화해 준 꼴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주민 문화충격?』 탈북자들 코웃음

탈북자 이금룡씨(자유북한방송)는 『내외신은 뉴욕필 공연이 북한전역 생중계돼 문화충격이 엄청났을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지만, 평양을 제외한 지방은 당국이 전기를 공급해줄 때만 TV시청이 가능하며, 그나마 수력발전이 돌아가지 않고 비싼 화력발전만 돌아가는 겨울에는 「기념보고대회」같은 북한정권 공식행사조차 TV로 보지 못한다』며 「북한주민 문화충격」 운운 기사에 코웃음 쳤다.

탈북자 김승철(북한개혁방송 대표)씨는 『東평양대극장 바깥과 북한의 전국 각지 주민들은 음악은커녕 당장 먹을 게 없고 추위를 이겨낼 대책도 없는 상황이고, 오히려 공연을 계기로 동원과 세외부담 등이 많아져 주민들 고통만 늘어날 뿐』이라며 『공연을 관람한 1500여명의 黨간부들과 특권층은 감동받았을지 모르지만, 이번 공연은 전체 북한주민들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코메디에 불과하다』 잘라 말했다.

『언론, 노예인 북한주민 살리는 데는 무관심』

탈북자 박상학(자유북한운동 대표)씨는 『김정일은 주인이고, 주민들은 노예인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말한 뒤 『양심 있는 사람이면 주민들을 어떻게 살리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번 공연은 김정일 인기만 올려주고, 주민들 고통은 감상적 분위기에 묻어버렸다』며 『아마 지금쯤 김정일은 선군정치의 외교적 승리를 자축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김대성씨(자유북한방송)는 『130여명이나 몰려간 남조선과 외국의 기자들이 기껏 관심을 보였던 것은 김정일이 변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추측이었을 뿐, 비참한 노예로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에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뉴욕필 공연은 결과적으로 김정일 선군독재를 대내외적으로 강화해주는 한심한 공연이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 조갑제닷컴 金成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