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특집> 보약이 되는 '토종닭 한방백숙' 따라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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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특집> 보약이 되는 '토종닭 한방백숙' 따라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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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누구나 할 수 있는 토종닭 한방 백숙

 
   
  ^^^▲ 한방백숙 먹고 기운내세요. 땀 한 번 뻘뻘 흘리고 나면 몸이 가뿐해집니다. 독자여러분 건강하세요. 저만 미리 먹어서 죄송합니다. 당일날 또 먹을 생각입니다.
ⓒ 김규환^^^
 
 

<삼복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면 다가오는 가을이 즐겁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복(伏) 날 최고의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삼계탕이다. 남녀노소 종교를 떠나 삼계탕(蔘鷄湯)을 최고로 친다. 삼계탕은 인삼에 토종닭이 제격이겠으나 입맛도 가지각색, 체질도 천양지차인지라 이번에는 인삼(人蔘, 수삼, 홍삼 등) 대용으로 다른 걸 넣고 보신(補身)에 힘써 무더운 여름철을 슬기롭게 잘 나보자. 중복(中伏)과 말복(末伏) 사이가 20일 터울이나 되니 올 더위도 보통은 아닐 성싶다.

더위를 피해 견공(犬公)이 사람(人) 그늘에라도 숨고 싶은 복(伏) 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다. 시원한 것만 찾다가 화장실 들락날락 하느니 이열치열(以熱治熱) 정신으로 똘똘 뭉쳐 IMF 보다 더 힘들다는 경제난을 극복하는 밑거름으로 삼자.

수박 한 덩이로 때우고 지나칠 수도 없고 비싼 멍멍이를 먹기에도 가계 사정이 빠듯한 분들을 위한 특별식(特別食)을 소개한다.

마당에 돗자리 깔고 발 담그면서 먹으면 피서(避署)가 따로 없다.

 

 
   
  ^^^▲ 황기, 오갈피, 엄나무, 대추, 찹쌀, 부추, 파, 마늘, 양파. 감초와 은행은 는 누락됨.
ⓒ 김규환^^^
 
 

<시장보기와 재료준비>총 재료값 2만원 전 후. 4~5인 분

토종닭 6,500원/ 마늘 1,000원/ 양파 1/4쪽/ 굵은 소금/ 부추 500원/ 오갈피 3,000원/ 대추 다섯 개/ 황기 3,000원/ 엄나무 2,000원/ 찹쌀 반되(400g) 1,500원/ 소주 두 병 1,600원/
풋고추 1,000원/ 정수기물

*<주의할 점>*

1. 영계 몇 마리보다 토종닭 한마리
이왕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이라면 닭은 영계보다 다소 큰 토종닭을 선택하는 게 좋다. 3천 원 짜리 세 마리 사느니 6~7천 원 짜리 한 마리가 낫다. 채 20일도 자라지 않은 영계가 뭘 그리 몸에 좋다고들 찾는지. 항생제를 아직 떼지 않았으니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

2. 약재는 약재상에서 일괄 구입
중복과 말복을 생각해서 닭집보다 약재상에서 일괄 구입하는 게 저렴하다. 발 품을 오래 팔지 않아도 된다.

3. 찹쌀 구입
쌀가게에서 1되 이상을 사서 다음에 쓰는 게 남는 장사다.

4. 물과 소금
음식 맛은 물이 좌우한다. 물은 정수된 물이나 생수를 구입해서 쓰는 게 좋다. 소금은 죽염을 쓰기 힘들면 가는 소금과 꽃소금 종류를 피하는 게 좋다. 음식맛을 앗아가는 원인이 된다. 씁쓸한 것은 가늘 소금 때문이다. 굵은 소금을 볶으면 잘게 부서지고 짠맛을 덜어내고 먹기에도 좋다.

*참고로 이번에 필자는 오갈피와 엄나무는 직접 산에서 채취한 걸 사용했으니 그 값은 제하는 게 맞다. 위 가격표에서 약재는 2~3회 분량을 일괄 구입했다.

 

 
   
  ^^^▲ 한 곳에 너무 오래 구우면 탈 수도 있습니다. 휘휘 돌려가며 몇 차례 반복하면 그림처럼 노릇노릇 해집니다. 시장에 오리 구워진 거 보셨죠? 그 정도 때깔이면 됩니다. 백숙하다가 그냥 떼서 소금찍어 드시면 백숙 못하니 조금만 참으세요.
ⓒ 김규환^^^
 
 

<둘이서 하면 더 즐거운 요리>
잘 하는 일을 중심으로 분담을 하자. 어려운 과정도 없다.

1. 닭 굽기 및 손질

물에 튀겨서 잡은 닭은 백숙을 해 놓으면 흐물흐물 해진다. 비법 하나를 소개하면 닭을 사와서 물기를 적당히 말리고 그림과 같이 가스레인지 불이나 토치 램프로 껍질을 태우는 작업을 1차로 해준다. 닭을 오래 삶아도 흐물흐물 해지지 않고 쫄깃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약간 노랗게 변하면 멈추는 게 좋으므로 굳이 까맣게 타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

태우기를 마치면 물에 담가 허파와 기름을 제거하고 꼬리털 있는 곳이 잘려지지 않았으면 칼로 도려내 지방질을 최소화한다. 닭집에서 손질 해주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2. 솥 준비

어떤 음식이든 제맛을 내려면 요리하는 솥도 꽤 중요하다. 쇠보다는 질그릇 등 큰 뚝배기를 활용하여 약재의 효능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자. 닭이 커서 다 들어가지 않으면 먹는 양을 조금 줄이면 되니 다리 하나는 떼어서 다음에 요리하는 게 낫다.

 

 
   
  ^^^▲ 노란 부분이 기름덩어리니 잘 떼어내십시오. 허파도 골라 떼 내시면 됩니다. 꽁지 잘라졌겠지요? 피도 씻어내면 됩니다.
ⓒ 김규환^^^
 
 

3. 약재 등 재료 준비

약재는 오래 담가두지 않는다. 먼지만 털어 낼 정도로 찬물에 씻는다. 마찬가지로 대추도 물에 씻으면서 약간 부드러워지면 칼집을 내서 벌리면 씨를 쉽게 빼낼 수 있다.

약재는 인삼을 쓰는 것도 좋으나 인삼 향이 싫거나 체질적으로 맞지 않으면 황기와 오갈피로 대체하는 게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먹기에도 편하다. 인삼은 독소가 강한 대가리 부분을 잘라내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황기>노랗기도 한 말린 황기는 잔털이 있는 것 서너 뿌리면 족하다. 시장 닭 파는 곳이나 약재상에 있다.

<오갈피>만평통치약으로 불리는 오갈피(오가피 五柯皮)는 한 뼘 길이 예닐곱 개 넣으면 좋다. 너무 적게 넣으면 닭냄새가 나고 과다 사용하면 약간 쓴맛이 나니 그 정도가 적당하다.

<엄나무>잡귀를 쫓아내는데 썼던 억센 가시나무 엄나무(일명 음나무)는 강원도에서 ‘개두릅’이라 부른다. 한 뼘 길이 서너 개 쓰면 적당하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사람들이 먹는 게 이롭다. 이 약재의 특성은 내장에 기름기 또는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밤과 은행>밤(栗)과 은행(銀杏)을 홀수로 각각 5쪽, 9알을 추가로 넣어보자.

<약방에 감초>끝으로 약(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감초(甘草) 세 토막을 넣어 중화작용을 돕고 단맛을 가미한다.

<마늘과 양파>마늘은 시장에서 한 줌 반 정도를 꼭지를 따서 씻어 놓고 양파는 1/4 분량을 덩어리로 썰어 놓는다.

 

 
   
  ^^^▲ 대추 손질 중입니다. 먼저 씻고 약간 부드러워지면 길게 칼집을 내고 벌리면 마른 것도 빠집니다. 칼끝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이 키우다보면 신경쓰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 김규환^^^
 
 

4. 끓이기-소금 반 스푼 미리 넣기

끓는데 꽤 시간을 허비하는 지라 준비된 약재와 마늘 양파를 바닥에 깔고 위에 닭을 집어넣는다. 나중에 꺼내기 쉽게 약을 위에 올려도 무방하다. 물의 양은 쌀 양과 닭의 크기를 보아 넉넉하지만 넘치지 않게 적당히 붓는다. 개량 컵을 이용하여 차차 늘려 가는 게 속 편하다.

비법 두 번 째를 소개하면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닭고기든 간에 덩어리 째 삶을 때는 소금간을 미리 하지 않는 게 원칙이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오히려 굵은 소금 1/2 숟갈이 못되는 분량을 넣으면 고기가 풀어질 염려가 없이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거니와 고기 간이 적당하여 먹어 보면 확실히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초기에는 최대로 불을 강하게 하여 바로 끓게 하고 한 번 제대로 끓었다 싶으면 뚜껑을 열지 않은 채 중불 이하로 줄여 지그시 고루 익게 한다. 1시간 가량이 적당하다.

 

 
   
  ^^^▲ 손질이 끝났으면 자, 지금부터 끓이겠습니다. 솥이 작군요. 아내와 아이들만 먹을 땐 이걸로 충분합니다. 절반만 하거든요. 버티다가 잠시 후 다른 솥으로 옮겼습니다.
ⓒ 김규환^^^
 
 

5. 기타재료 준비와 찹쌀 넣기

지그시 오래 끓는 동안 마저 재료 준비를 한다. 찹쌀을 미리 씻어 불렸다가 언제라도 넣을 준비를 하고 부추를 씻어 물기를 빼서 쫑쫑 썰어둔다. 또한 굵은 소금을 프라이팬에 볶으면서 후추를 약간 더하여 찍어 먹을 수 있게 한다.

신 김치를 준비하고 양념된장을 만든다. 양념된장은 된장 2에 고추장 1 비율로 섞고 다진 마늘과 잘게 썬 양파를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어 섞어주면 누구나 일류 요리사다.

찹쌀은 미리 밥통에 약간 질게 밥을 해놓을 수도 있으나 번거로우므로 15분 전 쯤에 넣어 푹 퍼지게 한다. 따로 물을 붓지 않아야 한다. 쌀을 털어 넣고 숟가락으로 고루 섞이게 하고 다시 센 불로 끓이다가 팔팔 끓으면 불을 약불로 줄여 퍼지게 하면 완성 단계에 이른다. 닭 내부에 쌀이 뭉치면 설익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떠낼 즈음 썰어둔 부추를 위에 뿌리고 약간 싱겁다 할 정도로 소금간을 마저 해준다. 소금을 많이 칠 경우 식게 되면 짜서 전체를 못 먹게 되는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 솥을 옮겨 팔팔 끊였습니다. 아까는 없던 황기가 등장했습니다. 김규환식은 쌀을 먹기 10여 분 전에 넣습니다. 그러면 살이 훨씬 부드럽고 고기가 말라 비틀어지지 않습니다.
ⓒ 김규환^^^
 
 

6. 그릇 준비와 먹기
큰 접시 한 개, 각자 죽 그릇을 마련하고 양념된장, 볶은 소금, 김치, 양파 썬 것, 풋고추, 오이 등을 올려 자칫 고기에 물리는 걸 방지한다.

먼저 닭을 데지 않게 조심히 건져 고기부터 일단 뜯는다. 고기를 적당히 먹고 죽을 퍼서 먹는다.

 

 
   
  ^^^▲ 다 끓어 쌀이 푹 퍼졌으면 부추를 넣고 꺼냅니다.
ⓒ 김규환^^^
 
 

7. 백숙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 <후기>

이런 방식으로 닭백숙을 나는 500번 가량 했다. “향기 가득한 집-쳥산”에서 빈집을 빌려 민박을 혼자 치면서 시작된 음식 만들기는 아내 덕에 지금도 손을 놓지를 못하고 있다. 그 때는 가마솥에 이것저것 약재를 산에서 직접 채취하여 장작불로 푸짐하게 끓여주니 사람들은 “이래가지고 남습니까?”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도 전적으로 혼자서 했다. 아내와 애들 막내고모도 지켜만 볼뿐이었다. 참 맛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리에 앉기를 권유하자 해강, 솔강이와 함께 다섯 명이 모였다.

 

 
   
  ^^^▲ 벌써 어른 셋이 먹는데도 이렇게 사라지는 군요. 고기가 몇 점 남았을 때 닭죽을 퍼오십시오. 물의 양 조절과 쌀 분량 조절은 상관 관계가 많습니다. 물이 적으면 쌀을 줄이면 되겠습니다. 조개젓도 차렸습니다.
ⓒ 김규환^^^
 
 

아이고모: “밖에 나가서는 못 먹겠어.”

나: “왜야?”

아이고모: “맛도 없고 약될 것 같지도 않아.”

나: “진짜를 못 찾아서 그렇지.”

아이고모: “잘 한다는 여러 곳을 다녀봐도 맨 날 똑같아.”

나: “사실 가든에서 토종닭이라고 파는 것 거의 가짜다. 나도 밖에 나가서 안 먹잖아.”

아내: “왜요? 크기는 비슷하던데요.”

나: “닭도 기른 날이 한 달 정도 밖에 안되기도 하지만 3,500원 짜리 사다가 마늘 5쪽, 멥쌀 두 줌 넣고 3만원 받으니 그게 가짜가 아니고 뭐여?”

아이고모: “참 너무하지 않아? 약재도 거의 들어가지 않고.”

아내: “그러게 말예요. 음식장사하면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네요.”

아이고모: “오빠가 해주는 것 한 번 먹으면 밖에서 따로 먹을 일이 없다니까.”

나: “그럼 나 더러 죽을 때까지 하라는 건가? 하하하.”

아이고모: “닭 요리는 오빠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인 것 같아. 더구나 약재도 대부분 직접 구했잖아.”

아내: “당신이 하면 닭 냄새도 안나요.”

나: “알았어요. 칭찬이 과하다. 얼른 먹읍시다.”

아내: “그건 그렇고 정말 쫄깃쫄깃 쫀득쫀득하게 잘 삶아졌네요. 왜 저는 이렇게 안 되는 거죠? 조금
오래 삶으면 확 풀어져 흐물흐물 해지고 말던데.”

나: “그러니 아무나 못하는 거죠. 적당한 때 그만 둬야하니 말이오.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결이 있잖소.”

아내: “불에 먼저 그을리시던데 원래 그렇게 하는 거예요?”

나: “아뇨. 어릴 적 해먹었던 방식에 가깝게 해보자고 유명산에서 다시 차용하여 써먹어 터득한 거지요. 닭 껍질이 얼마나 쫄깃합니까? 가슴살도 팍팍하지가 않잖아요. 한가지 더 말하면 소금을 약간 미
리 넣는 것도 일조를 한 겁니다.”

 

 
   
  ^^^▲ 찹쌀을 반되 400g을 했는데도 얼마 남지 않더군요. 두 그릇은 다음날 아이들에게 줬습니다. 이 죽에 소주 한잔 해도 쉬 취하지 않습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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