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핵 아닌 회의 강국” 한 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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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핵 아닌 회의 강국” 한 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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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무슨 회의가 하루 3번이나" 비판 대학생 3명 총살

이달 초 당국 사상 교양 강화 정책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인재 3명이 비밀처형된 사건이 벌어졌다고 데일리NK가 17일 전했다.

매체의 북한 내부 소식통은 16일 “김책공대(김책공업종합대학) 수재조(秀才組) 20대 남학생 3명이 회의가 잦다고 당 정책을 비난했는데, (당국이) 현대판 수정주의 종파분자로 낙인찍어 지난 5일 비공개 총살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1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명 김책공대 수재조 ‘딱 친구’ 3명이 당시 영화 문헌 학습과 감상발표회에 참석 후 기숙사에 들어와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들은 ‘오늘 우리나라가 동방의 핵 강국이라고 선전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속으로 내 나라는 핵 강국보다 회의 강국이라고 생각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국이) 공부에 전념하게 조건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회의만 쓸데없이 많이 하고 본 과목 수업보다 회의 시간이 더 많아 집중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김정은)이 직접 강조한 청년 사상 교양 강화를 비판한 셈이지만, 이 학생들은 크게 문제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환자로 이불을 쓰고 누워있던 다른 학생이 듣고 대학 보위부에 제기하면서 큰 문제로 불거졌다.

이 학생은 평소 정치행사 소집 때마다 ‘수재조와 일반학생 차이를 두지 않고 왜 회의에 참석해야 하나’라는 발언으로 자존심을 건드리던 ‘꼴 보기 싫은 수재’ 3명을 혼 내주고 싶던 찰나였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학 보위부 차원에서 진행된 조사에 나왔던 발언도 문제가 됐다.

‘회의강국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줄 아나’라는 보위원의 물음에 ‘무슨 회의가 하루에 두세 번씩 있나. 외부 연구소 찾아다니다가 미처 연락을 못 받으면 오히려 참가 못 한 죄로 반동으로 몰릴 것 아닌가’라고 서슴없이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회의 강국이라고 한 건 잘못이다. (다만) 수재조는 말만 수재조이지, 과제는 별도로 많이 내주고 일반 학생과 회의는 똑같게 참가하라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대학 당 위원회에서 손 쓸새 없이 국가보위성 윗선에 보고됐고 이들은 결국 11월 중순 학생들이 다 모인 강당에서 체포돼 끌려갔다.

이후 중앙 국가보위성 차원의 조사에서 이 학생 3명이 고향이나 살아온 과정 등은 다르지만,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외국 영상물이나 영화, 노래, 춤 등을 특별히 좋아하고 이를 즐기다 한두 번씩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공부를 특출하게 잘한다는 이유로 대학추천 평정서에서 이 점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뿌리부터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국가보위성은 ‘수재들이라고 묵인해주면 외국에 나가 이러한 사상적 동요가 싹터 망명자 혹은 월남도주자(탈북민)로 변모될 수 있다. 애초에 싹부터 짓뭉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사건의 처리에 관한 중앙의 비준을 받은 국가보위성은 지난 4일 ‘전 교직원 학생 참가 공개투쟁 회의’를 통보했다고 한다. 다만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다음 날인 5일 비공개 처형을 단행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원래 ‘외국 유학생 중 도주한 놈들 모두 조직생활 싫어한 사상적 동요분자들이었다’는 내용까지 포함해 공개 사상투쟁을 회의를 집행하려고 했지만, ‘당이 제일 믿는 대학’이라는 대학 영상(이미지)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의 가족은 전부 ‘자식을 강한 신념과 사상의 강자들로 잘 키우지 못한 죄’로 사회안전성 산하 18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 평안남도 북창)로 이송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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