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12주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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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12주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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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 9월 1일에 영화인 추모 열기 이어져

매년 만우절에 홍콩스타 장국영을 추모하듯, 멜로나 로맨스 영화 관람에 제격인 가을의 문턱인 9월이 되면 배우 장진영을 추모하게 된다.

영화 ‘소름’(2001)과 ‘싱글즈’(2003)로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거머쥔 배우 장진영은 2008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1년 만인 2009년 9월 1일 만 37세로 세상을 달리했다. 올해가 사망 12주기다.

위암 투병 중 연인과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딸의 10주기에 장진영의 부친은 고향 임실에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스크린 속에서 더욱 빛났던 충무로 은막의 여왕이었기에 장진영의 사망 소식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장진영이 영화 속에서 주연을 꿰차며 맡은 캐릭터는 하나같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을 역할이어서 새헌의 고인의 연기 인생을 지커본 팬들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면서 배우로서 아우라를 각인시킨 장진영의 출연작을 되돌아보고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진영'을 추억해보자.

2003년 장진영 공식 팬클럽 미팅에서/ 사진=뉴스타운
2003년 장진영 공식 팬클럽 팬 미팅에서/ 사진=뉴스타운

영화 <자귀모>를 통해 충무로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장진영은 지금은 대배우가 된 송강호와 영화 <반칙왕>에 출연하며 보이시한 매력을 과시했다. 극 중 장진영은 송강호(대호)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괄괄한 성격을 지닌 체육관 관장 딸로 등장해 상대방을 잘 챙겨주고 그에게 삶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2003년도 공식 팬클럽 JROSE 팬미팅에서 장진영이 보여준 모습 또한 밝으면서도 쿨한 성격과 많이 닮았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는 풋풋한 대학생 새내기부터 단발머리의 성숙한 모습까지 다층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배우 이정재와 호흡을 맞춰 미스터리 형식으로 한 남자의 연애사를 추적하는 이 영화에서 장진영은 활달하면서 보이시한 음색에 선머슴 같은 중성적인 캐릭터로 <국화꽃 향기>와 더불어 프리지어 향기를 연상시키는 풋풋한 대학생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엄정화와 함께 출연한 영화 <싱글즈>에서는 서른 즈음에 이별 통보를 받아 원형 탈모가 생긴 디자이너 나난 역을 맡아 통통 튀면서 가장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통해 팬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특히,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의 오드리 도투를 연상시키는 단발의 바람머리를 한 나난 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했고,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며 추는 댄스 장면도 오래도록 기억된다.

청춘 세대의 순수하고 소박한 사랑을 그려낸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희재 역을 맡아 실제 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의 영화 같은 인생이 데자뷔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영화 '싱글즈' 나난 역의 배우 장진영/사진=청어람
영화 '싱글즈' 나난 역의 배우 장진영/사진=청어람

청룡 트로피를 안긴 영화 <소름>은 아마도 생전에 그가 가장 힘들어했던 작품으로 생각한다. 재개발 광풍이 휩쓴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남편의 모진 학대를 견뎌내는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쌓인 엄마로 마치 인생을 내 던지듯한 광기까지 카멜레온 같은 연기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비행사가 되고픈 일제 강점기 여자의 꿈과 사랑을 그려낸 영화 <청연>에서는 요인 암살 사건에 휘말려 혹독한 고문을 견디는 신을 견뎌야 했고, 실제 인물의 친일 행각 논란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도 못한 저주받은 걸작으로 남아 가장 심리적인 부담감을 많이 안겼을 것으로 보인다.

유작이 된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장진영은 양다리를 건친 지질한 남자에게 순정을 다 바치는 룸살롱 아가씨로 변신해 장난스러운 연애가 학대와 폭력 등 상처로 얼룩져버린 모습을 재현했다.

터프하고 쿨 한 척하면서도 한 남자에게 순정적인 동시에 죽일 놈의 사랑으로 만드는 '팜므파탈'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신해 당시 개최된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쿨하게 끝날 줄 알았던 연애의 가벼움을 못 견디며 자신의 전부였던 남자가 떠난 후 모든 것을 상실해버린 듯 소주병을 손에 쥔 채 지쳐 쓰러져 있던 어느 날 일방적인 학대와 폭행을 당하는 연아를 지켜보며 관객들도 힘들었을 것 같다. <소름><청연>을 잇는 장진영의 3부작으로 불릴 만하다.

영화 <싱글즈>를 제외하곤 여배우가 소화하기엔 어느 하나 쉬운 작품이 없었던 캐릭터를 연기하고 견뎌내면서 병마와 싸웠을 장진영은 한국 영화사에서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매년 9월이 시작되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진영'에 대한 영화인들과 팬들의 추모 열기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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