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달리는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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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달리는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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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90>백무산 "기차를 기다리며"

 
   
  ^^^▲ 털중나리
ⓒ 우리꽃 자생화^^^
 
 

새마을호는 아주 빨리 온다
무궁화호는 빨리 온다
통일호는 늦게 온다
비둘기호는 더 늦게 온다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호화 도시역만 선다
통일호 비둘기호는 없는 사람만 탄다

새마을호는 작은 도시역을 비웃으며
통일호를 앞질러 달린다
무궁화호는 시골역을 비웃으며
비둘기호를 앞질러 달린다

통일 쯤이야 연착을 하든지 말든지
평화 쯤이야 오든지 말든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 나라 전역을 달리는 이 기차의 이름들은 대체 누가 지은 것일까요. 철도청에서? 철도청에 있는 누가요? 물론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철도청에 있는 누군가가 책임을 맡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뢰하여 기차의 이름을 지었겠지요. 하지만 또다른 그 누군가는 과연 스스로의 영감과 철학으로 기차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요?

이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쏠쏠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마치 고성 오광대의 마당놀음을 바라보는 것처럼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배우도 관객도 없는 고성 오광대. 관객이 곧 배우요, 배우가 곧 관객이 되어 한덩어리로 어울려 한판 신나게 춤추며 노는 그 고성 오광대 말입니다.

이 시는 마치 양반을 조롱하는 말뚝이의 탈 표정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시 구절구절이 마치 말뚝이의 대사와 몸놀림처럼 느껴집니다. 못가진 자가 가진 자에 대한 한을 풀고, 바보스런 양반이 상놈에게 놀림당하는 그 꼬락서니를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하여 막한 속이 이내 꺼억, 하고 뚫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 시를 조금만 바꿔서 한번 읽어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기차의 이름, 그리고 누구나 별 다른 생각없이 흔히 부르는 기차의 이름. 그 이름 속에도 정치권력과 가진 자들의 무서운 음모와 그들만의 교묘한 이데올로기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단국가는 빨리 온다
남북통일은 늦게 온다
인류평화는 더 늦게 온다

가진 자들은 입으로만 쫑알댄다
못 가진 자들은 온몸으로 부르짖는다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비웃으며
남북통일을 짓밟으며 달린다
가진 자들은 민초들을 비웃으며
인류평화를 짓밟으며 달린다

남북통일 쯤이야 연착을 하든지 말든지
인류평화 쯤이야 오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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