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 내고향에는 동네 선착장에서도 감성돔을 만날수 있는 내만 감성돔 시즌이 시작된다. 비싼 돈 들여 원도출조에 나설 필요도, 위험한 갯바위 자리다툼도 없어 개인적으로 1년중 가장 기다리는 시기이다.
30센티급이 주종이지만 동네 선착장 감성돔의 힘도 만많찮다. 나만이 아는 포인트도 두어군데 개발해두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감성돔을 만난 것은 7년전쯤이다. 그해 여름에도 밤 낚시를 좋아하던 나는 집앞 선착장에서 볼락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가끔 ‘상괭이’(돌고래) 들이 물속을 드나들며 ‘푸’‘푸’거리거나 수달이 갑자기 물속에서 고개를 불쑥 내밀어 놀래키기도 하지만 캄캄한 밤 선착장에서의 장대낚시는 분명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캐미라이트가 달린 장대끝이 쑥 하고 수면으로 곤두박질칠때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짜릿함과 순간의 긴장감은 오금이 지려올 정도다. 그런 그 쾌감때문에 지금도 낚시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매번 밑줄이 터져 나갔다. 황 이다 싶어 터져나간 밑줄대신 본줄에다 낚시를 달고 아무런 생각없이 장대를 휙 하니 던져놓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갑자기 장대가 선착장 앞으로 통째로 끌려가고 있었다. 후다닥 장대를 잡았지만 상대는 여지껏 내가 만나본 놈이 아니었다. 장대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지경이었다. 당황한 나는 크게 포물선을 그린 장대끝을 배꼽쯤 위치에 부치고 두손으로 장대를 힘껏 끌어올렸다.
그렇게 근근히 이놈을 선착장 위에 눞이고 보니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바다의 왕자 감성돔을 내손으로 낚은 것 이었다.
그리고 다시 낚시대를 드리우자 곧바로 신호가 왔다 정확히 세번째 입질에서 쑥하고 다시 장대끝이 또다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정신없이 세마리를 더 낚을 수 있었다. 정말 그 날 이후 나는 감성돔 시즌이 끝날때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밤이면 밤마다 장대로 감성돔과 씨름을 했고 매년 여름 혼자만의 사냥터에서 3년여를 쏠쏠한 손재미를 느끼며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직장동료들과 몇차례 도전을 했지만 감성돔은 그때마다 번번히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하지만 감성돔은 도화살이 끼었는지 언제나 나만큼은 환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섬에 다리가 놓이고 항상 여름철이면 낚시꾼들로 만원이다.
나도 사람이 몰리는 밤 낚시보다 새벽과 낮 시간을 주로 이용한다. 집어제도 사용하고 장대 대신 흘림 낚시를 즐겨한다. 또 달라진 것이 있다. 나만의 포인터는 일급비밀이다.
올해도 장마가 끝나는데로 감성돔과의 조우를 위해 다시 채비를 가다듬을까 한다. 혹 낚시꾼들의 발길이 뜸 하다면 집앞 선착장에서 장대낚시도 해보고 싶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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