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인들의 생명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임기응변적 대응이 절실한데도 어느 나라는 적절히 대응하고, 다른 어느 나라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면서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는 등 각국의 정치 특히 정치적 의사결정과 법을 통해 신속하게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국회(의회)들이 민첩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국회가 아닌가 한다. 전염병과 같은 국민들의 생명과 삶에 직접적이면서도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정치, 국회가 늑장을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경우 국민들은 정치의 중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권의 각오는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정부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선진정치, 선진경제, 선진문화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일본의 최근 정치는 가관(可觀)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선진’이 아니라 ‘후진(後進)’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일본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물론 일본 자체는 대국이며,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말처럼 일본의 위력은 아직도 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임한 일본 정기국회가 16일 폐회됐다. 야당은 코로나 대응 등을 이유로 회기를 대폭 연장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집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자민당이 야당이었던 2011년 5월 동일본 대지진을 두고 “국회의 문을 닫는 등 터무니없다”고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다.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총리에게 회기 연장을 요구하는 운동의 선두에 서 있었던 스가 요시히데가 지금 행위를 보면 “기회주의가 지나치다”고 17일 아사히신문 사설이 질타할 정도이다. 기회를 잘 포착하면 유능한 정치인이요, 시의적절치 못한 기회를 잡으면 무능한 정치인이자 기회주의자가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6월 20일로 기한을 맞이하는 10도도부현에 대한 긴급사태(비상사태) 선언, 그리고 개막일이 40일도 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국민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판단들은 모두 국회가 폐회 후에 나왔다는 게 아사히 사설이다. 국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정부에 질문을 하고, 설명을 듣고 하는 등 책임을 다할 기회조차도 빼앗기고 말았다고 사설은 비판했다. 책임 없는 의원들이라는 꼬집음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논쟁을 회피하고, 국회 자체를 경시하는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부터 쭉 이어지는 체질이다. 야당의 추궁을 따돌리고, 발언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에만 집착하면서, 질의를 통해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얻으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일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올림픽 개최를 놓고 무슨 질문을 받든 그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가겠다고 되풀이해 되뇌었던 스가 총리의 답변이 전형이다. 답변하기 곤란한 것에 대한 답변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회전문 돌리듯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국회 회기 중 자민당에 소속되었던 국회의원 3명이 ‘정치와 돈’에 관련된 문제로 의원직을 사직했다. 카지노를 둘러싼 뇌물수수와 증인매수의 죄로 재판 중인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전 내각부 부대신도 있다. 총무성이나 농림수산성에서는 간부 공무원들이 업계와 유착이 밝혀져 국가공무원 윤리규정 위반으로 처분 도기도 했다. 내용은 다를지라도 LH사태, 고위공무원,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뇌물사건 등에 연루되는 등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정치나 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불상사들이 줄이 이어 속출하면서, 진상의 해명이나 책임의 명확화, 재발방지 대 처 등은 아무리 봐도 부족하기 그지없다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전임 정권 시대의 모리모토, 가계, 벚꽃을 보는 모임(森友・加計・桜を見る会)을 둘러싼 문제의 규면도 진행되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는 자민당 내 복수의 의원연맹 고문으로 취임하는 등 복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국회에서의 거짓 답변 하나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의 행정 감시기능을 되살리는데 일련의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게 일본 언론의 지적이다. 내용은 다소 다르더라도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일본에서 드러난 경제산업성과 도시바 문제를 포함, 정부나 자민당의 섣부른 대응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폐회 중 심사에 적극 응하는 동시에 코로나 대응에 늦어지지 않도록 임시국회 조기 소집도 주저할 일이 아니라고 아사히 사설은 촉구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일이든, 사건이든, 사태이든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제때에,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정치의 희화화(戲畫化)를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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