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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89>김용락 "고향"

 
   
  ^^^▲ 산딸기 익은 곳에 뱀이 있다네
ⓒ 산딸기/우리꽃 자생화^^^
 
 

뒷 울타리의 산수유꽃
흙 담장 아래 코딱지꽃
부황든 들판의 보리꽃
수챗구멍의 지렁이꽃
누이 얼굴의 버짐꽃
빚 독촉 아버지의 시름꽃
피는 봄 밤에 몰래 집 나왔었는데
이젠 다시 살구꽃 피는
고향 그리워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에는 산수유꽃 울타리는 없었습니다. 그 대신 탱자나무 울타리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 탱자나무 울타리에는 나팔꽃 넝쿨과 호박 넝쿨이 어우러져 연분홍 꽃과 노오란 꽃을 마구 피워댔습니다. 나는 그 꽃들이 행여 뾰쪽한 탱자나무 가시에 찔릴까 봐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래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팔꽃과 호박꽃들은 탱자나무 가시쯤은 아무 것도 아니란 듯 곳곳에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워댔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칭칭 휘어감으며 뻗어가는 그 나팔꽃 잎사귀와 호박 잎사귀 위에는 달팽이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길고 뾰쪽한 눈빛을 빛내며 기어다니던 그 달팽이는 바람만 살짝 불어도 이내 길다란 두 눈을 달팽이집 속으로 감추었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 곁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돌멩이가 박힌 흙 담장이 줄을 지어 서 있었습니다. 그 흙 담장 위에도 나팔꽃 넝쿨과 호박꽃 넝쿨이 마치 기왓장처럼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 흙 담장 아래에는 코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아이들 서넛, 버짐이 허옇게 핀 얼굴로 피식피식 힘없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은 어릴 적 가난했던 고향의 풍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 고향은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해도 결코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고향은 빚독촉에 시달리는 아버지의 시름꽃이 피어나는, 기억하기조차도 싫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고향은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부모님 몰래 집을 나왔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인은 그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몰래 집을 나올 때 두번 다시 찾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지긋지긋한 고향, 생각만 떠올려도 이내 배가 고파지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그 고향을 못내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고향은 싫든 좋든 내가 태어난 곳이며, 내 어린날의 추억이 소록히 묻어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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