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승 ⓒ 양창순작^^^ | ||
바탕이 볼 것 없는 사람이 지나치게 겉만 꾸민 경우 '머리 없는 놈이 댕기 치레한다'고 표현하여 머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고 있다. 새 색시가 시집가는 것을 '머리를 얹은다'고 해서 새로운 부부 탄생을 머리와 비유해 머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떤 자리에 존재를 나타낼 때 '머리를 내밀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눌려 있던 숨은 생각이나 의심 따위가 머리에 떠오를 때 '머리를 들다.' 라고 한다. 머리와 관련한 광업적 사용어로 노두(露頭)라는 말도 있다. 노두와 관련한 설화로 양반이 죽으면 종들도 함께 생매장하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묘지 주위에 살아있는 종들을 머리 위만 밖으로 나오게 묻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짓이지만 그것이 묘지 앞에 장승을 세우는 유래라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 조상을 받들어 모신다는 이유로 화려하게 장승을 만들어 세우는 것도 머리와 관련이 있다.
머리를 표현하는 비속어로는 대가리, 대갈빡, 대갈빼기, 머리빡, 마빡 같은 용어가 있다. 모두 머리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적절한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 시도 때도 없이 잔머리를 굴리려 해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것이 잘 맞아 떨어져 임기웅변이 강한 사람, 운이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한두 번의 요행으로 그치게 된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이해관계로 싸우는 것을 보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이 대가리가 터지도록 싸움질을 한다."고 야단을 치면서도, 어른들은 더 무섭게 싸운다.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반대하여서, 기업과 노조가 이해관계로, 선생님들이 교권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처우개선을 해달라고, 외국 근로자들이 부당 요구를 개선하라고, 머리를 굴리면서 모두가 내편 네 편이 되어 싸움을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머리를 잘 굴려야 출세하고, 돈도 벌 수 있으며, 명예와 권력을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오래된 친구를 동창회나 작은 모임, 전차 안이나, 길거리 같은데서 우연이 만나면, 서로가 명함을 건네주며, 그 지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자기의 위치를 확인시키고, 자랑 섞인 말들을 많이 하고, 무슨 이용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잔머리를 굴린다.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친절해지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으며 저울질을 한다. 반대로 이용 가치가 없을 것 같으면 관심이 없다는 식이다.
이런 것 모두가 머리를 너무 잘 돌리려고 해서 생기는 문제다. 잔재주와 무관하게 머리에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며, 예의 바른 행동을 한다. 잔머리를 굴려서 다소의 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배운 사람의 머리는 따라갈 수 없다.
품위를 잃지 않은 친구를 가끔가다 만나게 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내 자신이 초라해지고 주눅이 드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사람은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존경하게 되고 따르게 된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높인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에 시면 떫지나 말지 라는 말이 있다.' 시면 떫고 떫으면 시다는 인간의 이중성을 풍자한 말이다. 가치관이 뚜렷하고, 자기중심이 바로선 사람이 많은 사회,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 그런 사회가 살맛 나는 사회가 된다.
사람들은 명예와 지위를 즐거움이라 하지만 명예나 지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늘 마음이 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배고프고 추운 것이 가장 큰 근심이라고 생각하지만, 배부르고 따듯한데 생기는 근심이 더 큰 근심이다. 따라서 가장 낮은 단계의 보편적인 생각이 행복을 가져온다.
그런데 요즘 그러한 것을 모르고 잔머리를 굴려서, 모든 것을 기회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해관계로 패거리를 만들고, 계산적으로 잔머리 돌리는 것을 매스컴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젊은 세대들이 따라할 가봐 늘 걱정이 앞선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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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래가 밝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