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란 글들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고, 어두운 새벽에 도로를 청소하는 미화원아저씨들의 기사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딱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체질을 두고 말하는 용어가 없는 것을 보니, 역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가 보다.
나는 그 흔하지 않은 새벽체질이었다. 남들이 밤늦게(새벽에) 휘청거리는 몸으로 집으로 귀가하는 그 시각 무렵에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 남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갓 숙면에서 깨어난 맑은 기분으로 대면하는 어둠은 무척이나 싱싱하다.
그래서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기를 좋아했다. 신경이 예민해서인가 낮 동안에 나는 쉽게 지치곤 했다. 그래서 저녁 무렵. 억지로 책을 펼쳐놓고 앉아 있어보아도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일찍 자버리고, 대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침에는 무엇을 하든 좋았다. 책을 보아도 머리에 쏙쏙 들어왔고, 글을 써도 문맥이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런 식으로 아침시간을 보내다보면 서서히 동이 터왔다. 산 너머로 희미하게 빛이 밝아오는 그 무렵,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그날 아침에 이룬 약간의 일들에 뿌듯해 하며, 편안한 상념에 잠기는 것이 나는 좋았다.
때로. 새벽 이른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참기 힘든 의욕이 솟구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잠간동안 망설인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그 욕구가 진정으로 강렬한 것인지 확인해 본다. 그리고 내면에서 소용돌이쳐 나오는 그 강렬한 갈망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이미 몸을 일으켜 차로 달려가고 있었다.
차를 몰고, 어두운 도시를 빠져나간다. 텅 비어 있는 도로가 아닌가. 그리움을 향하는 빠른 호흡으로 달리다보면 금세 시내를 벗어나 버린다. 그래서 어두움이 그 세력을 조금씩 허물어 가는 무렵이면, 나는 이미 경기도 양평 부근의 물가에 도달해 있곤 했다.
새벽 해뜰 무렵의 강가를 달려본 사람이나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강에서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는 아름다운 물안개의 환상적인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곳 조용한 새벽 강가에서 어둠이 물러가는 것과,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몸을 드러내는 하얀 물안개를 보았다. 고요를 보았고, 새벽의 정갈함과, 마음의 평안함을 보았다.
가끔 새벽에 무언가가 내 마음을 강하게 휘어잡을 때, 무언가 감당할 수 없는 감동이 나를 압도할 때면 나는 그곳을 찾아가곤 했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곳에 서서 부드러운 물안개에 내 가슴을 서늘하게 적시곤 했다. 그럴 때마다 삶은 다시 내 속에 충만해졌고 나는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두움을 하나씩 느낄 때마다. 이 세상의 모든 비애를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또 이 세상의 모든 감동과, 모든 아름다움과, 살아있음의 감격을 느낄 때마다. 나는 그렇게 하얀 물안개가 포근함으로 나를 감싸주는 그곳을 찾곤 하였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한 방울의 눈물을 뿌려놓고 살며시 되돌아왔다.
아침이 밝아 도시가 다시 그 분주함으로 돌아가기 전, 은밀한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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