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에서 귀환까지, 피말렸던 4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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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에서 귀환까지, 피말렸던 4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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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한국정부 성실한 태도가 협상 성공 이끌어”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피랍자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CNN 등을 통한 긴급메시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긴급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단호한 모습으로 청와대 춘추관으로 들어서는 노 대통령.^^^
31일 새벽 2시, 마지막 남은 피랍 국민 7명이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현지에서 우리 측에 인도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던 정부 당국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해보다 더웠던 여름 내내 휴가는 고사하고 철야근무로 지새우며 피말리는 석방협상을 전개해야 했던 43일간의 힘겨웠던 기억도 이 순간만은 눈 녹듯이 잊혀졌다.

지난달 19일 우리 국민 23명이 아프간에서 무장단체에 피랍된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무수한 과제들과 싸우며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의 나날들을 보냈다.

한꺼번에 23명이 납치당한 초유의 사태 앞에서 정부는 피랍국민들의 생명과 무사귀환을 최우선시하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며 국제사회 원칙과 관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연한 대응을 펼쳐왔다.

쏟아지는 정보와 외신에 대한 냉정한 분석, 총력외교전을 통한 우회 압박, 신중한 대화를 통한 협상 등 정부는 전방위적인 총력 노력을 통해 사태발생 초기 2명의 안타까운 희생을 딛고, 21명의 귀중한 생명을 지켜내면서 피랍사태를 마무리지었다.

^^^▲ 국방부는 용산 국방부 청사 7층에 김근태 작전본부장(중장)을국방부는 용산 국방부 청사 7층에 김근태 작전본부장(중장)을 반장으로 한 ‘아프간 상황대책반’을 설치,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반장으로 한 ‘아프간 상황대책반’을 설치, 수집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등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24시간 비상체제 유지…신속한 대응팀 파견

피랍사태 발생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쏟아지는 정보와 언론보도를 파악·분석하는 한편, 피랍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

피랍초기 정부는 그동안 구축해놓은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즉각 대응팀을 꾸리는 등 신속하게 대처에 나섰다. 피랍 소식이 전해진 7월 20일 정부는 즉각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반을 아프간에 파견했다.

이어 외신을 통해 피랍자 살해 위협이 잇따라 전해지던 지난 7월 21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단호한 모습으로 청와대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과 국내방송을 통한 생중계를 자청, 납치단체 측을 향해 "무고한 민간인을 볼모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긴급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활동 하고 있는 동의·다산 부대가 의료와 구호지원 등 비전투부대임"을 거듭 상기시키며 "우리 정부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납치 초기 외신을 통한 살해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고 우리 측의 납치단체와의 접촉선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비상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뽑아들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긴급메시지 발표 이후 곧바로 아프간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하는 등 최고위급에서의 외교접촉을 통해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프간에 인도적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한 피랍자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희생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한국민의 조기 무사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협력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 국방부는 용산 국방부 청사 7층에 김근태 작전본부장(중장)을국방부는 용산 국방부 청사 7층에 김근태 작전본부장(중장)을 반장으로 한 ‘아프간 상황대책반’을 설치,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반장으로 한 ‘아프간 상황대책반’을 설치, 수집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등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심야 안보회의…대응카드 마련 총력

정부의 대책논의도 긴박하게 계속됐다. 피랍이후 오전과 오후, 심야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청와대에서 백종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주재로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정원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거운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마련했다. 철군, 죄수석방, 인질맞교환 등 납치단체 측의 요구가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대응카드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희생됐다는 비보에 정부는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우리는 그와 같은 비인도적인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방위적 외교노력…이슬람권 등 지지 이끌어내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도 진행됐다. 현지 대책반과 각종 외교채널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주둔 다국적군,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 그리고 납치단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슬람 국가 등을 상대로 석방을 위한 총력외교전이 펼쳐졌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는데도 힘썼다.

특히 노 대통령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해 아프간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피랍사태가 발생한 국가로 사태해결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프간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백 특사는 지난달 29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모든 석방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협조를 확인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8월 2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린 제1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계기로 피랍사태 해결을 위한 총력 외교전을 펼쳤다.

송 장관은 전면석방 합의가 도출되기 직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프간 무장 세력에 영향력을 가진 이슬람권 국가를 잇달아 방문했다. 송 장관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 하마드 카타르 국왕 등을 예방하고 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아프간 피랍자들의 무사석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으며 막바지 단계에 이른 교섭과정에 압력을 가했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은 우방국의 지지와 협조는 물론 이슬람 국가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내 결과적으로 납치단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국제사회의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현지 정부대책반, 꾸준한 설득으로 합의 도출

현지에 파견된 정부합동대책반도 카불과 가즈니 현지에서 꾸준히 교섭단체와 접촉선을 유지하며 무사귀환을 위한 최전선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현지 정부합동대책반은 이슬람문화에 밝은 외교통상부 전문가를 비롯해 국방부와 국정원 직원들을 투입, 현장에서의 효율적인 석방교섭을 담당했다.

군사분야 협조를 위해 국방부는 준장급 간부를 현지대책반에 파견, 국제치안유지군(ISAF) 연합합동군사령부(CJTF-82) 등과의 원활한 협조관계를 구축했으며, 국정원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과 공조체제를 갖추고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은 한달여 동안 수도 카불에서 현장지휘를 하며 아프간 고위당국자 등과 지속적인 협조체계를 유지했고,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문하영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가즈니 현지에서 납치단체 측과 직·간접 접촉을 이끌었다.

우리 측 협상단은 전화접촉을 통해 꾸준히 납치단체 측과 이견을 좁혀나갔으며, 4차례의 대면접촉을 통해 납치단체 측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자국민 살리기 위한 유연한 대응은 국가의 의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납치단체측과의 석방 합의를 발표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납치단체와 접촉한 것이 자국민 석방을 위해 국제적 반테러전선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이번 피랍사태는 23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국제사회의 원칙과 관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원칙에 최대한 가까우면서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향에서 노력했다"면서 "지금 다른 국가들도 역시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다양한 수준에서 납치단체 측과 접촉을 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도 이러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28일 석방협상 타결을 전하며 한국 정부의 진정성과 성실한 태도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과 관련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 쏟아지는 외신보도에 대한 절제된 메시지 관리에 신경을 기울였다. 사진은 아프간 피랍사태 관련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 브리핑 모습.^^^
쏟아지는 외신보도 절제된 관리

아프간 사태 해결과정에서 정부는 쏟아지는 외신보도에 대한 절제된 메시지 관리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정부는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 언론매체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잘못된 메시지 전달로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언론의 협조를 요청해왔다.

납치단체 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거나 우리 정부의 전략을 노출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제된 정보만을 알려줄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한 협조요청이었다. 또한 외신을 통한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로 인한 혼선도 차단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사태 초기인 7월 22일 언론을 향해 "언론사별 특종이 아니라 무사귀환 특종을 목표로 하자"고 당부했으며, 28일 전원 석방합의소식을 전하며 피랍사태 관련 보도에 협조해준 언론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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