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잎 세 장이 주는 삶의 여유와 청계천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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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잎 세 장이 주는 삶의 여유와 청계천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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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우리 꽃과 나무>버드나무

 
   
  ^^^▲ 버드나무
ⓒ 김규환^^^
 
 

고(故) 김정호 님이 만든 <이름 모를 소녀>를 아는가? 노랫말은 아래와 같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 어린 금빛물결 바람에 이루나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이름 모를 소녀는 왜 조그만 연못에 버들잎을 따서 띄워놓고 말없이 기다리다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을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으로 떠나갔을까? 노래했던 사람은 소녀를 그리 슬피 울리고 떠나갔다. 소녀를 만나지 못한 때문일까?

능수버들, 수양버들, 갯버들, 실버들, 산버들은 버드나무의 한 종류다. 미루(美柳)나무는 미국에서 온 버드나무 정도로 이해하면 될 터다. 천안삼거리에는 능수버들이 즐비하고 건국대 ‘일감호’에도 버드나무가 있다.

 

 
   
  ^^^▲ 그 소녀의 머리
ⓒ 김규환^^^
 
 

개국신화와 버들 잎 세 장의 여유, 이순신 장군과 동네우물

고려 태조 왕건(王建)과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 등 왕조 개국의 시조들은 버드나무 여인인 유화(柳花) 부인과 인연이 깊다. 공히 이들이 전투를 수행하던 중 목이 말라 물을 찾으면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 버들잎 세 장을 따서 천천히 바가지에 띄워 마시게 한다.

남자 장수(將帥)는 바튼 숨을 몰아쉬고 ‘왜 물을 바로 주지 않고 버들잎을 띄워 마시게 했는가’ 라고 무식하게 묻는데, 부인들의 마음씀씀이는 남정네들이 알기 어렵다. ‘물에 체하면 약(藥)도 없사와요. 찬찬히 드시라고 그리 한 것이옵니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는 일화다. 결국 두 남녀는 혼인에 이르러 왕비가 된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무과(武科)에 급제할 때 얘기도 있다. 말을 쏜살같이 몰아 1위로 질주하고 있을 때 이순신 장군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화급한 때 벌어진 사고로 인생이 뒤바뀔 운명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 때 장군은 말을 조심조심 길가에 있는 나무로 다가가 나무 줄기를 꺾어 껍질을 벗겨 칭칭 동여매고 다시 시작하여 결국 장원급제하고 만다는 숨은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시골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물을 길러다 먹는 일이 힘들었지만 아련한 시절의 추억으로 다가올 게다. 그런데 동네 공동우물에는 반드시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 붉고 굵은 버드나무의 뿌리를 보았을 것이다.

 

 
   
  ^^^▲ 건국대 일감호에 핀 연꽃
ⓒ 김규환^^^
 
 

버드나무의 물끌어들임과 살균 살충 효과 그리고 그늘

위 두 일화(逸話)처럼 시골 우물에 버드나무를 심은 이유가 뭘까?

첫째, 버드나무는 주변의 물을 끌어들이는 집수능력(集水能力)이 대단한 식물이다. 보통 나무들이 수간(樹幹) 폭 만큼만 뿌리를 뻗는데 반해 버드나무는 수간을 뛰어 넘어 주변에 약간의 물만 있어도 자신의 주위로 끌어들여 우물을 만드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물을 혼자서 다 마시지도 않는다.

둘째, 버드나무는 살균, 살충효과가 뛰어난 나무다. 추운 겨울철이면 몰라도 여름철에는 물의 오염도 심해지는데 이 때 물에 각종 병균과 벌레가 몰려드는 건 당연하다. 자연적으로 샘솟는 정도가 아무리 뛰어나 흐르는 물에 가깝더라도 특별히 약품 처리를 하지 않는 한 생수로 쓰기에는 공동 사용의 경우라면 마시기에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나무 한 뿌리만 있으면 안심해도 되었으니 어김없이 버드나무를 심은 것이다.

자연하천의 경우 냇가에 버드나무나 상수리나무가 있으면 수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갈대 등 풀의 경우와 비교되지 않는 두 나무의 정화능력은 최고다. 버드나무는 뿌리로 상수리나무는 상수리를 물에 떨어뜨려 그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셋째, 때론 빛을 쬐어 햇볕으로 물을 살균하기까지는 좋은데 종일 해가 비춘다고 생각해 보라.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적당한 그늘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버드나무나 벚나무를 심어 그늘을 알맞게 할 필요가 있다. 물푸레나무나 오리나무도 좋으나 그 기능은 버드나무에 미치지 못한다.

버드나무의 학명은 Spiraea이다. 여기에서 아스피린(aspirin) 합성물이 생성되는데 'a'는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이고 나머지는 버드나무의 앞부분을 따서 만든 것이다. 아세트산 없이는 심한 구역질 때문에 먹기 힘들었으니 아세트산을 넣어 먹기 좋게 만든 것이라고 하여 미국 우주 왕복선에 탄 사람들이 필수품으로 챙겨간 것이기도 하다. 이미 1830년대에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있는 '살리신' 이라는 물질 때문임이 알려졌다.

 

 
   
  ^^^▲ 버들강아지
ⓒ 김규환^^^
 
 

청계천 강바닥에 버드나무를 심자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었다. 몇 년 후에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시민에게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자리로 돌아올 날을 생각하면 긴 기다림을 참아낼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기우(杞憂)가 앞서는 것이 나만의 것인가? 요컨대 기왕 하는 역사적 사업이니 시행착오를 줄이라고 권하고 싶다.

먼저 우포늪에 있는 가시연꽃, 생이가래, 부들, 줄, 골풀, 창포, 마름, 자라풀, 부레, 옥잠등 168 종의 식물을 다 가져온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설마 그럴 일까지는 없겠지만 그 곳의 모든 식물을 가져오거나 미리 재배하여 심을 생각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버드나무와 상수리나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를 먼저 배치하고 연꽃이나 가래, 부들 등 풀을 곳곳에 심자는 것이다.

둘째, 천편일률적인 경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본 도쿄의 성공 사례나 양재천, 안양천의 성공에서 배울 것은 배우되 한국적 풍광에 가깝게 복원하는 성숙된 기획이 되어야 한다. 조금은 허술하여 사람이 더해질 때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편한 자리가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청계천복원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단이나 자문단이 자연하천과 돌망을 씌워 ‘一자형’으로 만든 하천의 차이를 공부하고 면밀히 검토 자연하천에 가깝게 구불구불한 형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번 했던 공사가 맘에 안 든다고 2년도 안되어 중장비를 다시 들이는 볼 쌍 사나운 모습을 지양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고향을 잃었던 수많은 서울 시민에게 포근한 고향의 강을 떠올리게 하자.

 

 
   
  ^^^▲ 청계천 복원 후의 모습
ⓒ 김규환^^^
 
 

 

 
   
  ^^^▲ 건국대 일감호의 연꽃과 가운데에 있는 섬. 섬에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다. 한강물을 끌어와 인공 담수를 했지만 잉어떼 등 물고기가 많고 물이 제법 맑다. 청계천에도 중간에 연못을 만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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