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폭력의 눈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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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폭력의 눈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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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 - 병구의 대사 중에서

^^^▲ <지구를 지켜라!> (2002) 포스터^^^
시간이 갈수록 영화 속에 내재된 폭력성은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단순히, 과거 공포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던 말초적 흥미거리였던 잔인함은 이제 장르를 뛰어넘어 드라마, 코미디, SF를 가리지 않는다.

공포스런 모습으로 "안드로메다인이 아니십니까?"라고 강만식 사장을 향하여 외치던 병구. 그의 함몰된 역사는 어쩌면, 병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결핍이 아니라 지구 안에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공전하고 회전해 왔을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코미디라는 장르상 특성은 병구의 괴기스러움을 더욱 더 괴기스럽게 몰고, 병구가 납치한 강만식 사장과의 세기적인 대결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치닫는다. 이 사건에 뛰어든 최형사와 김성혁 신참 형사. 그들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긴 하지만, 병구와의 한판 대결은 머리싸움이라기보다는 한판 코믹대결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그들의 기이한 코믹대결은 괴기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웃기는 듯 하면,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공포스러운 듯 하면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더니, 결국엔 SF란 장르로 포장해 버린다.

"다 똑같아…
처음에는 아니라고 잡아떼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결국에는 불게 되지…
고통이란 것은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거든…"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란 것은 이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른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지구를 구원하려는 병구는 그만의 의식을 치루면서 싸이코의 괴기스러움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실, 관객을 조롱하려는 의도에서인지 몰라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다소 허무하다. 물론, 여기서 결론을 밝히는 것은 예의도 아니며 의무도 아니며, 할 수도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이니, 참 기가 찬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지만 어쨌든 고통이란 것은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는 저 병구의 메시지.

지구를 지키려는 병구의 가열찬 노력은 허무맹랑한 이 사회에 던지는 부조리한 폭력에 대한 저항이요, 약육강식의 시대에 던지는 우울한 메시지다. 이 세상엔 정의의 편에 서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약자가 얼마든지 있다고 함부로 단정짓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오히려, 약자는 약자일 뿐, 강자의 힘과 권력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이 세상을 통탄하며 가슴 깊은 곳이 미어져 내린다.

병구가 가하는 폭력 앞에서 눈물보다는 웃음과 경악으로 영화를 대하면서, 폭력 속에 내재된 눈물을 본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영화다. 아니, 오히려 유쾌하다기보다는 슬픈 멜로 영화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정의한다. 폭력의 눈물학.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내 흐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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