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짱! '디-워'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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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짱! '디-워'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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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 장면 마다 심형래 감독의 열정과 집념이 보여...

 
   
  ^^^▲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SF 영화 '디 워'^^^  
 

<헤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40분.

<오션스 13 > 46분.

혼자 아이스 쵸콜렛 한잔 사들고 아주 즉흥적으로 표를 사고 상영중간에 들어가서 텅텅 비어있는 가장 뒷자리 하나 골라앉아 보고 나온 시간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구 었-다!’의 띨띨한 눈빛인 옛날식 코미디언, 심형래감독 작품 <디 - 워>(D-WAR)는 중간에 들어가서 영화 끝나고 50분을 기다려서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나왔다.

누구 못지않게 국산영화 무시하기의 비애국적이고도 아주 나쁜 취향까지 지닌 터에. 영화관엘 자주 가는편은 아니다. 1년이고 2년이고 안 갈때도 있다.

오랜만에 내생각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소설을 써야한다는 소리가 파도처럼 솟구쳐 오를때가 있고, 아-참 내가 소설가이지, 미처 자아를 제대로 깨닫기도 전에 이미 머릿속은 작품의 구상 단계로 접어들고 ,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머릿속을 확 털어 내야할 때, 가장 빠른 방법의 하나로서 혼자 영화관엘 가는 편이다.

<헤리포터>시리즈의 네 번째인가? 이번 <불사조 기사단>은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가는 시간에도 하품이 날 정도로 이제 권태기로 접어 든게 틀림없다. 그런데 그 영화가 첫주만에 3억3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TV 화면에 나타나는 후진 얼굴들이 지겨워서 <조지 크루니> <브레드 피트>등등 지구상에서 공식적으로 뽑혔고, 누구나 인정하는 늘씬하고 멋진녀석들을 한번에 떼로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들어간 <오션스 13 > 역시, 한 40여분 동안 녀석들을 보고나니 (물론 눈은 즐겁고 멋은 있었지만) 멋쟁이 물량공세 이상의 영화 자체가 주는 카타르시스나, 하다못해 어떤 영감(靈感)(?)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결국 다시 시작할 때 까지를 기다리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디 -워>는 달랐다. 위에서 이미 좋지않은 취향이라고 밝혔지만, 국산영화에 대한 은근한 기피증과 더구나 ‘변방의 북소리’의 덜 떨어진 포졸의 모습이 영화의 화면에 오버랩 되리라는 우려를 <디-워>는 강력하게 거부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영구 아트>의 <디-워>에 <심씨네 가게>는 있었지만 “ 띠리리 띠리리- ”의 앞이빨에 김 붙인 영구는 없었다.

심형래의 오기와 한(恨)과, 소매끝으로 남몰래 닦았을 사나이의 눈물,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존심과 그리고 우리것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이 우직하리만큼 끈끈이 모여서 거대한 산처럼 뭉쳐져 있었다.

<디-워>는 한 장면 장면마다 심형래를 지난 6년간, 아니 15년간 이루고 있었던 그런 모든것이 너무 그대로 훤히 다 보였다.

문학도 , 음악도, 모든 예술작품도 물론이지만,대중예술, 특히 영상이라는 매체로 그대로 눈앞에 있는데로 확 확 다가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한컷,한컷속에 영화자체보다 작가의, 감독의 개인적인 감정같은게 생(生)으로 너무 드러나 보이면 그 영화는 당연히 실패한다는게 거의 정설이다.

그런데 <디-워>는 그런 당연한 정설조차 파괴해 버렸다. 심형래라는 의외로 괜찮은 한 사람의 몸과 영혼을 바친 열정과 무서운 집념이 빚어낸 엄청난 결과가 그런 고정관념정도는 간단히 뛰어 넘어 버렸던 것 같다. 8대 불가사의? 심했나?

이 영화를 정말 띨띨한 바보영구, 심형래가 만든게 맞는것일까? 경이(驚異)로웠다. 조금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물론 코미디언 심형래와, 우리 영화의 열악한 모든 현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의 얘기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참으로 몇십년만에 영화를 보면서 나는 박수를 실제로 쳤다. 그리고 영화 스크린을 향해 촌스럽게 친 그 박수가 조금도 부끄럽거나 아깝지 않다는게 솔직한 마음이다.

심형래는 이미 전설을 뛰어넘어 새로운 신화를 쓰고 싶어하는 이 시대의 영웅일 수 있다. 내가 지나치게 오버 하는 것 같은가? 그렇다면 <디-워>를 한번 보고 다시 내게 지적하길 바란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미처 지니지 못한 동양적인 뚝심이 <디-워>의 그 꽉찬 화면에는 있다. 아니 심형래에게는 <이무기>의 피가 분명 흐르고 있다.

일류 스토리 담당 작가가 붙고 <안젤리나 졸리>같은 여배우(가장 유명하다는 의미에서)를 자유자재로 선택해서 쓸 수 있고, 똑 같은 조건에서 지금 당장 같은류의 영화를 한편 더 시작하는 시합을 한다면 심형래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훨씬 능가 할 수 있다.

<스크린 쿼터> 반대를 위해서 거리에 나와 열심히 시위하던 우리나라 주연급 남,여배우 중 누구라도 진정으로 한국영화의 장래를 위하는 착한 배우들이 심형래의 <디-워>에 노 캐런티로, 아니 적은 캐런티로라도 출연 해 주었다면 얼마나 국민들이 좋아하고 사랑했을까? 라는 꿈같은 생각도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잠시 해 보았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실제 한국영화가 그대로 미국의 첫 개봉관 2000개에서 동시에 개봉된다는데, 최소한 한국측 배우라도 몇 씬 되지 않지만 주연급 배우들이 제대로 했다면, 영화도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고 그 배우들에게도 결코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괜찮다. <디-워>는 <디-워>만이 가진 위엄과 신비로움과 폭발적인 힘을 스스로 지니고 있었다. 그 신비로운 동양의 전설의 힘이 아마 머지않아 세계를 흔들어 깨울 것 같다.

<디- 워>에는 무엇보다 무섭도록 빠른 스피드가 있다. 가볍고 날센 속도감이 아니라, 천지를 흔드는 거대한 속도감이다. 그 박진감 있는 속도감이 나를 그 불편한 영화관의 자리에 꼼짝 못하게 붙들어 매어 놓은 첫 번째의 원흉(?)이었다.

솔직히 나는 < 용가리> 등을 전혀 본적이 없어 심형래 영화의 변천사를 잘 모른다. 그러나 이무기 <부라퀴>를 비롯한 <디-워>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전혀 조잡해 보이지 않았다.

<쥐라귀 공원>의 공룡들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는 물론, <헤리포터>시리즈, < 반지의 제왕> 등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훨씬 능가하는 우직하면서도 정직하고도 섬세한 기술을 보여 주었다.

<부라퀴>를 비롯한 그 수많은 모든 것들의 표정 하나 하나에서, 놓치지 않으려는 한컷 한컷의 전투씬들의 디테일한 사건과 행동과 <플룻>들에서 나는 심형래와 그 가족들의 진한 피땀과 눈물과 사로잡힌 혼(魂)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쁜 이무기 <부라퀴>가 여의주를 찾아 LA 시내를 질주하며 빌딩과 도심의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 무섭게 누빌때의 그 공포스러운 긴박감과 경이로운 속도감, LA시내 중심가를 최신예 탱크가 출몰하는 씬이라든가. 도심의 거리를 빽빽하게 메우면서 위용있게 진군 해 가던 거대한 군단들의 지축을 울리는 발자욱소리,

세계적인 장이모 감독의 <영웅>보다도 더 장엄하고 전투적으로 보일수도 있는 언덕과 산야(山野)에서의 <부라퀴> 군단의 전투모습, 고층 빌딩에 나바처럼 가득히 붙어 있던 비룡들의 모습과, 도시의 빌딩숲을 날아 다니면서 헬리콥터와 미사일과 대포들과 전투하는 하나하나의 화면들. 전혀 지루하지 않고 가슴이 후련해 지는 장쾌하고 통쾌한 전투씬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무더운 여름의 스트레스는 한방에 다 날아가 버리는 듯 했다. 원래 나는 유난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선호했지 이런 S F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괴물>은 물론이고,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을 지금까지도 제대로 다 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은 명절이면 TV에서도 몇 번이나 방영해 주었지만 처음에 몇장면 보다가는 더 이상의 인내심을 포기해 버리고 채널을 꺼버리곤 했다.

17시간이나 걸리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는 기본적으로 삶의 교양과 기품을 위한 오페라로서 <신들의 황혼>등, 때로는 각 장으로 3시간 짜리, 4시간짜리등 일부러 듣고 볼 수는 있었지만, 영화<반지의 제왕>은 내게는 너무 지루하고 쓸데없이 복잡한 등장인물등, 그래서 맥빠지는 ,영화로서는 내게 너무 재미없고 난해(? ^*^ )했다.

더구나 그 며칠전 본 <헤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그 밋밋한 지루함과 빈약해진 스토리, 어색하게 억지로 끼워 넣은듯한 동양계 평범하게 생긴 마법학교 여학생과 엉성하게 커버린 <헤리포터>와의 난데없는 키쓰 씬 들에 비하면, 언제나 평론가에게 지적당하는 <디- 워>의 스토리 구성은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헤리포터>보다는 최소한 몇 수정도는 확실히 윗급으로 보인다.

물론 S,F가 아닌 스토리 위주의 영화에 비하면 스토리로는 확실히 서걱거리는 면이 없지 않다. 더구나 한국이나 미국의 배우들의 연기가 전혀 뒷받침 해 줄 만한 실력들이 못되는 것 같아 더 그렇다. 그러나 그런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다른 부분이 이 영화에는 분명 있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SF 영화류는 만화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우습게 오만하고, 외화든 국산영화든 , 영화에 대해 더없이 냉정하고 시건방진 나같은 사람을 두시간동안 그 불편한 영화관의 의자에 붙들어 앉히고 숨 죽이게 했다는 사실이다.

아니 숨죽이게 한 것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어쩔수 없는 신음소리와 감탄사와, 대견함과 긍정적인 끄덕거림, 그리고 급기야는 박수를 치는 옆자리의 여대생들을 따라 내가 함께 박수까지 쳤다는 사실이다.

이 나이에도 유난히 남의 눈을 의식하는 속물적인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평소같으면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심형래가 만든 영화 < 디 -워>가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영화평론가들은 나름대로 또 할말들을 할것이다. 누군가는 또 배가 아파 질투도 하고 시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문적인 어떤 비판도 하고 싶지 않다. 만약 <디 -워.가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 영화시장에서 <헤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정도로 성공한다면 경제적인 이점이 얼마나 될 것인가등의 계산도 여기서는 접어 두겠다.

단지 영화에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는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리에서 꼼짝않고 다 보도록 했다는 그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나는 < 디-워> 짱!이라고 외쳐주고 싶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단 한방에 짜증스런 무더위가 다 날아가 버린 것 같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디-워>, 2000개의 극장, 미국의 그 많은 개봉관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극장에서 한국의 이무기는, 심형래의 < D -WAR >는 드디어 아름다운 여의주를 물고 분명 용(龍)이 되어 끝없이 승천(昇天)할 것 같다.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내 옆자리에서 박수를 치던 여대생들의 맑은 외침이 귀에 생생하다.

“심형래 짱! <디-워> 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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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07-08-06 10:50:36
디워.. 2탄 3탄 쭉 이어지길...

최명삼 2007-08-06 11:08:12
오선생님의 진솔한 평은 역시 심성이 깊은 옹달샘의 신선함입니다. 깊은 산속의 샘물에 손을 담글 때의 그 상쾌함 그것 같아요.
칭찬할때는 아낌없이 칭찬 했으면 해요.. 그렇지 않게 배앓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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