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전은 21세기 십자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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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전은 21세기 십자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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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길 이야기’ 한완상 발행인

^^^▲ 한완상 한성대 총장
ⓒ 뉴스앤조이^^^
“주님,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죽이는 어리석음을 저들이 깨닫게 하소서.”

기독교 계간지 <새길 이야기>를 발행하고 있는 한완상 박사(전 부총리, 현 한성대 총장)는 화약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이라크 전을 가슴속에 한(恨)으로 간직하고 있다.

한 박사는“로마교황은 1000년 전의 십자군 사건을 부끄러웠던 일로 참회했다. 그럼에도 오늘의 근본주의 개신교 신자들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오히려 값싼 승리주의에 도취하고 있다”고 매섭게 꼬집는다.

- 십자가는 11세기 십자군의 상징이었지 않나.

“아니다. 십자가는 십자군의 길잡이가 아니다. 십자군의 사기는 더더욱 아니다. 이 둘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반대다. 이 같은 십자가와 십자군의 역관계를 알지 못한다면 진정한 ‘예수 따르미’(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 따르미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지 결코 십자군을 좇는 군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십자가는 도대체 무엇인가.

“십자가는 원래 로마제국이 국내외에서 로마식 질서를 확고하게 세우기 위해 활용했던, 가장 잔인하고 혹독한 형벌이었다. 십자가에 매달려 수시간 동안 육체와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죽고, 죽은 후에도 동물의 밥이 되는 그 처절한 처형은 인간이 고안한 가장 잔인한 처형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겠다. 바로 그 십자가에 우리 주님이 달려 돌아가셨다.”

- 예수 십자가의 의미는.

“무엇보다 우리는 그의 허무한 죽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분이 살아 계셨을 때 보여줬던 놀라운 기적들을 상기해 볼 때, 그의 죽음은 너무나 예상 밖으로 허무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허무함의 깊은 뜻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야 한다.”

- 허무함 속에 담긴 깊은 뜻이라 함은.

“그 허무함 한복판에는 기적을 통해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싶은 종교적 욕망에 대한 자기 포기가 자리잡고 있다. 예수께서 온갖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니셨다면, 바로 그 카리스마를 골고다 길에서 로마 군인과 유대 관중 앞에서 멋지게 시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지 않으셨을까? 그의 허무한 죽음은 바로 이 같은 종교적 욕심을 꺾어버린 참 힘임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된다.”

- 이쯤에서 십자군과 십자가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한마디로 교리와 교조주의가 십자가를 십자군의 모습으로 변질시켰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신학화하고 교리화하는 가운데 기독교라는 제도가 싹트기 시작했고, 드디어 국교로 인정되면서 예수의 십자가는 ‘패배의 허무함’의 자산을 스스로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 교리와 교조에 일치하지 않는 모든 행태는 이단으로 단죄되기에 이르렀다. 이교도는 주적으로 몰고, 이견자(異見者)를 마녀로, 사탄으로 악마화했다.”

- 근본주의적 신념이 득세하기 시작했다는 얘긴데.

“그렇다. 이들은 타종교에 대해서도 아주 전투적이다. 11세기에 서구 기독교가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것도 바로 이러한 근본주의적 신념 때문이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예수를 총사령관으로 삼아 모슬렘을 박멸하기 위해 총진군한 것이다. 승리에 대한 그들의 확신은 광신도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미국의 KKK도 이들의 후예쯤 될 텐데.

“맞다. KKK도 예외 없이 십자가를 앞세워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사냥했다. 살인과 방화를 일삼았다. 그들의 십자가는 바로 십자군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기야 1930년대 독일 나치의 상징(스와스티카)도 변형된 십자가 형태를 띤 십자군의 상징과 같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속적 십자군 행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맥락에서 스탈린주의자들의 붉은 깃발 행진도 세속적 십자군의 행진으로 보여진다. 이들 십자군은 십자가의 예수와 예수 따르미들을 십자가를 앞세워 또다시 십자가에 못박았다고 하겠다.”

- 미국의 이라크전도 이들 십자군 전쟁과 연속성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나.

“그렇다. 21세기의 미국 십자군의 모습을 중동지역에서 언뜻 보는 듯하다. 물론 11세기 십자군과 21세기 십자군의 차이는 뚜렷하다. 11세기는 교황이 십자군의 총사령관인 데 반해 21세기에는 미국 대통령이 총사령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극명한 차이는 따로 있다. 교황이 부시의 십자군을 반대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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