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동 버스 종점역에 가까이 오니, 한대의 버스가 불에 탄채 처참한 꼴로 놓여 있었다. 이런게 아마 전쟁의 참상일거라고 나홀로 생각중에, 호남 신학교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 온다.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신학교라니, 반가웠다. 나 자신 크리스찬이니까 !이 글 중간 중간에 가끔씩 욕이 들어갔지만 , 그래도 난 크리스찬이다. 진짜다.
광주천을 따라 시내로 들어왔다. 왼편에는 사직공원을[광주공원] 바라보며, 충장로 방향으로. 오는 도중에 몇번의 총격사건이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그당시,광주천 뚝방은 소형 차량이 겨우 지나갈 만큼 작은 도로였다.이 도로로 이동하던 중에 후미에서 난데없이 경운기가 나타난것이다. 불을켠채 우리들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지시 받은바에 의하면, 즉각 사격을 가해야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히 폭도는 아니었다. 중반 나이에 접어든 여인 두사람, 젊은 경운기 운전자, 그리고 또 한명의 젊은이가 타고 있었다. 앞서가던 중대장의 무전이 날라왔다. 조취를 취해라고.....
일어나서 두손을 번쩍 치켜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무시하는 건지, 못본건지 우리들 전방 20 M까지 달려온다. 그때, 선임하사가 한마디 건낸다. 뭣들해, 자씩들아 ! 타탕탕, 바퀴를 조준해 사격을 해댔다. 헬기들이 날아 다니며,군작전이 전개되니 주민들은 절대 집안에만 있으라 는 방송을 해대는 판에, 경운기를 몰고 나왔던 그들의 무대뽀는 대단했다. 그들은 어찌 되었을까 ?
총을 쏜 몇명에게 물어봤다. 너 어디에다 대고 쏘았냐고 ? 바퀴요, 하나같이 다 바퀴란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나도 바퀴를 향해 두어발 갈겼으니까. 충장로에 접어들자 총소리가 여기 저기서 심하게 들려왔다. 일단 정지를 하고 엎드려 사방을 살펴보니, 군용 엠브런스 한대가 서 있다.
운전병과 조수가 앉아 있는데, 철모에 비표가 없다. 이걸 사격을 해야하나,말아야 하나? 의견이 엇갈렸다. 내가 말했다. 적십자 표시가 그려진 차량이나 헬기, 집들은 아무리 적군의 것일지라도,사격을 해선 안된다고.....우리 소대의 선임하사는 명사수였다.
250M 이동 타킷도 열발을 쏘면 거의 다 들어갈 정도로... 목포까지의 거리를 표시하는 무덤 비석처럼 생긴 이정표에다 거총을 하고, 사격을 가했다. 왜 사격하냐고 나무랐지만, 솔직히 나도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YMCA 근방에 와서는 현위치에서 대기라는 명령하에, 그곳의 소탕 작전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는 도청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이미 공수 특수요원들에 의해 점령되 버린 뒤 였다. 도청 강당에 들어가니, 불에 탄 시체가 한구 보인다. 계엄군이 들이 닥치자, 신나를 자신의 몸에 붓고 불을 질러 분신자살을 한 것이다. 노릿내가 진동하고 피범벅이된 그곳을, 그리고, 바닥이 타버린 곳을 물을 길러다 깨끗이 닦고, 그곳에다 중대병력이 짐을 풀었다.
물길러 가는 도청 뒷마당에는 열대 여섯구의 시체가 뉘어져 있다. 교련복을 입은 앳된 어린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단발머리 여자애들도 한둘이 보인다. 도청 앞마당에 나가보니, 온갖 무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8톤트럭 1대분의 무기는 되지 않았을까 ?
LMG 기관총을 비롯한 별 희안한 무기들을 다 구경했다. 또한,그동안 탈취당했던 우리 사단의 60 트럭들이 그들이 내건 현수막 구호를 그대로 단 채로 서 있었다.
그 구호가 [전두환 찢어 죽이자 ]였다. 빼앗겼던 우리 사단의 사단장 찝차도 눈에 띄었는데, 그들이 페인트로 쓴 글이 걸작이 었다.
"순찰차량" 이라고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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