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반란 일으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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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반란 일으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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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83> 공광규 "어머니께2"

 
   
  ^^^▲ 아름다운 반란을 꿈꾸며
ⓒ 산수국/우리꽃 자생화^^^
 
 

어머니
흔들어 주셔요
바람이 나뭇가지 흔드는 모습으로
저를 흔들어 주셔요

한 세상
흔들리며 산다는 건
황량한 철로변 구절초만큼
아름다운 일이겠지요

강아지풀 씨앗도 바람 불어야
땅에 떨어지데요
봄에는
민들레 꽃씨도 그랬지요 아마

풀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흔들리며 한 세상
살고 싶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반란인가요
연약한 가지일수록 더 크게
겨울을 흔드네요

저도 저렇게 제 하늘
흔들고 싶어요
한 세상 흔들며
겨울을 지내고 싶어요.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늘 내 곁에서 내 몸과 마음의 감시자처럼 지켜보고 다독이며 나의 길을 등불처럼 환히 밝히던 내 어머니. 문득 내가 길을 잃고 깊은 어둠에 빠져 이리저리 방황할 때 밤하늘의 별빛으로 빛나던 내 어머니. 내가 마음이 닫혀있을 때 마음의 문을 흔들어 내 마음을 활짝 열어주시던 내 어머니.

"어머니/흔들어 주셔요" 어떻게? "바람이 나뭇가지 흔드는 모습으로" 그렇게 "저를 흔들어 주셔요" 근데 시인은 왜 자신을 자꾸만 흔들어 달라고 하는 걸까요. 늘 자신을 바람처럼 흔들어 이 세상의 온갖 이치와 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차근차근 일깨워주던 어머니가 그리운 것일까요.

아니면 이제는 내 팔 내가 흔들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도 아니면 모난 돌처럼 이리저리 부대끼고, 강가 갈대처럼 흔들리며 살다가 어느날 문득 이 세상의 편리함에 안주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지겹고도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요.

어느새 훌쩍 4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은 이제 자신의 삶에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가 봅니다. 그래서 늘 하찮게만 바라보이던 강아지풀 씨앗과 민들레 꽃씨를, 그 하찮은 풀들이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흔들며 씨앗을 땅에 떨구는 모습을 오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흔들림"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풀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그렇게 마구 흔들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흔들리며 내게 주어진 삶을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싶은 것입니다. 또한 연약하고 잔 가지가 바람에 더 잘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런 가지일수록 이 세상을 더욱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시인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반란인가요" 그렇습니다. 시인은 지금 이 세상 곳곳에서 연약한 가지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아름다운 반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 사람들처럼 아름다운 반란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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