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식, 이상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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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결혼식, 이상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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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잔치, 강아지도 배부르게 먹는 날이었다

결혼식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축복 받는 의식이다. 그런데 결혼식이 언제부터인지 아주 우습게 변했다. 우선 결혼식장에 들어서면 여러 예식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 접수구를 찾는 일부터 두리번거리며 헤매게 된다.

로비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접수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아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서 찾게 된다. 초대한 쪽에 인사를 한 후에, 돈 봉투를 내면 신고식이 끝난다. 예식행사장에는 들어 갈 생각도 없이 친구 몇 사람이 모이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결혼식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좀 있다가자는 쪽과 그냥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가자는 쪽이, 양분되어 실랑이를 조금하지만 이내 식당으로 간다. 이미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한쪽으로 몰려가서 주는 대로 먹는다. 종업원이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다가와 다음 사람을 위해서 자리를 비워달라고 한다. 그런 절차까지 가면 공식적인 예식장 얼굴 내밀기는 끝이 난다.

몇 사람이 인근 다방으로 가서 커피 한 잔을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내외다. 이런 얼굴 내밀기를 위해서 전철이나,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때로는 비행기를 타기도 해서, 부조금보다 더 많은 경비를 쓰고, 몇 시간씩 걸려서 예식장에 간다.

이것이 우리 전통혼례가 사라진 이후에 변화된 결혼식 문화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우습게 변했다. 결혼식에 가서 밥만 한 그릇 먹고 오는 꼴이어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눈 도장찍는 것이 이유라면 나중에 적당한 기회를 만들어서 하면 된다. 그래서 혹자들은 사전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경조금을 아예 온라인으로 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계산적이며, 야비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실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공휴일의 교통체증은 더욱 심각하다. 몇 시간씩 걸려서 참석해봐야, 예식 행사장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밥만 먹고 오는데, 미안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되긴 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옛날 잔치, 강아지도 배부르게 먹는 날이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결혼식을 보면 매우 재미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잔치 날이 된다. 모두가 참여해서 잔치국수 먹고, 하루 종일 동네 사람들이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심지어 동네 강아지까지도 배부르게 얻어먹는다.

혼례를 치르는 집도 잘 치렀다는 말을 들으려고, 최선을 다하여 신명나게 손님을 맞이한다. 신부집 마당에 차일을 치고, 송죽, 촛대, 밤, 대추, 쌀, 닭, 술병이 올려진 육례상을 차려 놓고 혼례가 시작된다.

신랑이 북쪽을 보고 앉았다가 상위에 나무기러기가 놓여지면 네 번 절을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신부 어머니가 나무기러기를 치마폭에 담아 가지고, 신부에게 다가가 그것을 던진다. 기러기가 서면 아들이고 누우면 첫 딸이라고 한다.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에, 마주서서 절을 교환한다. 이어서 신랑, 신부가 합환주를 마시면 예식이 끝난다. 하지만 거기까지 진행하는 동안에, 많은 하객들이 엉뚱한 말로 웃기기도 하고, 장난을 하며 시끌벅적하게 예식을 치른다.

예식을 마친 후에도 신랑신부가 신방으로 들어와 병풍을 가운데 두고, 각자 따로 앉아 옷을 갈아입고 나서, 밤이 되어서야 신방을 차린다. 신랑이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는 신부의 족두리를 풀게 되는데, 이때도 장난은 계속된다.

신랑이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면 복이 날아간다고 하여서 반드시 옷깃으로 바람을 내어 꺼야하는 유래가 있다. 이때 동네 사람들의 장난이 절정을 이룬다. "야, 대식아, 너 장가 처음 가보냐, 한 번 해보고서 뭘 그렇게 꾸물대," 하고 야자를 놓는다.

그러면 다른 한편에서는 "본래, 쟤가 내숭이 좀 심하잖아," 하고 응수를 하면서 웃는다. 하지만 신랑은 옷깃으로 촛불 끄기에 열심이다. 옛날 양초는 유별나게 크고, 거리를 두고 양쪽에 켜져 있어서 동시에 끄기가 쉽지 않다.

밖에서는 동네 아낙들이 그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침으로 문 창호지를 더 크게 뚫으며 야단법석이 난다. "어, 신부가 울잖아, 빨리 좀 하지, 그것도 못하는 신랑이 어디 아들은 빨리 낳겠어," 하고 야유를 보낸다.

그러면 옆에 있던 신랑 어머니가 한 마디 한다. "김천 댁, 그런 소리 말어, 아들 녀석 촛불 빨리 끄더니, 어디 아들 낳았어?"하고 응수하며 한마디한다. "괜찮다. 아들아, 천천히 끄거라, 밤이 길다." 하고 이건 야유인지 격려인지 이상한 말을 한다.

다시 동네 아낙들이 배꼽을 잡고 한 바탕 웃으며 시끌시끌해진다. 신랑이 불을 끌 때까지 이런 야유가 계속된다. 촛불이 꺼지면 신방 지키기가 끝나고, 동네 사람들은 덕담을 한마디씩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신랑신부는 행복한 첫 날밤을 갖는다.

신랑 다루기인 동상례 역시, 시끌시끌하기는 마찬가지다. 다음날 점심때가 되면 일가와 동네청년들이 모여서 한다. 무명 끈으로 양쪽 발목을 묶어서 대들보에 올려 매고 신랑 다루기를 시작한다.

"자네는 이름이 뭐냐," 하며 시비를 건다. 신랑도 지지 않고 왜 묻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아직 맛을 못 봤구먼, 하면서 방망이로 발바닥을 내려친다. 비명소리가 나도록 때리고, 엄살을 부리면서 재미가 붙으며 문답이 계속된다.

구경꾼들과 신랑 다루는 패가 한편이 되고, 신랑과 신부부모님이 한편이 되어 족치고 어르며 웃고 즐긴다. 그래서 어색한 신부 가족들과의 교분을 자연스럽게 도모하는 계기를 만든다.

셋째 날 가마 타고 시댁으로 가는 날도 장난은 계속된다. 신부가 앉은 방석 밑에 목화씨와 숯을 깔기도 하고, 신랑이 넘어지도록 돗자리 밑에 밤이나 도토리 같은 것을 숨겨 놓기도 한다.

그래서 신랑 신부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신랑집으로 가는 신부를 축복해 주면서 웃고 즐긴다. 신랑집에서도 시부모와 일가친척들에게 음식을 차려 놓고 큰절을 하고, 술잔을 올리며 폐백을 들이는 절차로 결혼식이 끝난다.

그런데 요즘 도회지에서 하는 결혼식은 그런 것을 다 없애고 형식적인 것 같은 예식을 올린다. 멋도 없고 낭만도 없는 의례적인 행사가 되었다. 겨우 전통혼례 같은 성격으로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폐백을 올리는 정도다.

폐백도 그저 술 한잔 올리고, 돈 봉투 챙기는 행사 같아서 영 재미없다. 더구나 하례객으로 왔던 사람들은 참여 기회가 없어서 점점 더 삭막해졌다. 그야말로 밥 먹으로 온 사람처럼 식사나 하고, 바람과 같이 사라지는 것이 되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들 결혼식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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