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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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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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다른 세계화는 없는가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주최로 ‘지구적 생명위기에 대한 신앙적 입장’ 회의가 열렸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제3세계(이제는 이런 용어보다는, 남반부국가. 혹은 빈국이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국가의 개혁교회연맹소속 대표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는 거짓이고 환상이며 국민국가의 주권을 약화시킨다’ 고 주장하고, 또 ‘신자유주의는 경제규범과 개별국가의 법률, 국제법 등을 초월하며 심지어 도덕적·윤리적 규범까지 짓밟으면서 군림하는 전제 군주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종교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우상의 경지에까지 도달했으며 메시아적 권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신앙 고백적 입장에서 저항할 것’을 결의했다.

이 회의가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는 아르헨티나는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채택한 후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커지고, 중산층이 해체되어 엄청난 수의 빈곤층이 형성되었다. 또한 노동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면서 노동조합마저 해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번 이 회의를 더욱 비장감을 돌게 만들었다.

사실 세계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세계가 서로 가까워지는 세계화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것과 같은,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것은 아니란 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세계화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다. 그것에 의해 국경을 초월한 급격한 자본의 이동에 의해 때로는 취약한 나라들의 동남아시아와 아르헨티나의 국가경제가 무너지고, 경영합리화란 명목으로 국가기반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져 막대한 해고가 이루어지면서 전기, 수도, 철도 등 각종인프라의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이것은 다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해 탄생한 막대한 빈민층의 생활난을 높이고 중산층의 해체를 더욱 가속하게 된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위한 국제네트워크’의 창립총회가 6월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 참석한 활동가들이 발표한 한 가지 사례에서 단적인 예를 볼 수가 있다.

볼리비아에서 이 회의에 참석한 짐 슐쯔는 세계은행이 6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탕감의 조건으로 가한 압력에 따라 1999년 볼리비아의 수자원관리체계가 사유화가 되었다. 그 이후 수도세가 50%나 인상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유화된 것이 수도가 아니라 ‘수자원관리체계’ 이기 때문에, 사업권을 따낸 민간회사가 상하수도뿐만 아니라, 무료로 사용하던 우물과 농업용수까지도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심한 경우 가게수입의 25%까지를 수도세로 내야했던 볼리비아 국민들은 격렬한 저항을 벌였고, 계엄이 선포된 후 폭력적인 진압으로 한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친 후 사업권은 다시 정부로 돌아갔다. 그러나 사업권 따냈던 민간회사는 볼리비아정부를 세계은행에 제소하고 나섰다.

바로 며칠 전 유사한 문제가 볼리비아 인근의 페루에서 다시 일어났다.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충실히 따르며 민영화를 추진하던 페루정부가, 민영화에 따른 대량해고와 공공요금의 상승을 우려한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사태를 수습하려던 페루정부는 마침내 무너지고 말았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권한을 무시하고 우월한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킨다. 거버사와 과테말라정부의 갈등이 한 예이다. 세계 여러 곳의 오지에는 위생환경이 나빠서 물로 인한 수인성 질환이 많다. 그래서 UNICEF는 유아용 분유에 대한 국제 규약을 만들어 우유통에 통통한 아이의 사진을 넣지 못하도록 규약을 정했다, 이는 우유통에 인쇄된 건강한 아이를 보고 엄마들이 모유를 끊고 우유를 먹이다가 설사병에 걸려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가난으로 인해 교육수준이 낮은 그들에게는 끓인 물로 분유를 타야 한다는 위생당국의 홍보보다는 우유통에 그려진 건강한 아이의 얼굴이 주는 호소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정부는 UNICEF의 규정에 따라 아이의 사진이 등록상표인 거버(Gerber)에 대해 아이의 사진을 인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과테말라 정부는 거버에 대한 주장을 자진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거버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라 제소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미 GATT에 가입한 과테말라로서는 국내법으로 지적소유권인 상표권에 간섭 할 수 없다는 GATT조항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철저히 ‘비대칭적인 세계화’이다. 경제적 강국은 자신의 시장을 충분히 열지 않으면서 경제적 약소국의 시장은 과도하게 열 것을 주장한다. 동등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의 제제조치가 가해진다.

중미자유무역지대나 중남미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다자간 협상에서는 항상 취약한 정치적 경제적 입장을 가진 나라에게 압력을 넣어 무역협상을 위한 공동보조를 와해시키는 정책이 취해진다. 다급한 상황에 놓인 취약한 정부로서는 국내와, 국제적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에게 당장 닥친 불을 끄기 위해 강자의 논리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강국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항하는, 세계사회 포럼(WSF)이란 민중경제포럼이 3년째 열리고 있다. 이들은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외친다.

그들은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고 주장한다. 그렇다.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신앙고백적 입장’에서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노력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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