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메우길 희망한다.”
미국이 적대적인 대외정책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이 비단 요 몇 개월뿐이겠는가. 그러나 이 몇 개월의 시간을 통해서라도 교훈을 건져내고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이나 긴장을 합리화 하기위해 미국 만들어 낸 증거불충분한 사유들이 결국 미국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이라크의 ‘대량학살무기’와 북의 ‘BDA 불법자금 문제’는 미 국무부와 재무부를 세계 언론을 향해 허위사실을 버젓이 유포하는 기관으로 낙인찍히게 했다.
이후 북 미 관계라도 순항하게 된다면 그 낙인이 과도기의 헤프닝 정도로 기억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또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미국이 이 과정에서 얻은 불명예는 영원히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북미 수교나 6.15공동선언, 남북 정상회담 등에 이견을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아도 하나의 문제가 해결됐다싶으면 이내 또 다른 문제를 꺼내드는 식으로 적대국을 유지해온 것이 미국이다.
북 관련해서도 이후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이라든가 ‘인권문제’ ‘마약유통’ 등 확인되지 않았으나 툭하면 거론해온 여타의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들고 나와 분위기를 급랭시킬지 알 수 없다.
미국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불법자금이라고 우겼던 돈까지 송금하며 북미관계개선에 나섰다고 믿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고 북이 이미 핵보유국이 된 마당에 북과의 관계변화가 미국의 국익에도 걸맞기 때문에 ‘골치 아픈 BDA문제’가 풀리자마자 힐 차관보가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예기치 않았던 ‘BDA송금문제’가 잡은 것은 결국 미국의 바쁜 마음이다.
마침내는 BDA를 불법자금유통은행으로 지정한 미 재무부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 ‘연방준비은행’을 중간 송금기지로 보장하는 수모를 겪은 것에서 미국과 관련국들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순리에 따르고 괜한 음모 꾸며봤자 실익은커녕 일만 꼬이고 힐 차관보 말마따나 시간만 허비한다. 더는 ‘잃어버리는 시간’이 없기를 바란다.
동북아냉전해체의 시계가 멈추지 않고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개전의 정’ 만큼이나 한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처럼 차려진 밥상에서 밥만 축 내려 들거나 하다못해 몇 주 앞을 예견하지 못하고 밥상을 뒤집어엎는 일만 반복하다가는 역사의 평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6월 22일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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