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인은 유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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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인은 유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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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악적인 독설보다 촌철살인의 조크 한마디가 훨씬 더 파괴력 있어

한국정치와 미국정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미국 정치에는 유우머가 있는데 한국 정치에는 유우머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정치는 "XXX죽이기" 같은 말들이 상징하듯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살벌한 투쟁장인데 비해 미국정치는 유우머와 조오크가 있는 즐거운 게임이다.

지난 6월 4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자들의 합동토론회를 TV 생중계로 보았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버랙 오바마 상원의원 그리고 잔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2004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 등 8명의 경쟁자들이 나와 열심히 정책 토론을 벌였다.

토론 마지막 판에 사회자인 CNN TV 앵커가 모든 주자들에게 “만일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활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예비후보들은 빌 클린턴을 미국의 순회대사로 임명해서 이라크 전쟁 때문에 실추된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도로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특히 알라스카 출신 마이크 그레이블 상원의원은 I would use him as a traveling goodwill ambassador. He can take his wife with him. She'll still be in the Senate. (나는 빌 클린턴을 순회친선대사로 쓰겠다. 그는 부인을 데리고 다녀도 좋다. 부인은 상원에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까)라고 말해서 만장의 폭소를 자아냈다.

바람둥이 클린턴을 해외로 혼자 다니게 해서는 안되므로 부인을 데리고 가게 하겠다. 이 말은, 선두주자 힐러리는 결국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상원의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뜻의 조오크였으니 폭소가 터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장 크게 웃은 사람은 힐러리였다.

1994년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은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상하원의 다수당이 되는 작은 혁명을 일으켰다. 이 ‘혁명’의 주도자는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이었다. 자연히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는 적대관계였다.

1995년 1월23일 클린턴 대통령은 국회에 나가 State of the Union Address (국정연설)을 했는데, 그는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뒤에 앉아있는 깅그리치 하원의장에게 주었다. 그것을 받아 본 깅그리치는 웃음을 터뜨리고 무엇이라고 말을 했는데, TV시청자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다음 날 신문을 보니, 클린턴이 하원의장에게 준 종이에는 State of the Union. Thank you and good night.(국정연설문.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라고 적혀있었다 한다.

바로 전날 “클린턴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무슨 말을 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기자들로부터 받고 하원의장은 Just say, thank you and good night.(인사만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농담으로 대답했었는데, 이것을 클린턴이 전해 듣고 깅그리치 말을 그대로 쓴 가짜 연설문 원고를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 쪽지를 깅그리치가 읽는 것을 힐끗 바라보는 클린턴의 표정은 장난꾸러기 소년 같았다. 다 읽고난 깅그리치는 파안대소하며 I'll get that framed.(이것을 액자에 넣어 걸어 놓겠습니다)라고 대꾸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칠순 노구를 이끌고 재선을 위해 선거유세를 하고 다녔다. 민주당 대선 후보 월터 만데일과 TV토론을 할 때였다.

만데일(카터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냄)후보가 먼저 레이건 대통령의 연세(당시73세)가 너무 많아 4년을 더 하기는 무리라고 말하자, 레이건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I'll not make age an issue of this campaign. I'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rnce! (나는 이번 선거전에서 나이를 이슈로 삼지 않겠습니다. 따라서 나는 만데일 후보의 젊음과 국정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점잖게 일갈해서 방청석은 물론 전국 TV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미국 정치에는 얼마나 유우머가 넘치는가!

한국 정치에도 유우머가 있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워싱턴에서 위성 TV를 통해 매일 아침 8시에는 한국의 MBC 뉴스데스크를 실시간으로 보고, 10시에는 SBS 8시 뉴스를 실시간 보다 3시간 늦게 본다.

볼 때마다 이명박 죽이기 X파일이 있다느니, 박근혜 X파일도 있다느니, 청와대가 이명박 죽이기에 가담하고 있다느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느니 하는 살벌한 말싸움만 난무할 뿐 전혀 유우머가 없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고 말했을 때 한나라당 대변인이 “대통령 님 고맙습니다. 계속 그렇게 한나라당을 씹어주십시요”라고 일단 조오크를 던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면 할수록 유권자들은 오히려 한나라당을 더 동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또 이명박 씨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대하여 “제 정신 가진 사람이 그런데 투자 하겠습니까?”라고 말했을 때도 이명박 진영 대변인이 “제 정신 가지신 대통령이라면 그런 점잖지 못한 말씀을 하시겠습니까?”라고 조오크로 응수 했더라면 훨씬 더 파괴력이 있었을 것이다.

발악적인 독설보다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조오크 한마디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다는 사실을 한국의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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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강산 2007-06-22 17:19:16
멋진 비유이십니다....정치인이 가져야할 상생과 조화의 포용력!!!!!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않을 조크와 위트를 아우르는 겸양의 미덕을 가진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우리 국민은 정치인의 언행에서 여유와 아량을 배우고 양보와 포용의 마음을 익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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