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 제2호'를 읽고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 제2호'를 읽고
  • 편집부
  • 승인 2002.08.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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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안티조선'을 살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8월 11일에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 / 제2호'를 발행하였다.

지난 주에 나온 '독자와의 대화 제1호'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외보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조선일보의 상황을 나름대로 정리한 다음에 한 말이었다.

첫 호를 읽어본 느낌은 조선일보가 아직도 사태의 본질에 다가서질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중략)

나는 조선일보의 이번 별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별지를 내기에 이른 그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조선일보는 성찰과 반성의 모습을 먼저 보여야 했을 것이다. 시민 모두가 바보는 아니다. 조선일보 반대 운동이 이유없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다. 조선일보 사외보 첫호에서 보게 되는 것은 그러나 어설픈 자기 주장과 조선일보에 대한 찬양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조선일보에 묻고싶다. 이것이 조선일보의 한계인가? 하고.

그런데 오늘 배달된 제2호를 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조선일보의 한계이겠다는 생각이다.

"편파적인 방송매체와 일부 단체들이 그토록 조선일보를 공격하는데도 조선일보 판매부수가 오히려 늘었다니, 그럴줄 알았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리에 참석한 시민단체 대표중 한 사람인 손 진 대한민국 건국회 명예회장은 걱정을 놓았다는 표정부터 지었다.

"특정신문만 골라 '보지 말라' 강요... 이것이 민주사회 시민운동입니까"라는 앞면 머릿기사의 첫 부분이다. 참석한 단체들이 어떤 성격을 가진 단체인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 등은 접어두고라도 그들이 했다는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말을 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성싶다. 다시말해, 그들은 왜 '안티조선'인지, 왜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결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조선일보에 대해 전적으로 호의적이기만 할까. 인터뷰 말미에 비판의 포문도 열렸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그동안 시민단체들에게 얼마나 오만하게 굴었습니까. 힘들게 사회운동하는 시민단체들에게 너무나도 지면이 인색했어요.”

지난 89년 공선협 창설시 조선일보 편집국을 찾아갔다가 푸대접을 받았다는 강태욱 대표는 “그렇게 시민단체들을 홀대했기에 지금 일부 단체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보는 이 단체들의 인식이란 게 이정도이다. 이런 이들에게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는가? 조선일보가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런 식의 견강부회식 접근을 계속하는 한 안티조선 움직임은 그 자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 힘을 더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위의 기사 오른쪽에 나란히 위치해 있는 "안티조선 '욕설게시판' 기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안티조선' 운동은 분명 자체적인 몇 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비판 논리가 특정한 몇 가지 사실을 일반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거나, 비판의 핵심이 현저히 당파성을 띠고 있고 그래서 스스로가 비판의 대상과 동일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거나 하는 점 외에도, 이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비판이 엄정한 논리가 아닌 무절제한 욕설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안티조선이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그 세를 더해가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저질러온 잘못이 적지않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조선일보가 안티조선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고, 나아가 안티조선 움직임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자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아직 스스로에 대해 반성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나로서는 이것이 바로 조선일보의 한계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독자와의 대화 제2호'는 그런 조선일보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때문에 안티조선 또한 당분간은 그 힘을 잃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이는 마치 김대중 정권의 한계가 한나라당을 살려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셈이다.

"정확하고 날카롭고... 촬영때도 30분씩 읽죠"라는 배우 박중훈의 '내가 조선일보를 보는 이유' 또한 이번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거기에 이번 사태를 낳은 또다른 중요한 모멘트가 숨어 있기도 하다. 바로 조선일보의 이중성에 관한 것이다. 정치면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문화 예술 섹션에서 다양한 기호, 특히 교양주의를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그러나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넘어가기로 한다.

뒷면의 첫 기사는 김행씨의 '특별기고'가 머릿기사이다. 김행씨는 이전에도 '설문조사'의 편파적인 해석으로 안티조선에서 몇 차례 비난을 받았던 인물인데, "속보인다 속보여... 연론조사 맞아요?"라는 이번 특별기고문 역시 예의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에서 김행씨는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질문을 내고 그 결과를 '내맘'대로 이용하는 설문조사의 해악을 친여 언론 매체에서 행한 바 있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행씨의 글은, 그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하나의 커다란 아이러니이다. 왜냐하면 김행씨가 말하고 있는 '뻔한' 질문의 설문조사와 '내맘'대로 식의 편파적인 이용 행태는 바로 안티조선이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가장 주요한 '무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미디어오늘의 설문조사와 관련하여 '응답기자의 신문사별 분포' 제공 요구가 한길리서치에 의해 거부당했다는 부분은, 저간의 양측 사정이 어떠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한번은 분명히 짚고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조중동을 비판하고 있는 친여언론 매체들 또한 이 부분에서는 나을 게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부 최구식 기자가 본 '안티조선' "나라가 잘못되면 모두 '조선일보 탓' - 기자의 죽음이 '기쁜 소식이라니..."라는 제하의 기사는 안티조선 측도 한번은 읽고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부분은 잘만 새겨듣는다면 앞으로 안티조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일종의 지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기사가 지닌 상당한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 또한 시원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 가운데서 거의 유일하게 자사의 잘못에 대한 약간의 반성을 담고 있는 이 기사조차도 결국은 솔직한 시인과 반성이 목적이 아니라 다만 자사의 변을 위한 어줍잖은 장치로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때문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옛말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적나라한 폭력에 친일을 강요당한 적이 있고, 독재에 항거하지 못한 적이 있고, 경제에 대해 틀리게 예측한 적이 있습니다. 독선으로 오만했던 부분이 있고, 부주의로 개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일이 있습니다. 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주변 분들로부터 “이제 하는 얘기지만 너희도 반성할 점 많다”는 얘기를 듣고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주었구나”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치부 이하원 기자의 24시"는 조선일보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기사인 동시에 안티조선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을 제공하는 기사라 할 수 있다. 이 기자는 마땅히 부끄러워하고 그래서 자중해야 할 사안을 두고도 그것을 아주 뻔스럽게 자랑스러워 하는 듯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다.

거기에서 그치면 모를까, 이 기자는 자신의 24시를 전하는 글의 행간에서 자신이 얼마나 편파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절절히 보여주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대한 문제 의식은 전혀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이것이 바로 이 기자의 한계이고 조선일보의 한계이며, 나아가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안티조선이 존재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여겨진다.

조선일보는 과연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결국 안티조선이어야만 하는 것인가? 조선일보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 제3호'에 그 답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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