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가 떨구던 그 하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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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여가 떨구던 그 하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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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76> 박남원 “꽃”

 
   
  ^^^▲ 쇠물푸레나무아! 그리운 어머니
ⓒ 우리꽃 자생화^^^
 
 

내가 홑 아홉 살 되던 해
어머님은 꽃상여 타시고 언덕길 넘으시고
밤도 바람도 내내 서러울 줄 모르던 나는
동구 길로 떨구어낸 하얀 꽃들을
하나 둘 주워들며 걸었습니다.

꽃상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하긴 요즈음 세상에 꽃상여가 어디 있을라구요. 아니, 있긴 있지요. "근조" 라고 씌여진 하얀 종이꽃이 동그랗게 매달린 버스, 상주들과 조문객들이 타고 가는 그 대형버스가 일종의 현대식 꽃상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니면 그 대형버스를 인도하는, 꽃으로 장식한 그 자가용이 꽃상여이겠지요.

하지만 시인이 말하는 꽃상여는 그런 꽃상여가 아닙니다. 나이 지그시 드신 분이 꽃상여 앞에 서서 요령을 흔들며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가겠네" 하면서 선소리를 하면, 꽃상여를 어깨에 맨 마을 장정들이 "어어~ 어어~ 어기넘차 어어~" 하면서 묘지터로 향하는 그 꽃상여를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릴 때에는 그런 꽃상여를 참으로 많이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마을에 초상이 나면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말 그대로 동네 전체가 초상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요. 그때가 되면 우리 마을 아이들은 초상집에 가서 긴 장대를 들었습니다. 그 장대에는 직사각형의 삼베조각에 무슨 글씨가 씌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글씨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그 장대를 들고 빨리 묘지터에 가서, 시커먼 무쇠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맛있는 국밥 한 그릇을 얻어먹을 그런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꽃상여는 쉬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꽃상여는 동구밖을 돌 때마다 잠시 멈추어서곤 했습니다.

또한 그때마다 상주들은 꽃상여에 매달린 새끼줄에 돈을 꽃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꽃상여 뒤로 돌아가 지팡이를 짚고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곡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따라 울고, 마침내 온 동네가 다 울었습니다. 장대를 치켜들고 맛있는 국밥을 먹을 생각을 하던 우리들도 따라 징징 울었습니다.

시인은 아홉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시인은 너무나 어린 탓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어떤 것인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밤도 바람도 내내 서러울 줄 모르던 나는/동구 길로 떨구어낸 하얀 꽃들을/하나 둘 주워들며 걸었"다는 것입니다.

그 뒤, 시인은 어머니가 자신을 남겨두고 돌아가신 것이 어떤 것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인은 어린 나이에 너무나 힘든 고행길을 걷게 됩니다. 문득 문득 시인은 왜 나만 홀로 남겨두고 어머니 혼자, 하면서 어머니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홑 아홉 살 되던 해"부터 그토록 어렵게 살아온 시인은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꽃상여가 떨구어낸 꽃을 주우며 서러운 줄 모르고 걷던, 철이 없었던 자신의 어린 날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부지 자식을 남겨두고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하고 그렇게 돌아가셨을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부디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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