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면 뭘해 , 다른 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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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면 뭘해 , 다른 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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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중동평화 위한 '이행방안' 두고 해석 차이 심하다

 
   
  ^^^▲ 지난 6월 4일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압바스 총리가 부시 미대통령과 함께 한 역사적인 3자 회담에서 중동평화를 위한 로드맵 이행을 다짐함으로써 중동평화를 향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 YTN 화면^^^
 
 

말은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요, 신념의 표현이요,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말은 많아서도, 너무 적어서도, 어려워서도 좋지 않을 때가 많다. 말은 쉽게 표현하되 간편하고, 간편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뜻이 분명해야 살아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평소 수많은 경우에 대해 말을 하며 살고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은 다소 뜻이 모호하다 할지라도 말하는 상대와 그 당시의 상황에 따라 해석을 하면 큰 무리 없이 뜻이 통할 수 있다. 문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나아가 국제 간에 교류를 할 때 오가는 말은 단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뜻을 분명하게 확정지어 놓지 않으면 후에 상호간 합의 사항 이행에 큰 혼란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4일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요르단 아카바의 3자간 정상회담에서 중동평화를 위한 단계적 이행방안(로드맵)이 채택되어 오랜 숙원이었던 이 지역 갈등이 평화로 전환될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따로, 팔레스타인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바람에 중동평화는 다시 위기 속에 처해지는 듯하다. 물론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적극적 중재로 사라져갈 듯한 중동평화의 불을 다시 지피려고 백방으로 노력중인 상태다.

최근 중동평화를 위한 로드맵으로 당장 “휴전(cease-fire)”을 촉구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심각하다. 왜냐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이라는 말을 놓고 해석이 상당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합의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이 휴전이라는 말의 해석은 이렇다. 이스라엘 측은 휴전이란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모든 공격을 중단하는 것인데 그러나 동시에 헬리콥터를 동원해 총격을 벌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이 공격중단을 안 하기 때문이란다. 이스라엘이 헬리콥터 공격을 중단해야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내의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 이것이 팔레스타인의 휴전의 뜻이다. 이와 같이 같은 말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이-팔간의 해석 차이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방위군(Israel Defense Force)라고 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점령군(Israel Occupation Force)"이라고 같은 이스라엘 군대를 놓고 해석이 자기 처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Terrorist)"라고 하는데 반해 팔레스타인은 “샤히드(순교자 : Martyr)”라고 해석을 한다. “표적살인(Targeted Killing)"이라고 이스라엘은 말하고 있으나 이는 ”암살(assassination)"이라고 팔레스타인은 말한다.

자기 영토 내에서의 “일방적 조치(unilateral action)"에 대해서도 그 뜻이 분명히 갈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 창설을 뜻한다고 말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언어란 그저 한 순간 인간이 입을 통해서 내어놓은 것에 불과한 것인가? 그리고 말에 대한 아무런 책임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특히 오늘날은 당시의 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해석이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국가간 전쟁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 반목 그리고 충돌의 핵심은 부동산이 아니다. 땅을 좀 더 차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체성의 문제다. 누가 이곳에 먼저 있었나, 누구의 소유냐,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에는 국제적인 지지를 얻고 실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아주 신중한 언어를 구사하는데 상당히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팔간에는 언어 의미론적 전투가 치열한 셈이다. 이 지역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은 “코드(codes)"이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전투를 벌인다. 이-팔 양국 국민 모두 서로 먼저 거주지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의미론적으로, 뿌리깊은 정서로 보아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한가지 말을 더 살펴보면 그들이 얼마나 언어 선택에 신중한가를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Armed conflic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얼른 해석하면 ”무장 전투“라고 나 할까? 그러나 이 용어에는 깊은 뜻이 있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즘과 극명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선택한 말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부득이 무장을 하고 대결, 대립“을 한다는 뜻을 강조한다. 팔레스타인도 이에 못지 않다. 소위 ”인티파다(Intifada)"라는 말을 사용한다. 외신들과 우리나라 언론들도 그저 “봉기” 혹은 “민중봉기‘정도로 해석을 한다. 인티파다는 원래 ”점령군에 저항하기 위한 사람들을 묘사한 것“으로 소위 다비드와 골리앗에서 유래를 찾고 있다. 그래서 무작정 폭력적인 말이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팔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있을 때마다 양국 간의 입씨름은 유일한 것도 처음도 아니다. 미 상원의원 히람 존슨(Hiram Johnson)씨는 1917년 “전쟁으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진실이다" 고 말했다. 국가 간의 전쟁에는 진실은 그저 말에만 살아 있고 전쟁이 끝나면 그나마 말에만 살아 있던 진실조차 사라져 버리는 현실이 오늘날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보았듯이 미국은 물론 각국의 언론들이 치열한 전쟁 취재를 했다. 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신문의 집필자인 니콜 가오우엣(Nicole Gaouette)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 시엔엔 방송기자는 이라크 현지 참호에서 방송을 하면서 미 국방성 용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미군이 이라크 군인을 죽이고 있습니다”라는 직설적이고 평범한 말 대신에 “참호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참혹한 현장을 그림과 함께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의 목적, 정당성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숨은 의도를 밖으로 드러나게 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통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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