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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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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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73> 박종권 “다도해”

 
   
  ^^^▲ 그 섬에는 지금도 갈매기 날고 있을까
ⓒ 소매물도/경상남도^^^
 
 

팔다리가 달아나고 살이 문드러졌다고
어찌 강물 흐르는 것을 모르랴
멀리 떨어진 섬과 섬 사이를
하염없이 이어주는
청징한 뻐꾹새 울음소리
그 울음의 신새벽 같은 물길은
끝없이 흘러
비린내 물드는 포구
스러지는 선창에도 닿게 되나니
보라, 떠난 자들의 여윈 눈가에
녹다 남은 소금기
그늘 서린 수양버들 잎사귀로 받아내며
흘러드는 강물의 사랑을
보라, 봄날 철쭉꽃 타는 바다에
天地(천지) 가득 다시 혼불처럼 피어나는
섬과
섬들의 섬.

나의 "팔다리가 달아나고 살이 문드러졌다고" 어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찌 이 세상이 모두 무너진 것처럼 그렇게 꺼이꺼이 울고만 앉아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 비록 어느 순간에 가진 것 모두를 잃었다 해도 결코 하늘이 무너지지도, 땅이 가라앉지도 않았습니다.

나 비록 가진 것 모두가 일시에 사라진다 해도 오늘도 강물은 어제처럼 그렇게 소리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모난 돌에 마빡이 깨지면서도 강물은 그렇게 흐르고 흘러 마침내 "멀리 떨어진 섬과 섬 사이를/하염없이 이어주는 /청정한 뻐꾹새 울음소리"처럼 뭍과 바다를 하나의 끈으로 이어주고 있습니다.

강물은 섬과 섬이 몸을 풀고 있는 드넓은 바다로 향하면서 나뭇가지에 찔리기도 하고, 아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아야 아야 소리를 내지르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내다내리는 오폐수에 숨이 막히기도 하고, 공장에서 내뿜는 악취로 인해 온 얼굴이 공해물질로 뒤범벅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울음의 신새벽 같은 물길은/끝없이 흘러" 마침내 "비린내 물드는 포구"에 "스러지는 선창에도 닿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끝없이 희망을 찾아가는 가시밭길인지도 모릅니다. 바다처럼 드넓은 희망을 찾아가는 길은 강물처럼 "팔다리가 달아나고 살이 문드러"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구에, 선창에 서서 시인은 이렇게 외칩니다. "보라, 떠난 자들의 여윈 눈가에/녹다 남은 소금기"를, "그늘 서린 수양버들 잎사귀로 받아내며/흘러드는 강물의 사랑을" 이라고. 그렇습니다. 희망이라는 그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고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그런 과정을 겪어야 진정한 사랑을 베풀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희망의 자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봄날 철쭉꽃 타는 바다에/천지 가득 다시 혼불처럼 피어나는/ 섬과/섬들의 섬"이 있습니다. 그곳은 더 이상 깨어지고, 문드러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 아니 이제는 더 이상 깨어지거나 문드러질 것이 없는, 그런 세상일 것입니다.

박종권 시인은 판소리 가락에 맞추어 북을 치는 고수였습니다. 고수이자 스스로 소리꾼이기도 했습니다. 박종권 시인이 자주 불렀던 노래는 쑥대머리였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난 박종권 시인을 떠올리면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쑥대머리 귀신형용, 이라는 판소리 가락이 절로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 옥방에 찬자지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일구월심 긴긴세월~ 일장소식 돈절하니~ 천번만번 죽사와도~ 임향한 일편단심~ 춘향 절개 지키리오~ 응- 응- 설레설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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