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권소희 선생, 장편소설 '독박골 산 1번지' 출간
소설가 권소희 선생, 장편소설 '독박골 산 1번지' 출간
  • 김동권 논설위원
  • 승인 2019.06.0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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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를 주인공으로 어린 시절의 사랑과 추억을 담아

소설가 권소희 선생이 장편소설 '독박골 산 1번지'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권 작가의 두 번째로 펴내는 장편소설로 유년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는 독박골의 비밀스런 내면고백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목차를 보면, 말라버린 로즈마리, 어떤 표정, 돈을 줍는 비둘기, 독박골이 어딘가요?, 요셉이 업은 마리아, 꿈꾸는 사마리아 인, 라면 한 그릇, 하늘에서 뛰노는 아이들, 난장이가 되어버린 어른들, 날개 잃은 장군, 유기된 놀이터, 독박골의 겨울, 휘어진 십자가, 사라진 도시, 토담집의 서재, 우리들의 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인 독박골은 불광동 사거리에서 구기터널 방향 개천을 지나 북한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무허가 집들이 많은 곳의 지명이다. 1969년 초등학교 1학년 때 불광동으로 이사를 한 저자는 외갓집이 있는 독박골에서 성장하면서 어른들의 무능력,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뻐끔거리며 껄렁거리는 동네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가난이 주는 불편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독박골에 살고 있는 것이 창피하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정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저자가 외갓집에서 성장하게 된 것은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잦은 전근 때문이었다.

이 장편소설은 이런 저자의 내면을 바탕으로 미래와 찬우라는 두 젊은 남녀를 주인공으로 어린 시절의 독박골에서의 기억으로 시작해 성인이 된 후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독박골로 들어가는 결말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억조차 생소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소설은 가난하고 촌스럽지만 생명에 대한 감사가 있던 그 시절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실존적이고 다층적인 인물형상으로 두터운 깊이와 몰입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전쟁으로 쓰러진 폐허 속에서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어른들의 강인한 몸부림이 때로는 불법과 합법으로 뒤엉킨 속물근성으로 나타나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던 시절이기에 마음이 병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군인으로 전쟁을 겪은 미래의 아버지는 그런 어른들 사이에 좀처럼 섞여 들지 못하고 독박골에서 외딴섬으로 부유한다.

미래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저항과 원망으로 끝도 없이 방황했지만, 총을 들고 전쟁을 겪은 군인 아버지의 정체성을 재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회한이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짐처럼 가슴에 남는다. 소설 속에서 그럼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야했을까? 하는 미래의 질문은 결국 자신에게 묻는 것이기도 하다.

그 물음은 그녀의 미세한 심리의 결을 따라 그 파장이 섬세하게 전해져 소설은 결국 자기 자신의 현재 삶 속에서만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의 삶 역시도 그 당시 ‘현재의 삶’을 맥락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재미교포 사진작가인 ‘미래’는 자칫 자신에 대한 혐오와 끊임없는 실패의 자괴감 속에서 타인에 대한 분노로 살아갈 뻔했지만, 독박골 동네, 과거의 소소하면서도 정감어린 기억들을 직조해 그 일상의 순간순간들이 지금 왜 그렇게 소중했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 결과 자기 삶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관계 회복의 상징으로 ‘찬우’를 찾는다. 나를 두렵게 하는 어떤 강박도 없이,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이, 서로를 인정해주는 독박골 어린 시절의 남자 찬우는 과거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그녀 삶의 변화에 중요한 암시이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 모두가 이제라도 과거 불화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는 소설적 메시지로 읽힌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지난 시대, 그리고 사람들과의 화해와 소통을 시도하는 소설이다.

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미 흘러가서 현재일 수도 없는 시간. 이 돌작밭 어딘가에 흘리고 다녔을 유년의 조각들이 무덤덤하고 밋밋한 기억 사이로 떠올랐다. 나에게 독박골은 가슴 깊숙이 박혀있는 유리조각이었다. 성장이 배양되다 말라버린 계절처럼 초라했고 가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파편은 숨을 쉴 때마다 가시처럼 폐부를 찔렀다.

나는 가슴 어디엔가 깊이 박혀있던 추억의 편린들을 더듬더듬 꺼내며 동박골에, 지금 서 있다. 돌아온 것이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으로······

권소희 작가는 강원도 출신으로 성신여자대학교(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한국소설(4월호)에 단편소설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를 발표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틈」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수상경력으로는 2017년 『하늘에 별을 묻다』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제3회 해외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월간문학신인상 수상.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미주한국일보 문예전 수상. KBS America “끝나지 않은 6일, 429” 보훈문예작품전 수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민족작가회의, 국제펜클럽 회원으로 있으며. 현재 미주중앙일보에 ‘이 아침에’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박골 산 1번지』를 비롯 장편소설(2019년) 『초록대문집을 찾습니다』 2016년 장편소설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 2006년 중단편 소설집이 있으며,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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