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영철 선생, 소설집 “이 비가 그치면” 출간
소설가 이영철 선생, 소설집 “이 비가 그치면” 출간
  • 김동권 논설위원
  • 승인 2019.05.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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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불온한 문체, 익숙한 일상에 대한 반란

이영철 작가는 표제작 「이 비가 그치면」을 비롯하여 「성불」, 「아버지의 반지」, 「겨울비, 담배, 섹스 그리고」, 「첫 여자」, 「자살 여행」, 「겨울 벚꽃」, 「꽃지에 버린 사랑」, 「애가불망」 등 주옥같은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마당에 큰 항아리가 있는데 깨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부처 도둑이 되고자 하는 니놈이 채우고 싶은 걸로 가득 채우고 내려가거라” 「성불(成佛)」은 ‘왜 사는가?’라는 인생의 벽에 부딪친 주인공이 큰스님과 만남을 통해 인생의 참뜻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삶의 굴레, 속박, 그리고 덧없음이 평범한 항아리를 통해 표출되는 순간, 독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버지의 반지」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 부모님께 사 드린 싸구려 플라스틱 반지를 통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잔하면서도 끝없는 사랑을 담고 있다. 주인공에게는 잊혀진 기억에 불과했지만 부모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은 과거의 어느 순간.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온 부모님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겨울비, 담배, 섹스 그리고」은 블랙커피처럼 은은한 향과 씁쓸한 맛이 조화된 사랑 이야기이다.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중년의 농익은 사랑을 통해 서로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 받는다.

금지된 사랑을 통해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첫 여자」는,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느끼는 호기심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성숙한 후 사랑의 추억으로 남는 이야기이다. 아슬아슬한 필체로 그려낸 주인공과 누나의 모습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비춰진다.

표제직인 「이 비가 그치면」은 애틋한 첫사랑을 간직한 한 남자의 시선에 시작한다. 그는 시 품평회에서 만난 한 여자를 보며 힘들게 잊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불현듯 떠올린다. 되새기는 그의 쓰라린 상처를 그녀는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치유한다.

「자살 여행」은 서로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었던 한 연인이, 서로의 행복을 위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헤어짐을 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에 병원에서 진심을 확인하는 슬픈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 벚꽃」은 한 영화감독의 안개 같은 인생을 통해 삶의 애환과 고뇌,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은 실패한 사업과 결혼생활, 그리고 인생의 좌절 속에서 결국 죽은 듯 보이나 봄에 활짝 필 ‘겨울 벚꽃’처럼 새 희망을 품게 된다.  ‘남자는 마지막 여자를 못 잊어하고, 여자는 첫 남자를 못 잊어한다.’

「꽃지에 버린 사랑」은 한때 육체적인 사랑을 불태우던 연인이 결국 정신적인 사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를 탐닉하던 남녀, 그들의 사랑은 결국 텅 빈 바다가 보이는 ‘꽃지’에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애가불망」은 어느 연인의 사랑을 향기까지 담아내는 세밀한 묘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애틋한 사랑, 갑작스런 이별,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는 방, 그리고 재회……. 작가는 누구나 한번쯤 느껴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담아내었다.  가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행복을 늘 멀리서 찾는다. 하지만 멀리서 찾다보면 늘 뒷모습만 보여줄지도 모른다, 바로 내 뒤에 있는 행복이란 놈에게. 행복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임과 동시에 가장 고통스럽다. 행복하기만 하다면 좋으련만…… 빌어먹을 놈의 이 아이러니라니.

촛불 한 자루 밝히고 독한 커피와 줄담배로 지새웠던 그 숱한 불면의 밤들. 그리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아홉 편의 작품들. 이제 그놈들을 내 품에서 떠나보낸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이리도 적절할까.

떠난다는 것은 돌아온다는 무언(無言)의 약속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 약속이 유효한지 모르겠다. 살아있는, 살아있다는 것이 미안하고 고마운 이 순간, 나는 또 여행가방을 꾸리고 있다.

쓸쓸하다거나 고독하다는 것은 지나온 날들이 그런대로 아름답고, 행복했기 때문이리라. 그래, 앞으로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고독한 축제를 즐길 것이므로. 새가 나는 것은 즐거워서가 아니라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의 문학은 어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새처럼!

1981년 소설문단 데뷔 후 시,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 등 다양한 방면에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쳐 화제를 불러온 작가로 이 번에의 두 번째로 『이 비가 그치면』을 발간한 것이다.

작가 이영철 선생은 군산출신으로 1984년 한국문학으로 문단 데뷔했다. 한국문예진흥원 문인창작기금 수상하고, 제6회 한국문협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제38회 한국소설문학상 「이 비가 그치면」, 제11회 한국문학백년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도시로 부는 바람』등 3권, 장편소설 『마침내 나는 꿈을 꾼다』등 8권이다.

현재 청어미디어 영화사 회장괴 청어출판사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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