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르포] '딴겨레 국군학살사건?'
[베트남르포] '딴겨레 국군학살사건?'
  • 편집부
  • 승인 2002.08.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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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보도에 용서를 빌자"

한겨레와 한겨레21이 '베트남전 한국군 양민학살사건'이라는 르포기사로 한창 날린 모양이다. 내가 한겨레를 안본 지가 2년 남짓 되었으니 그런 기사가 있었는지 몰랐음은 당연하다.

그때가 언젠가, 아마도 현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안된 시점이었을 게다. 아내에게 한겨레 구독을 끊으라고 한 것이. 아내는 놀랐고 또 의아해 했다. 이곳저곳을 이사 다니면서 그곳들이 거의 오지인 탓에 한겨레는 지국이 없어 배달이 안되는 상황임에도 문화일보 내외경제 지국을 통해 구태여 찾아보던 한겨레 골수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의 고향은 충청도이다. 이를 구태여 밝히는 이유는 흔히 말하는 '지역감정'이라는 굴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의사를 내비치기 위함이다. 각 신문의 지방판이 운송되는 시간에 서울역에 가보면 한겨레는 '호남선 플랫폼'에만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직접 보지 않았으니 모르겠고, 하여튼 나에게 그런 류의 편견은 갖지 말아달라는 의미이다.

나는 한겨레를 억수로 좋아했다. 조중동이 아무리 질 좋은 신문용지로 말끔하게 편집하고 산뜻한 색상으로 깔끔하게 찍어냈다 하더라도, 시커먼 용지에 어떤 때는 잉크 똥까지 묻어있는 한겨레를 사랑했다. 바른 말을 할 줄 알고, 묻힌 얘기 캐어내고, 더욱이 약자 편에 설 줄 아는 신문이 한겨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항상 한겨레의 기사를 믿었고 탐독했다. 어느 사안이나 조중동의 기사를 읽고는 판단을 보류하고 한겨레의 기사를 읽고서야 그러면 그렇지, 이 기사가 옳을 거야 하고 결론을 얻어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달라지기 시작한 한겨레는 한마디로 정나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정권의 초창기이고 하니 미국에서 말하는 '政言蜜月' 쯤으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란 말이다. 前정권 때 같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아니된다 했을 법한 일에서도 미적지근한 대응을 한다거나 나아가서 긍정적인 논조까지 보이고 있더란 말이다.

그래서 나는, 너도 별수 없구나. 하는 판단으로 한겨레 애독자의 길을 접었다. 이후에는 한겨레를 애써 외면했음은 물론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한매일과 동일시했다고 보면 맞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오늘, 그때 이후 처음으로 한겨레, 한겨레21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물론 사서 읽지는 않았다. 인터넷 신문을 통해, 그것도 한 해 전쯤의 기사를... 결과는 역시 실망이다. 너무도 변해버린 한겨레.

자! 보자. 한겨레야. 자네들은 '베트남전 한국군 양민학살사건'이라는 르포를 통해 '부끄러운 역사에 용서를 빌자'고 했다. 현지 르포를 통해 피해자를 찾아내고 증언을 듣고 그것을 장장 1년여에 걸쳐 한겨레21에 시리즈로 게재했다고 읽었다. 그리고는 지금은 성금까지 모으고 있다. 참 훌륭한 일이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된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하고 그 잘못된 역사로 인해 피해자가 생겼다면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만 한다.

그런데 기사를 읽으며 쾌하지 않은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자네들은 이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기까지 잘못한 것이 너무 많다. 어찌하여, 자네들은 조중동을 타깃으로 삼을 때마다 문제로 삼는 '왜곡보도'와 '선정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건가. 왜 터뜨릴 때는 1면 머리로 사정없이 쪼아대다가, 정정할 때는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에 고양이 눈곱만하게 싣는 '만행'을 그대로 자행하는가. 그러고도 조중동 등을 탓 할 수 있는가.

먼저 왜곡보도 문제이다. 그대들이 증언을 들은 모 중대장이 이후 밝힌 일문일답을 보면, 그대들이 편집해 게재한 기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그대들이 '정정보도문'을 내었으니 인정한 셈이니 구태여 예를 들지는 않겠다.

왜 그리 하는가. 소위 언론개혁이라는 '현 정부의 뜻'에 깃발을 들고선 그대들의 이같은 행태가 그대들이 주적으로 삼는 조중동의 행태와 다름이 무엇인가. 왜 취재원 증언의 앞과 뒤를 싹둑 잘라내고 '그대들이 원했던' 부분만을 인용하는가 말이다. 한겨레의 보도로 고통을 받은 '그 중대장'은 생각해 보았는가.

다음은 '선정성' 문제이다. 기사는 문장력을 자랑하는 마당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자들이 골라낸 표현이 이것들이다. 어찌 이리도 생생한가. 마치 대형스크린에다 스피커 좋은 개봉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문장의 곳곳에는 사실감이 듬뿍 배어있다.

"한국군은 잔혹한 대량학살을 일삼아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NLF)조차 가급적 직접적인 교전은 피하려 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전선도 없고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베트남전에서 베트콩의 근거지를 수색, 파괴한다는 작전상의 명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학살행위를 정당화시켜주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기록은 그 내용이 워낙 끔찍해 자세히 밝히기에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그 일부를 여기에 소개한다.

1965년 12월22일, 한국군 작전병력 2개 대대가 빈딘 성, 퀴년시에 있는 투이프ㄱ 군, 프ㄱ호아 사(使), 턴지앙촌에 500여발의 대포를 발사한 뒤 “깨끗이 죽이고, 깨끗이 불태우고, 깨끗이 파괴한다”는 구호 아래 수색소탕작전을 펼쳤다. 그들은 이 마을에서 12살 이하 22명의 어린이, 22명의 여성, 3명의 임산부, 70살 이상 6명의 노인을 포함, 50여명이 넘는 양민을 학살했다.

"… 랑은 아이를 출산한 지 이틀만에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아이는 군화 발에 짓이겨진 채 피가 낭자한 어머니의 가슴 위에 던져져 있었다. 임신 8개월에 이른 축은 총알이 관통해 숨졌으며, 자궁이 밖으로 들어내져 있었다. 남한 병사는 한 살배기 어린아이를 업고 있던 찬도 총을 쏘아 죽였고, 아이의 머리를 잘라 땅에 내동댕이쳤으며, 남은 물통은 여러 조각으로 잘라내 먼지구덩이에 버렸다.

그들은 또한 두 살배기 아이의 목을 꺾어 죽였고, 한 아이의 몸을 들어올려 나무에 던져 숨지게 한 뒤 불에 태웠다. 그리고는 12살 난 융의 다리를 쏘아 넘어뜨린 뒤 산 채로 불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아! 몸서리 처지는 한국군' 중에서>

한겨레여! 묻고 싶다. 이 모든 상황이 확실히 밝혀진 것인가? 그 현장에 있던 한국군들이 그리하였다고 증언이라도 하였나? 아니면, 어느 누가 그대들에게 '양심선언'이라도 하였나?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단지 그대들은 '피해자' 측의 주장만을 들은 상황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써내려 간 '소설'에 가까운 글을 현장르포랍시고 세상에 널려놓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혹, 이 때문은 흥분한 것은 아닌가?

"덕분에 구수정 통신원은 베트남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마치 ‘한국 젊은이를 대표하는 인물’처럼 된 것이다. <투오이쩨>에 그의 얼굴이 여러 차례 실리면서, 그의 얼굴을 알아본 호치민 시내 호텔 종업원들이 커피 값을 안 받는 일까지 생겼다. 호치민을 벗어난 나짱·닌호아 등 중부지방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이들 때문에 당황하기 일쑤다." <한겨레21 제287호 중에서>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가?

그리고 그대들의 보도대로 설령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 치자. 그것이 한국군 장병만의 잘못인가? 정작 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는 죄를 묻지 않고 왜 '힘없고 빽 없는 행동대원'만 다치게 하는 양태를 조장하는가 말이다. 베트남전쟁의 모든 책임은 미국과 당시 참전을 결정한 정부에 있다. 이는 구태여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 마찬가지로 약한다.

그대들의 보도대로라면, 다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저지른 만행'이니 당연히 '웃어른'들은 그에 관한 한 '면책'이다. 웃어른들이야 상황실이나 전장과는 먼 후방에서 상황판이나 보며 이리 옮겨라, 저리 옮겨라 했을 터이니... 그대들이 말하는 '양민학살만행'을 저지를 여지가 있었겠는가. 확실한 알리바이가 존재함이다.

결국, 불쌍한 우리의 '군바리'들만 '전범'으로 내몰리게 되는 양상이다. 나도 그렇지만 그대들도 물론 전장에서 싸운 경험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당시 전장에서의 상황을, 전투에 임했던 장병들의 행동을 함부로 논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대들이라면 어떠했겠는가. 돈을 좀 벌려는 요량이었든, 어쩔 수 없이 보내진 상황이었든 '국가'의 명령을 받고 베트남으로 갔고, 싸우러 갔으니 당연히 전장으로 내몰렸는데, 막상 가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전장에서는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고, 후방에서조차 누가 적인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총알이 어디서 날라 올지 모르고, 살아 남아 고향으로 돌아가기는 해야 되겠고...

이러한 상황이라면, 누구나 감정이 대부분을 지배하게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바로 옆에 서 있던 동료가 죽어나가는데 이성을 가지고 차분히 상황을 정리해갈 이 누구이겠는가.

그리고 한겨레 그대들은 우리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먼저 사죄를 해야만 우리도 노근리 사건 등 우리가 당한 피해에 대하여 떳떳한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물론 아시아권 각 국에 수많은 피를 뿌린 일본은 '유감'이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행해진 '각종 만행'의 당사국 또는 당사자들은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정당성만을 주장하거나, 부인하거나, 나아가서는 남의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금 하는 꼴을 보면, '그 가해자'들은 앞으로도 이 같은 자세에서 변함이 없을 것이 뻔하다. 노근리 사건? 제대로 밝혀지고 온전한 보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가? 일본 만행? 그네들이 무릎꿇고 싹싹 빌기라고 할 것으로 보이는가? 내가 보기에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이다.

한겨레는 왜, 베트남전쟁의 중심에 있었고 책임이 있는 미국과 당시의 정부에는 채근하지 않고 '만만한 군바리'들만 힘들게 하는가? 했다고? 지금처럼 1년여에 걸친 시리즈로?

다음은 보도태도의 문제이다. 혹시 한겨레는 현 정부 들어 너무 거만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한겨레를 애독하던 시절에는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었던 것 같다. 한겨레를 너무 믿었던 것 같다. 전대 어느 정권에서 한겨레가 정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는가? 현재 어느 사안에서 한겨레가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는가?

베트남전의 참전과 한국군의 행동에 대해서는 열과 성을 다해 책임을 묻고 채근하고 반성하자고 하는 한겨레가, 왜 현 정권의 '베트남 파병과 유사한 군사행동'인 동티모르 파병 때는 그렇게도 관대했는지 묻고 싶다. 상황이 다르다고? 뭐가? 동티모르 파병은 세계평화를 위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아마 그게 다가 아닐 껄?

쓸데없이 글이 길어져 죄송하고, 이 말만 더하고 끝냅시다.

글을 보아 알겠지만, 나는 약간의 국수주의 성향을 가진 놈이오. 그렇다고 그대들이 말하는 극우 또는 우는 아니오. 중도라고 보면 딱 맞소. 그러나 박쥐 띠는 아니라오. 이래봬도 이익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꼴을 제일 싫어하는 놈이라오. 초면에 실례가 많았고 앞으로 잘 좀 해서 다시 한겨레가 보고 싶도록 해달라고 쓴 글이니 너무 열 받지는 마시오. 글 쓸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이니 다음에 시간 되면 또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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