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감꽃을 세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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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감꽃을 세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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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71> 김준태 “감꽃”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셋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주워 먹고, 주워 목걸이 팔찌도 만들고
ⓒ 감꽃/우리꽃 자생화^^^
 
 

어릴 적, 앞마당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감꽃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그 노오란 감꽃을 바라볼 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혹여 얼른 초복이 와서 그 푸릇푸릇한 땡감을 주워, 하룻밤 소금물에 재웠다가 한입 베어먹고 싶은 생각부터 나던가요. 아니면 그 노오란 감꽃이 마치 황금덩어리처럼 보이던가요.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앞마당에 노랗게 깔린 감꽃을 주워 먹어 본 적이 있습니까. 맛이 어떠하던가요. 땡감을 씹는 것처럼 알싸하면서도 양볼이 얼얼하도록 떫던가요. 아니면 마치 맹물에 사카린을 쬐끔 넣고 집간장을 탄 것처럼 그렇게 짭쪼롬하면서도 달착지근하던가요.

잊을 만하면 투툭투툭 소리를 내며 앞마당에 떨어지던 노오란 감꽃을 세어본 적이 있습니까. 동이 틀 무렵부터 어스럼이 지는 저녁 무렵까지 세어보니 대체 몇 개나 되던가요. 그렇게 세다가 나도 모르게 숫자를 잊어버렸다구요. 아니, 떨어지는 감꽃이 너무나 서러워 숫자를 세는 것조차 잊어버렸다구요.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쳐 오릅니다. 어릴 적에는 베고픔에 겨워 하염없이 떨어지는 감꽃을 세다가,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는 전쟁이 터져,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다가, 나이가 더 들어서는 자신도 모르게 물질자본주의에 물들어 침 퇘퇘 바르며 돈을 세다가... 그리고...

먼 훗날엔 내 살아온 날을 셀까요. 아니면 죽을 날을, 죽어 영원히 살아갈 날을 셀까요. 이 짧은 시 속에는 사람이 태어나 한평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감꽃을 세는 아이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념을 알게 되고, 물질을 알게 되고... 그리하여 마침내 본래 나의 모습이 깡그리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무쌍했던 인생도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들게 되면 모두가 덧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감꽃을 세는 어릴 적의 그 순수했던 마음, 초심으로 되돌아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떨어지는 노오란 감꽃을 바라보며, 감꽃을 세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자신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것도 각박한 세상을 올곧게 살아가는 삶의 한 방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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