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트럼프는 거래 달인
역시 트럼프는 거래 달인
  • 손상대 대기자
  • 승인 2019.04.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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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손상대의 5분 논평]

11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의 정상회담은 예상했던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방식을 고집함으로써 문재인은 김정은을 꼬셔 미국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알려줘야 하는 짐만 안고 돌아와야 했다.

국내 언론들은 마치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된 거처럼 보도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는 한마디로 압축하면 “김정은이 하기 나름”이라는 숙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과 김정은에 던진 것이라 본다.

문재인이 애써 회담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으로 봐서는 기분 나쁜 것들이다.

첫째는, 정상 간 ‘톱-다운 외교 방식’(상위의 프로그램을 먼저 만들고, 이어서 하위 프로그램으로 순차로 옮겨 가는 방법으로 정상들이 먼저 결정하고 참모들이 협의하는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한미 정상이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이건 문재인으로서는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그동안 한미 동맹관계를 문재인 스스로가 계속 파열시켜 미국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두 정상이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긴밀히 협력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였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문재인의 짐이다.

세 번째는, 문재인은 조만간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과 트럼프 대통령 방한요청인데 이 역시 김정은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성사 여부가 결정될 문제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미국 입장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나는 입장이 확고하니 문재인과 김정은이 잘 협상해서 내 입맛에 맞는 결과를 가져와라’는 식의 결과를 얻어 냈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외쳐왔던 통상적인 말로, 이 또한 ‘나는 서두를 이유가 없으니 김정은의 결과를 가져와라’는 우회적 압박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미북 회담과 관련 북한과의 추가 회담이 가능하지만, 세 번째 미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열어 두었으니 그 회담을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라는 것 아니겠는가.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의지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세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능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답했다. 이 또한 김정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빅딜’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제재 유지를 원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북한에 경제적 양보를 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그렇지만 빅딜의 반대 표현인 스몰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가 있고 가능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도 김정은이 하기 나름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다섯 번째,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이 공들였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문재인이 더이상 재론하지 못하도록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문재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미북 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대북 제재 완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문제 어느 것 하나도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면 문재인이 김정은을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던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모두 허사로 돌아갈 공산이 큰 문제들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조속히 알려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김정은까지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문제에 긍정적인 화답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지속적으로 남한에 비판을 가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 대내외 선전매체들은 최근 들어 남북관계와 관련해 민족자주와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내세우는 기사들을 연속으로 내보내며, 문재인 정권의 ‘남북관계 신중론’을 일제히 비판해왔다.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최근 “신중론은 본질에 있어서 북남선언 이행에 대한 책임 회피이고 미국과 보수세력의 압력에 대한 공공연한 굴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정세 해설 기사를 통해 “외세의 간섭과 개입을 묵인하고 추종한다면 언제 가도 북남관계 발전과 민족의 평화번영을 이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도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자주적 입장에서 북남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켜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은 꼬물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어 “좋게 발전하던 북남관계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것은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과 남조선 보수세력의 압력에 겁을 먹고 기가 눌린 당국의 주대 없는 처사 때문이라는 것이 남조선 각 계층의 일반적 평”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역시 일관되게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확실한 의중은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드러냈다.

한미 정상이 북한 문제를 조율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제재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는 적대세력에 타격을 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을 무려 25번이나 언급했다.

미국을 향한 강경 발언은 없었지만 ‘미국의 제재를 견뎌낼지언정, 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다.

이는 김정은의 새로운 길은 미국의 제재에 굴하지 않고,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되, 사회주의 경제 강국 노선을 유지한 채, 끝까지 핵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문재인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귀결됐다. 문재인은 한미 양국이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해 완벽히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 빛 샐 틈 없이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하고,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입맛에 맞게 나오도록 철저 하 공조를 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북한이 어떤 말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협상을 하는 거래의 달인이 맞았습니다. 11일은 남북한 모두 중요한 행사가 계획된 날이었다.

남한은 국가보훈처 주관 ‘제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북한은 우리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김정은을 국가 최고수반으로 공식 추대하는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의도적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택해 문재인을 미국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문재인에 잔뜩 숙제만 안긴 채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담을 지켜보면서 미국은 일괄타결의 합의 즉 리비아 모델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바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후 상응 보상조치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2018년에는 ‘주고받기식 외교’를 지향했다면, 지난해 6.12 하노이 회담에서부터는 상당히 태도가 변했다.

일관된 주장에 대북 특별대표 비건, 폼페이오 장관, 볼턴 봐좌관들의 뜻을 적절히 배합해 협상에서는 유리한 쪽으로만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내에서는 이런 농담이 오간다. ‘오늘의 트럼프는 내일의 트럼프가 아니다’는 말인데 나쁘게 말하면 철저한 장사군, 좋게 말하면 항상 진화하는 전략가라는 평가다. 달리 말하면 밀당의 대가, 거래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총평하자면 문재인은 ‘포괄적 합의에 기반을 둔 단계적 보상 방안’을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갔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제재 완화는 김정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듣고 온 꼴이다.

쉽게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 보내는 특별한 메시지 없이 문재인에게 “빨리 북한의 입장을 알려 달라”고 요구한 것 외엔 자기 할 말만 한 원맨쇼의 결정판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번 방문에서 혹을 하나 더 붙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 19분부터 백악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문재인과 김정숙에 대한 환영 인사를 포함해 약 7분간 모두 발언을 하면서 예상외의 허를 찌르는 무기 얘기를 꺼낸다.

바로 “한국이 엄청난 양의 전투기와 미사일 등 무기 장비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깜짝 공개해버린 것이다. 김정은이 들으면 속칭 ‘머리 뚜껑 열리는 소리’아니겠는가.

북한은 최근 우리 군의 F-35A 스텔스기 도입과 관련 “남북한 관계개선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었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문재인과 김정숙은 트럼프의 깜짝 공개에 다소 기분은 나쁘지만 끝날 때까지 웃으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래서 트럼프를 전략가라 부르는 것이라다.

마지막으로 내가 오늘 아침에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관련 언론발표문’을 소개할테니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내용은 그저 통상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4월 10일부터 11일까지 워싱턴 디씨를 방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초청과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하였다.

2.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하여 의견을 같이하였다.

3. 문 대통령은 담대한 비전과 지도력으로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를 평가하고, 지지하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적 관여 노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하였다.

4.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5.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6. 양 정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지속 강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7.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 언급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웅적인 노력으로 수많은 인명을 구조한 한국의 초기 대응 인원들의 용기를 치하하였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산불 진화에 기여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유대를 과시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

8.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하였다.

어떤가. 한국을 떠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일정부분의 대북제재 해제라는 엄청난 결과를 얻어 낼 것으로 기레기 언론들이 떠벌렸지만 결과는 혹만 붙여 온 것 아닌가.

이럴 때 우리 옛말로 “혹 때려다 혹 붙였다”고 하는 것이다. 문재인이 돌아오면 머리 아플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핵 포기를 꼬셔야 하고, 트럼프에게는 빠른 시일 내 그 결과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 인민들에게 ‘미국의 제재를 견뎌낼지언정, 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틈만 있으면 지적했듯이 문재인은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과 대북제재의 보폭을 맞춰왔다면 이미 해결됐을 문제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와서는 그 짐을 모두 혼자 지게 생겼다.

그만큼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는 일은 문재인식의 남북경협이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와 지속적인 대북제재라고 강조했음에도 엇길로 가더니 결국 이 모양이 됐다.

어찌 됐든 김정은과 친하니까 잘 꼬셔보시기 바란다. 혹시 아는가. 김정은이 헷가닥 머리가 돌아서 트럼프 대통령 요구를 다 들어줄지도 모르잖나. 기대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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