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상업 코미디의 진행 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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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상업 코미디의 진행 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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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도 '역전에 산다?'

^^^▲ 영화 <역전에 산다> 포스터
ⓒ assalife.co.kr^^^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대작 영화들에서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가주의 영화들까지 모두 고전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 영화 시장의 흐름이다. 여기에, 일정한 컨셉과 장르의 전형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트렌디 무비들의 존재는 그나마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지키는 보루였다.

<신라의 달밤>,<조폭 마누라>,<가문의 영광>등으로 대표되는 이런 트렌디 무비들은 조폭,코미디 등 비슷비슷한 소재의 재탕삼탕과 '보고 남는게 없는' 일회용 영화라는 한계때문에, 적지않은 관객들에게 국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비난속에서도 위의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데서 알수있듯이, 이런 영화들이 대중성을 지니는 현실도 무시할수 없다. 트렌디 무비들은 철저한 기획 상품(movie)이기 때문에, 작품(film)을 고르는 관점에서 분석하려고 하면 좌절하기 마련이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박중훈표 코미디의 연속 흥행처럼 '보고 담아두지 않아도 되는' 킬링 타임용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의 욕구도 존재한다.다만, 별볼일없는 영화에도 대규모 물량을 투입할 자본력을 지닌 헐리우드와 달리, 가난한 국내 영화계는 그런 상업적인 기획을 저비용 고효율의 코미디 장르에 집중 투자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닮은,또 다른 코미디 '역전에 산다'

6월 13일 개봉하는 <역전에 산다>(박용운 감독)는 트렌디 무비의 미덕과 해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기획 영화다. 코미디, 조폭, 어드벤쳐,반전 등 기존 트렌디 무비에서 즐겨 사용되던 요소들을 이러저리 끌여들여 재배치했고,'인생역전'을 꿈꾸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시의성, 이문식,강성진 등 이런 류의 이야기마다 빠지지 않는 코믹한 감초 조연들의 등장으로 영화는 짜임새있게 포장된다.

뭐 하나 제대로하는 것없는 증권회사 영업사원 강승완(김승우)은 실패한 인생의 전형, 빚더미에 오른 죄로 조폭두목에게 두들겨맞고 생명보험까지 강제 가입당한다.삶의 의욕을 잃은 그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터널에 자동차를 헤딩시키는데 그때부터 그 앞에 놀라운 인생역전이 시작된다.

다른 시공간안에 또 다른 모습의 자아가 존재한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나 <시월애>등에서 보여지던 다중적인 세계관을 코믹하게 풀어나가는데서 영화는 시작된다.말이 안된다고? 조폭 두목이 고등학교에 편입하거나(두사부일체), 300원짜리 라이터하나 찾자고 목숨거는건(라이터를 켜라) 말이 되는 이야기 였을까?

국내의 상업 코미디 영화들은 일상적인 소재를 비틀어놓는 유머보다는 처음부터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을 법한 과장된 상황 설정을 기초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탈옥하고 나왔는데 알고보니 <광복절특사>였다는 황당한 소재처럼, 내러티브의 완결성보다는 코믹한 상황 자체를 부각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한국 코미디는 일상을 배경으로 하되,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초현실적인 판타지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인생역전'의 모티브는 각박한 현실에 찌든 대중에게 제시하는 잠깐동안의 도피이고 백일몽이다. 이것은 사실 그리 기발한 소재는 아니다. 포장이 다를 뿐, 국내 트렌디 무비의 전형이었던 박중훈표 코미디에서도 많이 사용되던 이야기아다.

동원예비군 전문 백수에게 엄청난 비자금이 굴러들어온다는 <돈을 갖고 튀어라>, 삼류 사기꾼의 목사 변신기 <할렐루야>처럼, 영화는 별볼없는 서민에게 찾아오는 인생역전의 모험기에서 시작하여 후반부는 '그래도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모범적인 계몽 영화로 끝맺음한다.

<역전에 산다>역시 처음엔 어수선한 소동으로 관객의 눈을 자극하지만, 결국엔 이런 한국 코미디의 장르적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얌전한' 영화다.마치 80년대를 풍미했던 이문세의 앨범처럼, 주옥같은 발라드에 도취되어있다가 트랙 끝부분쯤에 낑구어져있던 '어허야 둥기둥기'따위 건전가요를 들었을 때의 '깨는' 느낌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참신함이 아쉽다.

실제로 주연을 맡은 김승우의 연기는 상당부분 박중훈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때로는 저런 캐릭터라면 차라리 박중훈이 맡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그러나 <신장개업>,<라이터를 켜라> 시절만 하더라도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보였던 김승우는, 그래도 <역전에 산다>에서는 제법 안정된 코믹 연기와 간간이 오버까지 구사하며 향상된 코미디에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김승우의 원맨쇼가 상당부분 부각되는 영화에서 여주인공 하지원의 캐릭터는 <신라의 달밤>의 김혜수처럼 남자배우들을 서포트해주는 전시용의 느낌이 강하다. 호러 무비의 아이콘에서 코미디와 멜로연기로 까지 영역을 넓힌 하지원의 상업적 매력은 주목할만 하지만, <색즉시공>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코미디에서의 존재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내용면에서 살펴보자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폭력이나 화장실 유머로 대변되는 지저분하고 선정적인 코미디를 많이 줄인 점은 돋보인다.대신 아기자기한 이야기 전개와 그 자체로 충분히 코믹스러운 배우들의 호연으로 빈자리를 채운다.

<역전에 산다>는 트렌디 무비의 장르적 완성도에서 볼때, 전작들에 비해 크게 나을것도 뒤질 것도 없는 무난함을 보여준다.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로서 낙제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기존 코미디 영화의 그늘에 갇혀서 참신함이나 파격이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

현재 충무로에 돌고있는 시나리오의 8할 이상이 코미디 장르라고 한다. 관객들이 아무리 지겹다고 해도 막상 코미디 영화가 아닌 이상에는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참신한 기획력의 부재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 코미디는 국내 시장의 불황기에도 꾸준히 한국 영화를 지켜왔던 최후의 보루같은 존재였고, 활황기에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공신임을 무시할수 없다.<살인의 추억>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상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 못한 올해 국내 영화계에서 <역전에 산다.>는 흥행역전을 꿈꾸는 국내 영화계의 바램이 담겨있는 영화다.

그러나 진정 흥행역전을 원한다면, 적어도 한국 코미디의 소재를 업그레이드시키기위한 기획단계부터의 자성 노력이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 관객의 눈높이는 변덕스럽고, 또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예전에 이런 식으로 한번 성공했으니, 한번더, 또 한번 더를 외치다가 일제히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순간이 오면 누구도 탓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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