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화살을 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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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게 화살을 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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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70> 고형렬 "화살"

세상은 조용한데 누가 쏘았는지 모를 화살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다.
누가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화살은 단단하고 검고 작았다. 새깃털 끝에 촉은 검은 쇠.
인간의 몸엔 얼마든지 박힐 것 같다.
나는 화살을 들고 서서 어떤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긴다.

심장에 박히는 닭똥만한 촉이 무서워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파 왔다.

혹 이것은 사람들이 대개, 장난삼아 하늘로 쏘는 화살이,
내 책상에 잘못 떨어진 것인지도 몰라!

 

 
   
  ^^^▲ 병꽃나무왜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일까
ⓒ 우리꽃 자생화^^^
 
 

누가 그랬던가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라고.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눈 앞의 이익을, 혹은 서너 푼도 되지 않는 자존심을 꺾이지 않기 위해서, 마음에 없는 말을 마구 내뱉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곧잘 상대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스스로에게도 큰 화를 불러오게 하기도 합니다.

말, 말, 말... 말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리있게 말을 잘해도 결국 말은 말일 뿐입니다. 이 말은 말이 속내 깊은 마음을 앞서갈 수가 없다는 그런 뜻입니다. 예로부터 빈 깡통이 요란하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요? 그렇습니다. 속이 꽉 찬 깡통은 그 어떤 경우에도 소리가 그리 요란하게 나지 않습니다.

또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예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무지를 알기에 함부로 말을 내뱉지 않습니다. 또한 치열한 자기 수련과 공부를 통해 무언가를 깨친 사람들은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함부로 말을 내뱉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경전을 읽기에 앞서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먼저 외우게 합니다. 정구업진언이란 말 그대로 입의 업(業)을 깨끗하게 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정구업진언은 지금부터는 거짓의식이 아닌 깨달음의 마음, 거짓말이 아닌 참된 말을 할 것이라는 자신과의 굳은 약속이기도 합니다.

정구업진언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낡은 습관과 뒤바뀐 의식, 더럽혀진 언어생활을 스스로 청산하겠다는 그런 뜻입니다. 또한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지지 아니하면 경전 속에 새겨진 진리의 언어, 우주의 실상을 여는 참된 말(眞言)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이 세상을 바라보며 심상에 잠겨 있는 시인에게 누군가 어처구니 없는 말의 화살을 날려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라며 스스로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 세상살이에 대한 "어떤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기고 있습니다.

시인은 다시 한번 자신에게 날아온 말의 화살을 차분히 살펴봅니다. 그 "화살은 단단하고 검고 작았"고, "새깃털 끝에 촉은 검은 쇠"가 박혀 있어 "인간의 몸엔 얼마든지 박힐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문득 "심장에 박히는 닭똥만한 촉이 무서워"지고, 갑자기 "숨이 막히고/심장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애써 자위하고 있습니다. "혹 이것은 사람들이 대개, 장난삼아 하늘로 쏘는 화살이,/내 책상에 잘못 떨어진 것인지도 몰라!"라고.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한시도 사람들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억울한 모함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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