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는 벙어리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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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는 벙어리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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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67> 윤재철 “벙어리 뻐꾸기”

 
   
  ^^^▲ 고광나무꽃은 이리도 아름답게 피어나건만
ⓒ 우리꽃 자생화^^^
 
 

그 새소리 그립다
워워워워
벙어리 뻐꾸기 소리
워워워워

아침 화장실 변기에 앉아
워워워워
이명처럼
벙어리 뻐꾸기 소리 듣는다
워워워워
워워워워

한번도 그 모습은 보지 못했지
워워워워
그러나 울음으로 기억한다네
그 골짜기 숲의 떨림으로 기억한다네
워워워워
워워워워

이 세상에는 당달봉사도 있습니다. 당달봉사는 눈을 뜨고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그런 장님을 말합니다. 당달봉사는 정상인들의 눈과 비슷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 이 시에서는 벙어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벙어리는 다름 아닌 벙어리 뻐꾸기입니다. 뻐꾸기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서는 해마다 봄이 다가오면 뻐꾸기가 제일 먼저 울었습니다. 그리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에도 진종일 뻐꾸기가 울었습니다.

우리는 뻐꾸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봄이 다가오는지, 그 지긋지긋한 보릿고개가 다가오는지를 환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그 뻐꾸기가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아무리 봄이 간다고, 여름이 온다고 소리를 내고 싶어도 목구녕에서는 "워워워워" 라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인은 왜 하필 벙어리 뻐꾸기를 시의 소재로 삼았을까요. 그리고 시인은 대체 무엇을 그렇게도 간절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윤재철 시인은 작가 송기원, 시인 김진경 등과 함께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자, 이쯤이면 시인이 "워워워워"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80년대는 서슬 퍼런 신군부 독재정권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벙어리가 되어야 했습니다. 귀머거리가 되어야 했습니다. 당달봉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너무나 억울해서 땅을 치며 울고 싶어도 함부로 울 수도 없었습니다.

시인은 신군부 독재정권이 등장한 이후, 피 비린내 나는 광주학살사건과 삼청교육, 그리고 끝내 언론마저 통폐합시켜버린, 그리하여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아버린 그 암울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에 나오는 "워워워워"하고 우는 벙어리 뻐꾸기는 다름 아닌 그때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국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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