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나쁜 노인, 귀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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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나쁜 노인, 귀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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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성질 죽이기>, 웃거나, 혹은 성질내거나..

^^^▲ 성질 죽이기(2003) 포스터^^^
마음약한 슈미트, 능글맞은 악당 조커로 컴백하다?

배짱 두둑해보이는 여유로운 표정, 날카롭게 정면을 쏘아보는 강렬한 눈매, 상대의 평정을 잃게 만드는 능글거리는 미소, 헐리우드에서 가장 풍부한 표정을 지닌 배우중 하나로 꼽히는 잭 니콜슨에게서 연상되는 모습들이다.

불과 얼마전에 인생의 황혼기에서 상실감으로 방황하던 마음씨 여린 노인 슈미트(어바웃 슈미트)를 연기하며, 특유의 반골 기질을 많이 회개한듯한 인상을 주던 잭 니콜슨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다시 전매특허인 교활하고 음험한 변태 악당(?)의 캐릭터로 복귀하고서.

본인에게는 실례되는 표현일지 몰라도 잭 니콜슨에게는 솔직히 이렇게 약간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린다. 니콜슨의 뛰어난 연기에 가려졌지만 <어바웃 슈미트>는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이였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만 떠올려봐도,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의 고집불통 결벽증 환자 멜빈 유달, <샤이닝>의 가족을 위협하는 광기의 가장 잭, <배트맨>의 살인 미소(?)를 지닌 악당 조커, <이스트윅의 악녀들>의 음탕한 악마 대릴 반 혼 등등, 잭 니콜슨의 연기력은 주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들을 통해 진가를 드러내곤 했다.

이렇게 기가 센 노장 배우의 파트너로 <빅 대디>의 어리숙한 청년 애덤 샌들러가 서 있는 것은 마치 고양이 앞에 쥐를 갖다 놓은듯 하다. 개성이 전혀 다른 배우들의 상이한 이미지가 충돌하는 과정을 통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것, 바로 신작 <성질 죽이기>(피터 시걸 감독)의 키워드이다.

<성질 죽이기>를 이루는 공식

미국에는 실제로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복잡하고 고단한 세상속에서 스트레스과 홧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일종의 정신 안정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만일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의사가 환자의 '성질을 죽여주는'게 아니라, '성질을 돋궈서 죽이려고' 한다면?

법없이도 살만한 순진남 데이브(애덤 샌들러)는 우연한 소동에 휘말려 일정 기간동안 성질 죽이기 치료를 받으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지만, 치료를 담당한 라이델 박사(잭 니콜슨)가 갖가지 기행으로 데이브를 괴롭히면서 진짜 성질 죽이기가 시작된다. 치료를 빙자하여 24시간 졸졸 따라다니며 신경을 긁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애인마저 이 능글맞은 노친네에게 뺏길 처지가 된 데이브는 점점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된다.

<성질죽이기>에서 드러나는 헐리우드 코미디의 문법은, 이미 <미트 페어런츠>나 <애널라이즈 디스>류의 작품들을 통해 익숙한 공식들이다. 공통적으로 중후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작품은, 빌리 크리스탈(애널라이즈 디스)이나 벤 스틸러(미트 페어런츠)같이 코미디 연기에 능한 배우들을 대비시켜, 언밸런스로 인한 소동을 내세운다.

여기서 로버트 드 니로가 가지고 있는 전작들의 이미지를 패러디 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좋은 친구들>류의 영화에서 보여준 남성미 넘치는 갱스터의 모습은, <애널라이즈 디스>의 '눈물많은 마피아 두목'이나 <미트 페어런츠>의 '의심많은 CIA출신 장인'이라는 황당한 이미지위로 오버랩되며 웃음을 자아낸다.

<성질 죽이기>의 얄미운 의사 버디 라이델의 모습은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의 익살스런 범죄자 맥머피등 잭 니콜슨이 전작에서 보여준 능글맞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정신병원의 폐쇄적인 체제에 저항하던 환자 맥머피는 '성질만 돋구는' 의사 라이델로 패러디되고, 착하기만 한 데이브는 의사때문에 오히려 성질버리는 환자가 되는 등, 상식적인 역할 설정을 뒤집어버림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웃거나, 혹은 성질내거나..

<성질 죽이기>는 가벼운 코미디지만, 영화에는 대도시속의 극심한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의 문화가 잘 드러나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둔감하며,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문화속에 살고 있는 미국사회. 그 속에 잠재된 미국 소시민들의 히스테리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미국 대중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독특한 소재에, 배우들의 뛰어난 코믹 연기, 그리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직 뉴욕 시장에서부터 테니스 스타 존 멕켄로에 이르기까지 예전 한국 코미디 에서 많이 사용하던 '카메오 스타들의 인해전술'등이 내세울만한 볼거리이다.

그러나 분명 인상적인 몇몇 장면들을 가졌음에도, 영화 전체를 탄탄하게 끌고 나가는 시나리오의 힘은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데이브가 라이델 박사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속도감있는 전개는 돋보이지만, 이후 영화는 잭 니콜슨이 주도하는 소동만을 클로즈업하며 진행이 지지부진해진다. 중반부터 영화는 다음장면이 예측가능한 도식적인 결말을 넘어시지 못한다.

잭 니콜슨의 뛰어난 연기는 역시 돋보이지만, 지나치게 강렬한 그의 이미지는 떄때로 웃기다기보다는 사악한 느낌을 부각시켜 거부감이 들게한다.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애덤 샌들러의 캐릭터도 처음엔 우습지만 나중에는 연민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니콜슨의 능글맞은 미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다 스크린으로 들어가 저 노인을 한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전반적으로 간간이 날리는 잽 수준의 유머는 돋보이지만, 문화적 차이때문인지 폭소를 일으키며 공감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결말이 다 되어서야 예정된 진행의 한발을 내딛지만, 이미 관객은 그보다 앞서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참신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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