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일단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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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일단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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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논란 재점화, 어떻게 다가가야 할 것인가

^^^▲ 스크린쿼터문화연대
ⓒ screenquota.org^^^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에 가려져서 한동안 잠잠하던 스크린쿼터 논란이 다시 서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스크린쿼터란 무엇인가? 자국영화의 의무 상영일을 규정하여 대자본을 투자하는 해외 영화들로부터 우리 영화를 지키는 산파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스크린쿼터였다. 이 문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의 경제/문화/외교적 현안과 얽혀져서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었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의 미묘한 동향에서 시작된다. 스크린쿼터 현상 유지는 대선 전부터 노무현 진영의 공약이었다.그러나 최근 '한미투자협정(BIT)'의 체결을 둘러싸고 스크린쿼터가 걸림돌이 되면서 정부의 입장이 달라지고 했다.

지난 4월 9일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투자협정 체결과 한미간 교류 안정을 위한 스크린쿼터 폐지 주장'을 한게 도화선이 되었다. 뒤를 이어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통령 방미에 동행했던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로 한국 영화계가 불안해한다. 미국이 한국 영화의 수입을 늘여준다면 한국 정부가 업계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발언하여 영화계와 문화연대 등의 반발을 샀다.

결정적으로 지난 1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 재계 인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청와대 정책실에 '한미투자협정의 체결'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를 위한 최대 난제인 스크린쿼터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오르는 걸 피할수 없게 되었다.

한미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한미투자보장협정(BIT)'은 98년 '국민의 정부' 초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측에 '상대국 투자자들이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협정'을 먼저 제안했다.이는 국제시장에선 국가간 경제협력의 긴밀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간주된다.

이때 미국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 바로 스크린쿼터문제로, 현재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일수일 146일을 73일로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당연히 국내 영화/문화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고, 대규모 집회와 반대 여론이 거세지며 결국 이 문제는 결국 유보되어 현재의 참여정부로 넘어오게 된다 .

그러나 최근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투자협정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정부의 입장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방미 중에 북핵 문제에 가려져서 협상 논의가 흐지부지되어버린 것은 많은 경제계 인사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경제관료들은 '현실론'과 '한국 영화의 자생력'을 내세워서 이제 스크린쿼터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선봉장 격인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99년 이후로 40퍼센트를 넘어선 국내 영화의 서장 점유율, 매년 1500억 이상의 국고를 투입하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근거로 내세웠다.여기에 어쩔수없이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 협력 없이는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대 입장도 확고하다. 또 한가지 무시할수 없는 것은 현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을 비롯하여 배우 문성근, 명계남씨 등 스크린쿼터 축소/폐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핵심 지지세력들이라는 점이다. 대표격인 이창동 장관은 헐리우드의 거대 산업자본에 맞서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기 위해서는 스크린쿼터를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경제 논리에 맞추다보면, 스크린쿼터는 소탐대실을 유발하는 애물단지처럼 비추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스크린쿼터를 포기하는 것이야 말로 더많은 경제/문화적 부가가치를 포기하는 소탐대실이 될수도 있다. 스크린쿼터는 전 세계 영화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독점에 맞서 한국영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인식되어 왔다. 이것은 한국 영화계만의 특권 의식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문화관련 국제회의에서 <스크린쿼터는 문화다양성과 정체성을 수호하는 사례>로 인정받은 바 있다.

통계로 드러난 수치에 비하여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뿐,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상업영화에 집중된 투자자본으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등은 극장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영화계의 다양성도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대작 영화들의 잇달은 실패는 영화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기에 할리우드 영화와 그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들어올 중소규모 영화들의 물량공세에 우리의 영화계가 배겨낼 만한 경쟁력이 없다. 극장주는 철저하게 이윤을 쫓을수밖에 없고, 극장에서 외면당하는 영화는 설 자리가 없다. 이것은 내수 시장 규모에 비해 국제적으로 상당한 산업적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한국 영화 시장의 국제 경쟁력까지 훼손하는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참여 정부가 현재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에 치여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물류대란에서 NEIS 문제에 이르기까지 집단의 목소리에 대해서 정부가 일관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화를 키웠다. 그러나 경제 회복/민생 안정을 내세워서 정부의 입장이 또다른 말바꾸기로 이어진다면, 새로운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물론 언제까지 스크린쿼터에 의존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스크린쿼터 없이도 한국 영화가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여론에서는 이 문제를 영화/문화예술계의 집단 이기주의라거나, 밥그릇 싸움 정도로만 해석하는 편견을 같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헐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간의 비교는 불공정 경쟁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 주권을 경제 압박으로 인해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부터가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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